"아빠는 징역 5년이래, 엄마 진짜야?"

용산 철거민의 옥중 만화 서신

등록 2009.12.31 19:35수정 2010.01.01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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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호


2009년을 하루 앞둔 12월 30일, 극적인 협상 타결로 345일을 끌어온 용산참사는 일단락되었지만 진상 규명, 재개발 정책 전환 등의 과제는 그대로 남았습니다. 지금도 서울구치소에서는 참사 당일 남일당 망루에 올랐던 철거민들이 '집행공무치사상' 등의 혐의로 구속되어있습니다.

구속자 김재호씨는 지난 크리스마스에 만화로 편지를 보냈습니다. 9살짜리 어린 딸 혜연양에게 망루에 오를 수밖에 없었던 아빠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쉽게 알려주기 위해서입니다.
김재호씨는 용산 4구역에서 15년째 '진보당'이라는 금은방을 운영하다가 지난 1월 남일당 투쟁에 참여했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아내와 딸의 배웅을 받으며 떠났지만, 하루만에 망루는 불길에 휩싸였습니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김씨는 '가해자'가 되어 곧바로 구속됐고 결국 지난 10월 28일 징역 5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용역 직원들의 행패를 무서워하던 딸은 이 선고에 충격을 받아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한 해가 저물어가지만 구속자들에게 싸움의 끝은 보이지 않는 긴 겨울입니다. 김씨는 "그래도 가족들이 있어 힘이 됩니다"는 말로 만화를 끝맺었습니다.

김재호씨는 다음과 같은 옥중서신으로 가족에 대한 사랑을 글로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옥중서신]  김재호씨가 가족에게 보낸 편지
사랑하는 '자기', 그리고 너무너무 사랑하는 '딸'!

오늘도 너희들 생각에 하루를 보낸다. 두 공주님만 믿는다. 아빠는 너희만 잘 지내면 아빠는 이곳에서 얼마든 견딜 수 있어. 너희 둘이 아빠의 희망이고 등불이니까!

자기야. 힘들더라더도 혜연이와 잘 지내길 바래. 늘 마음으로 너희를 응원해줄게. 너무 낙심하지 말고 생활해주길 바래. 그것이 아빠가 견딜 수 있는 힘이 되거든.

또 사랑하는 우리 딸, 장래 무엇이 될지는 모르지만 학교생활 잘하고 학교에서의 생활 가운데 작은 고민거리라도 있으면 엄마한테 이야기해주길 바래.

이제 먼 산에는 단풍이 서서히 들고 날씨는 점점 싸늘해지네. 환절기에 감기 특히 조심하고 무럭무럭 커가는 혜연이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보진 못하고 편지와 접견으로만 보니 아빠가 너무 미안하구나. 그래도 멀리서 아빠가 지켜본다고 생각하고 생활하길 바래.

자기는 알지? 내가 마지막 변론할 때 흐느낀 것을. 그 때 혜연이와 자기의 얼굴이 내 눈 앞에 크게 떠오르더라구. 더 이상 말을 할 수가 없었어.

어쨌든 둘이서 서로 잘하고 보살피며…. 혜연이는 아빠 대신에 엄마한테 잘해야지? 네 곁에는 엄마밖에 없잖아. 나는 믿어. 두 공주님께서 잘 견디며 헤쳐나가리라고 믿어! 파이팅!

떨어져 있어봐야지 소중함과 또 죽을만큼 사랑한다는 마음도 더 깨닫게 돼. 같이 있을 때보다 더 우리 딸을 절실히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어. 언제나 용기 잃지 말고 슬퍼하지도 말고 당당하게 살길 바래.

사랑한다, 자기야! 그리고 혜연아! 또 와. 안녕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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