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덕리 그 곳에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김민수
다시 일주도로로 나왔다가 귀덕리로 들어섰다. 좁은 마을길을 따라 바다 쪽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 곳에서 바다와 맞닿아 있는 집을 만났다. 바다와 가까이 접한 집들을 많이 봐왔지만, 이렇게 바다와 맞닿아 있는 집은 본 적이 없었다. 방바닥에 누워있으면 파도치는 소리가 자글자글 들려올 것만 같은 집, 세상에서 이렇게 넓은 연못(?)을 가진 집이 또 있을까?
별장 같은 현대식 건물이었다면 흉물이라고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집은 그야말로 서민, 서민 중에서도 땅조차도 변변히 차지할 수 없어 해안가 바닷가의 화산석을 반석 삼아 집을 지은 이들인 것이다. 혹시라도 사람이 살지 않는 집인가 해서 마당을 들여다보니 할아버지 한 분이 이런저런 어구를 정리하고 있었다.
빨강 애마를 돌려줄 시간이 다가왔다. 하귀해안도로를 따라 제주공항으로 향했다. 첫날 빨강 애마와 달렸던 그 길이다. 제주여행의 마지막 길에 처음 갔던 그 곳이 또 마지막 길이 된다는 것도 의미있는 일인 듯하다.
김포행 비행기 창밖으로 제주의 풍광이 보이는가 싶더니만 망망대해가 펼쳐지고, 이어 남해의 섬이 올망졸망 들어온다. 광주 상공이라는 기장에 말에 창밖을 보니 육지는 아직도 백설의 세상이다. 서울이 가까워지면서 회색의 운해가 펼쳐진다.
공항에 내리니 제주의 따스한 바람은 어디로 가고, 육지 특유의 추위가 몰려온다.
이번 제주여행은 사실상 현재의 일터에서 마지막 출장을 겸한 여행이었다. 여행기를 쓰기 전 마지막 출장보고서를 작성했다. 평상시보다 몇 배 많은 시간을 들였지만, 최악의 글이었다. 마지막 출장보고서를 작성하고 나는 사무실에서 책상을 뺐다. 시원섭섭했지만, 더 좋은 일터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현실이 될 것이라 생각하고 집으로 향했다.
사나흘간의 혹독한 감기몸살을 앓아가며 제주여행기에 매달렸다.
아직도 내 몸에는 감기기운이 남아있다.
이제 더 길어지면 읽는 이들도 지루할 것이고, 여행의 기운이 다 떨어져 글 쓰는 이도 고역이 될 것 같다.
(끝) 덧붙이는 글 | 그동안 제주여행기를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세상에 아픈 일들이 많은데 유유자적 여행을 떠나고, 여행기를 쓰는 동안 미안하기도 했습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