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사전에는 '죄송하다'가 없다

[주장] 가족 동행 외교 순방 논란

등록 2010.01.28 08:09수정 2010.01.28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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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인도-스위스 방문에 딸과 손녀를 데려갔다. 논란이 일자, 2008년 조지 부시 전 대통령도 우리나라와 중국을 방문하면서 딸과 동생 부부를 동행했다면서 이는 국제관례라고 반박했다. 그리고 경비는 자비 부담이라고 밝히면서 오히려 민주당이 대통령 국외방문을 폄하했다고 민주당을 탓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미국 대통령도 청와대 발표처럼 조지 부시 대통령이 국외 방문을 하면서 가족을 동반하는 경우도 있지만 여론 때문에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가족을 동반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 가족 동반이 국제관례라고 하기도 어렵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오마이뉴스> 보도에 따르면 1968년 9월 15∼25일 호주·뉴질랜드를 박정희 전 대통령이 딸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당시 성심여고 2학년)과 동행 한이후는 없다고 한다. 미국 같은 나라에서는 관례가 될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관례라고 하기에는 민망할 정도이다.

 

지난 40년간 대통령 가족이 국외 방문에 동행한 사실이 없다면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물의를 일으켰다면서 앞으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을 하면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모습은 없다. 27일 한나라당 조해진 대변인은 대변인 논평에서 "민주당이 이명박 대통령의 외국 순방에 가족이 동행한 사실을 물고 늘어지며 연일 비방하는 것은 억지 정치공세고 퇴영적인 행태"라며 "이것은 이명박 정부가 헌신적인 외교활동을 통해 괄목할 만한 국익의 신장을 가져오고, 이에 국민들이 박수를 보내는 상황에 대해 배가 아파서 그러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명박 대통령 외교활동을 비판하지 않고, 가족동반에 대해 해명을 요구했을 뿐이다. 대통령 바람막이가 여당이 해야 할 일 중 하나라고 하지만 야당의 정당한 요구를 정치공세, 배가 아파서 그렇다고 비판하면 오히려 대통령을 더 궁지로 몰아넣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장관근 한나라당 사무총장도  27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가족적인 지도자의 모습을 보이는 외교순방"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번 방문이 가족적인 지도자 모습을 보여주는 방문일까. 지난 15일 청와대는 <이 대통령, 인도 국빈방문·다보스포럼 참석차 24일 출국>에서 다음과 같이 이 대통령 인도-스위스 방문 목적을 밝혔다.  

 

이번 방문은 한-인도 '포괄적 경제 동반자협정(CEPA)' 발효(1.1) 직후 이루어지는 것으로서 12억 거대시장(인구 세계 2위, 구매력 세계 4위) 인도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우리의 새로운 성장 동력 창출을 위한 기반을 구축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인도 방문 의의 및 기대성과', 2010.01.15)

 

이명박 대통령의 다보스포럼 참석은 국제적 지명도가 높고 주요 글로벌 이슈 관련 논의를 선도하는 WEF를 통해 2010년 G20 정상회의 의장국으로서 한국의 국격을 제고하고, 세계경제 협력을 위한 주 논의의 장(premier forum)으로서 G20에 대한 지지를 확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다보스포럼 참석 의의 및 기대성과',2010.01.15)

 

청와대가 밝힌 인도-스위스 방문 기대와 성과, 목적을 보면 아무리 두 눈을 부릅뜨고 읽고 읽어도 '가족'과는 상관이 없다. 그렇다면 딸과 손녀가 할 일이 없다. 그런데도 가족적 지도자 운운하면서 청와대를 변호하는 것은 여당이자 국민을 대변하는 공당으로서 자기 역할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다.

 

대통령 가족 동반 사실이 민주당을 통하여 처음 알려졌을 때 청와대가 가족 동반은 국제관례로 이를 비판하는 것은 대통령 국외방문을 폄하라하고, 한나라당이 억지와 정치공세, 배 아파하는 것이라면서 민주당을 비난하지 않고 오히려 '죄송하다'며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머리를 숙였다면 사람들은 이해할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러니 논란이 더 커지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사전에는 '죄송하다'는 말이 없다. 세종시 수정안을 공무원과 군인에게까지 홍보하면서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한다. 급기야는 술에 만취한 경찰이 지관 스님을 폭행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 모든 것이 시민의 목소리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고, 무조건 밀어붙이고 잘못한 것이 드러나도 죄송하다고 머리 한 번 숙이지 않기 때문이다. 시민에게 머리를 숙이지 않는 권력은 결국 무너지는 것을 우리는 역사에서 경험했다.

2010.01.28 08:09ⓒ 2010 OhmyNews
#이명박 #가족동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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