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12월 23일부터 노원구청 1층 로비에서 전시되고 있는 살아있는 호랑이 두 마리. 시민들이 '폰카'로 호랑이를 촬영하고 있다.
박상규
일부는 공무원들의 제지에도 아크릴을 두드려 호랑이의 관심을 유도했고, 또 일부 어린이들은 아크릴 공간 출입구 틈으로 종이를 집어넣기도 했다. 두 호랑이는 누워 있거나 서로 장난을 치며 시간을 보냈다.
오후 5시가 넘어 사육사는 냉동 닭 반 마리를 두 호랑이에게 각각 던져줬다. 호랑이는 사람들 시선에 아랑곳없이 닭을 뜯었다. 식사가 끝난 저녁 6시께 본격적인 퇴근 준비가 시작됐다. 사육사는 쇠창살로 된 작은 이동식 우리를 끌고 왔다.
이어 사육사는 호랑이를 우리에 한 마리씩 넣어 지하 주차장으로 옮겼다. 사람들은 공무원들에게 "호랑이 어디로 가느냐"고 물었다. 하지만 공무원들은 "호랑이들이 퇴근해 어디로 가는지 자세히 모른다" "우리는 말해 줄 수 없다"고 답했다.
기자는 호랑이를 실은 트럭이 어디로 가는지 확인하기 위해 노원구청 출입구에서 대기했다. 함박눈은 겨울비로 바뀌어 있었다. 1시간이 지나고, 2시간이 지나도 호랑이를 태운 트럭은 나오지 않았다.
저녁 8시께, 넘어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 봤다. 호랑이를 태운 트럭은 그대로 있었다. 두 호랑이가 갇힌 트럭 짐칸에는 전기난로가 켜져 있었다. 트럭 운전기사는 물론이고 사육사는 보이지 않았다.
두 호랑이는 계속 그렇게 트럭 안에서 생활했는지, 주변에서는 호랑이 것으로 추정되는 동물 분뇨 냄새가 진동했다. 밤 9시께 몇몇 공무원들이 퇴근하기 위해 지하주차장으로 내려왔다. 아무렇지 않게 한 공무원에게 물었다.
"한 달 동안 트럭에서 생활... 난방해서 안 춥다"- 몰랐는데, 호랑이가 계속 여기에 있었나 봐요?"예, 호랑이들 여기서 자요."
- 분뇨 냄새가 많이 나던데, 한 달 동안 계속 이렇게 살았나요?"내가 담당자는 아니지만, 그렇게 알고 있어요. 갈 데가 없잖아요."
- 겨울인데, 좁은 트럭 안에서 호랑이들 춥지 않을까요?"에이, 춥긴요. 난로 켜져 있잖아요. 난방 다 해줘요."

▲ 노원구청 지하주차장에 세워진 호랑이가 갇힌 트럭(왼쪽). 자물쇠로 잠겨져 있고, 그 앞에는 호랑이를 옮길 때 사용한 쇠창살 우리가 있다.
박상규
또다른 공무원 역시 "호랑이는 구청에 온 이후 지금까지 지하주차장 트럭 안에서 밤을 보냈다"고 말했다.
밤 12시, 호랑이들은 아직 그대로일까? 다시 노원구청 주차장으로 향했다. 차량이 들어오고 나가는 입구의 셔터는 내려져 있었다. 호랑이를 태운 차량은 그대로였다. 새벽 5시에도 변함이 없었다.
새끼 호랑이 강호와 범호는 노원구청 지하1층 주차장 좁은 트럭에서 밤을 보냈다. 날이 밝으면 두 호랑이는 다시 지상1층으로 올려져 좁은 투명 아크릴 공간에 갇힐 것이다. 사람들은 다시 두 호랑이를 상대로 폰카와 디지털카메라의 셔터를 연신 누를 것이다.
26일까지 노원구청 쪽은 "호랑이들은 밤에 남양주시의 한 동물원에 보내져 그곳에서 생활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확한 호랑이들의 거처는 밝히지 않았다.
신호재 총무과 주임은 지난 26일 "사육사 소유주의 사설동물원은 경북 김천에 있다"며 "너무 멀어서 호랑이를 데리고 다닐 수 없기 때문에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지인 동물원에 맡겨놓고 매일 데리고 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육사와 함께 근무하는 직원도 이와 같은 말을 했다. 결국 이들 모두 거짓말을 한 것이다.
심지어 <오마이뉴스> 기자가 남양주 동물원에 가겠다고 하자 신호재 주임은 "제3자가 피해를 받을 수 있다"며 정확한 위치를 알려주지 않았다. 또 전시가 끝난 뒤 호랑이를 태운 트럭이 어디로 가는지 확인하기 위해 기자가 따라 붙었을 때도 구청 측은 따돌리기에 급급했다.
결국 노원구청이 호랑이의 거처를 당당하게 밝히지 못했던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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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달픈 호랑이, 낮엔 '아크릴 상자' 밤엔 '트럭' ⓒ 박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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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엔 아기 호랑이 '동물원' 보낸다? 낮엔 '아크릴상자', 밤엔 주차장 '트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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