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연일 서해 상에서 해안포 발사 훈련을 하고 있다. 중요도의 순서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이명박 정부와 오바마 정부에 대한 '무력시위'임이 틀림없다. 그렇다고 해서 '막가파식 무력시위'는 아닌 것 같다.
비록 NLL(북방한계선) 인근 해안을 대상으로 한 최초의 군사훈련이지만 포탄이 NLL을 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예정되어 있는 남북 당국 간 회담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키 리졸브 훈련, 시험대에 오르다
그러나 짚고 넘어가야 할 세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북한이 1월 25일부터 3월 29일까지 NLL 인근을 항행 금지구역으로 선포했다는 사실이다. 3월 초에 있을 키 리졸브 훈련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고 봐야 한다.
북한의 제안으로 지난해 3월 2일과 5일 두차례 북미 장성급회담이 열렸다. 그 회담에서 북한은 키 리졸브 훈련을 예정대로 강행한다면 오바마 행정부가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적대정책을 계승한 것으로 판단하겠다고 발언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예정대로 훈련을 감행했다. 그 이후 인공위성 발사, 안보리 제재 등으로 이어졌다. 오바마 행정부의 출범 이후 순항할 것이라는 북미 관계가 어긋났던 최초의 발단을 제공한 것이 바로 키 리졸브 훈련이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이 3월 29일까지 NLL 인근을 항해 금지구역으로 선포했다는 것은 키 리졸브 훈련에 대해 지난해보다 한층 더 강경한 대응을 하겠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다. 키 리졸브 훈련이 실시되고 특히 한미연합군이 서해 일대에서 훈련을 전개한다면 북한의 함포사격훈련은 극에 달하게 될 것이며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 역시 최고조에 이르게 될 것이다.
NLL 평화적 해법, 미궁에 빠지다
둘째, NLL 문제가 미궁에 빠졌다는 것이다. 2007년 2차 남북정상회담 직후인 11월 말 2차 남북국방장관 회담이 개최되었다. 그 회담에서 총 7개조 21개 항의 합의가 도출되었는데 여기에는 NLL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남북군사공동위원회 구성도 포함되었다.
그동안 북한의 입장은 NLL 문제를 정전체제의 연장선으로 보고 북미 사이에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북한은 두 차례의 정상회담 그리고 남북관계의 개선을 통해 남북 사이에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인식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MB 등장 이후 북한의 입장이 바뀌었다. 2009년 5월 이명박 정부가 PSI(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 전면 참여 발표에 반발하여 북한은 판문점대표부 명의의 성명을 발표하고 정전협정에 구속받지 않을 것이며, 서해 5도 인근 남측 선박의 안전항해를 담보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리고 12월 21일에는 서해 일대에 '평사해상사격구역'을 지정했고, 급기야 지난 1월 25일 '항해금지구역'을 선포하고 포사격훈련을 강행했던 것이다.
NLL의 평화적 해법이 사라졌고, 군사적 대결 국면이 연출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결국 NLL의 평화적 해법은 미궁에 빠져버린 것이다.
정치권, 자가당착에 빠지다
셋째, NLL 북쪽이 우리 영토라는 궤변이 난무하고 있다. NLL이 영토선이라는 이명박 정부와 보수세력의 주장을 인정한다 치고, 그래서 북한의 해안포가 NLL 이남에 떨어졌다면 '영해 침범'이라는 주장이 타당할 수는 있다. 그러나 북한에서 발사한 해안포는 NLL에서 북쪽 방향으로 2.8km 떨어진 해상에 발사되었다. 북한은 자신의 영해에 함포사격을 한 것이다.
'군사 도발'이라고 볼 수는 있겠으나 '영토침범'은 아니다. 북한의 행동은 영해에 대한 침범행위이고 휴전협정 정신을 위반한 것"이라는 한나라당의 주장이나, "명백한 국토침범"이라는 자유선진당의 주장은 궤변에 불과한 것이다. 그들의 주장대로 한다면 대한민국의 해안영토선은 'NLL'이 아니라 최소한 'NLL 2.8km 북쪽'이 되는 것이다. NLL을 영토선이라는 기존의 주장에도 부합하지 않은 자가당착이다.
하물며 NLL이 정전협정 상에도 존재하지 않은, 미국이 일방적으로 그어 놓은 남측 함대와 어선의 진출을 통제하는 북쪽 방향의 한계선이라는 점에서 그들의 자가당착은 도가 지나친 것이라 할 수 있다.
민주당의 논평 역시 아쉬움이 남는다. 민주당은 "북측의 강경파들이 남북대화에 저해되는 군사적 도발"을 감행했다고 인식한다. 상황 전개의 맥락을 잘못 읽고 있다. '보복성전'을 다짐했던 1월 15일 북한의 국방위원회 대변인 성명은 '위임에 따라' 발표되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위임'이었다는 것은 상식이다. 평화협정 회담을 제의했던 1월 11일 외무성 성명 역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위임에 따라' 발표되었다. 그 의도가 무엇이건 간에 최근 군사적 움직임은, 대화 움직임은 말한 것도 없고, 김정일 위원장의 승인 하에 이루어진 것이다.
이번 사격훈련을 '영토침범'으로 보는 시각이나 '강경파들의 도발'로 보는 시각이나 문제 해결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정점으로 하는 북한 수뇌부들의 강온 병행 전략의 맥락에서 최근 북한의 강경, 유화 행보를 판단해야 해법이 나올 수 있다.
대화냐 파국이냐, 3월 안에 결말짓자는 것
북한은 이번 함포사격훈련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을 상대로, 오바마 대통령을 상대로 아주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대화 아니면 파국 밖에 없다. 대화도 아닌, 파국도 아닌 제3의 지대는 없다. 그러니 대화를 할 것인지 파국을 겪을 것인지 결정하라'는 것이다. 아마도 그 시한을 3월 키 리졸브 훈련의 시점으로 보고 있는 듯하다.
한 가지 고무적인 현상이 발견된다. 미국 현지시각으로 26일 미 국무부의 필립 크롤리 공보담당 차관보가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행행금지구역 선포와 관련해 "그와 같은 모든 선언에 대해, 남북한 양쪽에 자제를 촉구할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물론 이 브리핑은 북한이 27일 오전 함포사격훈련을 하기 전에 나온 것이다. 함포 사격 훈련에 대해 "도발적 행동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논평을 내놓긴 했다.
그러나 '남북 양쪽에 자제를 촉구한다'는 26일 논평은 상당한 뉘앙스를 갖고 있다. 북한의 함포 사격 훈련 실시에 대한 '도발' 규정이 일반적 외교 논평이라고 한다면 '남북 자제 촉구' 논평은 상당히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촉구할 것'이라는 대목을 미국은 '파국을 원하지 않고 대화를 원한다. 그리고 파국이 아닌 대화를 위해 남측 당국에도 적절한 외교를 기울일 것이다'라고 해석한다면 너무 지나친 해석일까.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민주노동당 새세상연구소 연구원입니다.
이 글은 새세상연구소 홈페이지(www.nci.or.kr)에도 게재됩니다.
| 2010.01.28 18:40 | ⓒ 2010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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