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층 안양청사? 기업만 웃고, 시민은 찬밥된다

[주장] 선거 앞두고 불도저로 변신한 이필운 안양시장

등록 2010.01.29 11:40수정 2010.01.29 11:40
0
원고료로 응원

 안양시 구상하는 100층 복합청사 투시도
안양시 구상하는 100층 복합청사 투시도 최병렬
안양시 구상하는 100층 복합청사 투시도 ⓒ 최병렬

안양시가 시청사 부지에 100층 규모의 가칭 스카이 타워를 건설한다는 뉴스가 전국적으로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먼저, 대부분의 언론은 '100층 초호화 청사'라고 보도했는데, 이는 사실과 좀 다르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상황은 더 나쁘다. 청사야 호화판이든 아니든 시민의 것이라 할 수 있겠지만, 안양시는 청사 부지라는 시민의 땅 위에 100층 규모의 건물을 지은 뒤 이를 민간에 분양할 방침이다.

 

시민에게 공공부지 환원? 거짓말 하지 마세요 

 

결국 시민의 몫인 시청사 부지를 기업의 이윤 획득 수단으로 제공한다는 의미인데도 안양시는 공공부지를 시민에게 환원한다는 의미의 '리턴 프로젝트' 운운하며, "마침내 시청사도 시민에게 돌려준다"고 홍보했다.

 

시가 밝힌 대로 이 초고층 빌딩에 호텔, 컨벤션센터, 생산시설, 기업, 관광복합시설 등과 함께 시청사가 입주하면 청사부지는 거액을 투자한 기업들이 추구하는 최대 이익 실현에 방해가 되는 모든 것은 엄격히 통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시민들은 초고층빌딩의 입주업체(?) 중 하나인 시청에 방문하는 것조차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부도덕해 보이는 것은 공공부지인 시청사 부지를 기업에 제공하겠다는 엄청난 계획을 철저한 보안 속에 밀실에서 세웠다는 점이다. 누가 그 논의에 함께 했는지는 끝내 밝히지 않았다.

 

이필운 안양시장은 입만 열면 시민을 섬기겠다는 '섬김행정'을 말했다. 그 말은 그러 하나의 정치적 수사였음이 이번 일을 통해 명백하게 드러났다고 본다. 진정 시민을 섬길 요량이면 이런 구상의 밑그림 단계부터 그가 섬기겠다는 상대인 시민과 함께 했어야 했다.

 

초고층빌딩 건립에 나선 배경 역시 본질을 비껴나도 한참 비껴났다고 본다. 이 시장은 청사부지에 초고층빌딩을 세워 시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의 토건적 발상과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도시의 참된 발전은 고층빌딩 건립과 아무 관계없다. 돈 없어도 살기 좋은 도시는 전 세계에 즐비하다. 문제는 공동체성 회복을 통해 자연 친화적 환경을 꾸미는 한편, 도시의 내재적 성장 동력을 키우는 등 소프트웨어 문제이지 하드웨어가 아니라고 본다.

 

선거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고, 이 시장의 임기 또한 5개월 뒤 끝나는 시점에 이런 구상을 밝힌 것은 누가 봐도 부적절했다. 선거 전략용이라는 비판은 난무할 것이고, 어떤 변명도 먹히지 않을 것이다.

 

십년 만년 시청사 들어서 있어도 괜찮다

 

 현재의 안양시청사 전경
현재의 안양시청사 전경 최병렬
현재의 안양시청사 전경 ⓒ 최병렬

이밖에도 문제는 즐비하다. 인근의 낮은 아파트들의 조망권 침해 문제가 불거질 것이며, 주변의 비교적 쾌적한 교통 환경도 크게 나빠질 것이다.

 

안양시는 또 "그 비싼 땅을 용적률 54.5%짜리 시청사가 깔고 앉아 있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시민들은 이제까지 아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으며, 앞으로 100년은 깔고 앉아 있어도 아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시민들은 그 드넓은 시청사 마당에서 주말이면 도시락을 먹고, 청소년들은 공도 차고, 잔디 위에서 결혼식도 하고, 차도 세워놓는 등 자유롭게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초고층빌딩이 들어서면 어림없는 일이겠지만.

 

안양시는 이 터무니없는 일을 일사천리도 진행할 예정이란다. 이달에 T/F팀을 꾸리고 다음 달에는 투자설명회를 연다고 한다. 비교적 시민의 말을 잘 들어주는 단체장으로 이름났던 이 시장도 선거가 코앞이니 불도저로 변신하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다.

 

이 시장의 이번 퍼포먼스는 단언컨대 실패작이다. 당장 멈추고 사과하는 편이 사태를 수습하는 첩경이라 생각한다.

2010.01.29 11:40ⓒ 2010 OhmyNews
#안양시 100층 건물 #이필운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3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톡톡 60초

AD

AD

AD

인기기사

  1. 1 "박근혜 팔아 돈 벌더니 집 가압류?"... 가세연의 '비정한 애국' "박근혜 팔아 돈 벌더니 집 가압류?"... 가세연의 '비정한 애국'
  2. 2 이 대통령 "나를 엮어보겠다고 녹취록 변조까지 하더니" 이 대통령 "나를 엮어보겠다고 녹취록 변조까지 하더니"
  3. 3 태어나보니 백기완 손주였다 태어나보니 백기완 손주였다
  4. 4 [단독] 한강버스 '결빙 안전관리계획 문서', 한강 결빙 이후 8일 지나 만들었다 [단독] 한강버스 '결빙 안전관리계획 문서', 한강 결빙 이후 8일 지나 만들었다
  5. 5 공소기각에 환히 웃은 곽상도 "난 피해자, 그만 좀 괴롭혀라" 공소기각에 환히 웃은 곽상도 "난 피해자, 그만 좀 괴롭혀라"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