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장 풀린 스위스 비밀금고, 역외탈세 차단 '전환점'

등록 2010.01.29 13:54수정 2010.01.29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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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일보 최정희 기자] 지난해 스위스가 자국 은행들의 '금융 비밀주의'를 사실상 철회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면서, 각국에서는 스위스와 자국민의 금융계좌 정보 등 금융정보를 교환하는 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작업을 한창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현재 1981년 체결된 스위스와의 조세조약을 개정해 금융정보 등을 포함한 포괄적인 '정보교환' 규정을 삽입하기 위한 실무적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스위스와의 조세조약 개정이 타결되면, 다른 조세피난처와의 정보교환 협정에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돼 국내 일부 부유층이 스위스와 조세피난처 등에 숨겨둔 재산을 찾아낼 수 있는 획기적 교두보가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스위스 금융 비밀주의 무너지다"= 지난 1934년 스위스는 자국은행들이 고객의 정보를 공개할 경우 벌금을 내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했고, 스위스 은행들은 고객의 정보에 대한 철저한 '비밀주의'를 지키며 전 세계 부유층의 '재산도피처'로 각광을 받았다.

그러나 지난 2008년 하반기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되면서 각국이 역외탈세 차단 문제에 대한 본격적인 대응 움직임을 보이면서 스위스 등 조세피난처가 '공공의 적'으로 떠올랐다.

특히 국제사회는 스위스의 금융 비밀주의를 무너뜨리기 위한 국제공조를 강화하면서 스위스로부터 항복선언을 받아냈고 이후 스위스 은행들로부터 자국의 고객 정보를 교환하는 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고객들의 금융정보에 대한 철저한 비밀주의를 '경쟁력'으로 삼았던 스위스 은행들만의 강점이 완전히 사라지게 된 반면 각국은 스위스 은행들에 묶여 있던 자국 부유층의 은닉재산을 찾아내 과세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 대한민국의 현 주소는?= 국내 일부 부유층이 스위스 은행에 거액의 재산을 은닉하고 있다는 의혹은 있어도 '실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그렇게 했을 '개연성'이 높다는 정도의 인식이 자리잡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재산이 29만원"이라고 했던 전두환 前대통령과 IMF경제위기를 촉발시킨 장본인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초고액 체납자, 정태수 前한보그룹 회장이 스위스 은행에 엄청난 재산을 축적시켜 놓았다는 이야기가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실체는 확인되지 않는다.

스위스 은행들의 비밀주의 장벽에 막혀 계좌정보를 확인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과세당국인 국세청도 내부 고발자 등에 의한 신빙성 있는 역외탈세 제보를 입수하더라도 스위스 은행들로부터 계좌정보를 넘겨받을 길이 없기 때문에 사실상 아무런 조치도 취할 수가 없는 상황인 것이다.

현재 국세청이 각종 제도적.행정적 장치(해외금융계좌 신고제 도입, 국제거래세원 통합분석 시스템, 역외탈세 추적전담센터) 등을 설치해 역외탈세 차단에 나섰지만, 스위스를 포함한 조세피난처 국가와의 조세조약 개정(정보교환 규정 삽입)이 전제되지 않을 경우 어느 정도 '한계점'에 부딪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스위스와의 조세조약이 개정돼 정보교환 규정이 기능을 발휘하는 시점부터는 국세청이 일부 부도덕한 부유층의 은닉재산 정보를 한층 광범위하게 수집, 본격적인 과세에 착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는 탈세정보가 있다고 하더라도 계좌정보 부재로 세금추징은 불가능하다"며 "스위스와의 조세조약이 개정될 경우, 역외탈세를 통한 해외 은닉재산에 대한 과세가 사실상 가능해 진다"고 설명했다.

□ 한-스위스 조세조약 개정, 어디까지 진행됐나= 현재로서는 양국이 조세조약상 정보교환 규정 삽입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한 정도의 단계로 알려져 있다. 조세조약이 개정되기 위해서는 양국이 직접 협상테이블에 앉아 논의를 개시해야 한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프랑스에서 열린 OECD재정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세제실 실무진을 통해 현지에 파견된 스위스 정부 관계자 등과 조세조약 개정을 위한 구체적인 협상 일정 등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에 따라 이른 시일 내에 양국 대표들이 협상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조세조약 협상의 특성을 감안하면 다소 시간을 오래 끌 가능성도 없지 않다.

어찌됐건 양국이 정보교환 규정 삽입에 대한 공통된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절반은 성사시킨 것과 다름없다는 분석이다. 남은 것은 조세조약 협상 실무부서인 재정부가 어느 정도의 의지를 가지고 '가속도'를 낼 것인지 여부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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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비밀금고 #역외탈세 #조세조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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