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진 피해를 입은 아이티에서 대사관 직원들이 사무실에서 에어컨을 세게 틀고 맥주를 가득 쌓아놓고 생활했다는 MBC 보도에 대해 진실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사진은 아이티 참사 현장.
월드비전
아이티 지진 참사 현장의 대사관 직원 '에어컨 사무실'과 가득 쌓여 있는 맥주의 진실은 무엇일까?
아이티 지진 참사 현장에서 활약하고 있는 119국제구조대의 '열악한' 모습과 현지 도미니카 외교관의 '편안한' 모습을 비교해 큰 파장을 불러온 1월 28일 MBC <뉴스데스크>의 보도가 사실과 다르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경우에 따라서는 외교부와 방송사의 진실 공방으로 번질 수 있어 관심을 모은다.
직접 아이티에서 구조 활동을 벌였던 한 119구조대원은 30일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글을 올려 "MBC 보도를 보고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며 "우리 119구조대와 외교부는 대립관계가 아니고 협조하고 공조하는 관계였다"고 밝혔다.
이 대원은 "(보도에서) 물 한 번 받았다는 내용은, 물차가 한 번 들어왔다는 소리지, 샤워를 한 번 밖에 못했다는 의미는 아니었다"며 "현장에서 숙박하는 5일 동안 첫날은 물이 모자라서 세수만 했지만, 나머지 4일은 모든 직원들이 샤워를 했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대사관 직원들이 쌓아둔 맥주도, (대사관에서) 열심히 일하는데 격려한다고 휴식 시간에 구조대원들과 봉사단원들에게 나눠 줬다"며 "나도 2캔을 마셨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우리는 모두 매트리스를 깔고 잤고, 사무실에 쌓여 있던 것들은 우리 다음으로 오는 2진을 위해 미리 다 놓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구조대원은 자신이 아이티에 다녀온 것을 입증하기 위해 서울-스페인 마드리드행 비행기표와 아이티 현장에서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이 글과 관련 119중앙구조대는 <오마이뉴스> 통화에서 "글을 쓴 사람은 현장에 다녀온 구조대원이 맞다"며 "의도와 달리 진위 여부 논란에 휩싸여 현장에 다녀온 119대원들 모두 곤란한 상황이 됐다"고 불편한 마음을 나타냈다. 해당 글은 31일 오후 아고라에서 삭제됐다.
MBC 보도의 문제를 지적한 글은 또 있다. '대한민국 긴급 구조대' 구성원으로 아이티에 다녀왔다고 밝힌 한 인사도 인터넷 게시판에 "주 도미니카 대사가 구조 활동이 종료된 구조 현장 방문을 하면서 격려 차원에서 맥주를 가져간 것은 '사실'(fact)이고, 파견된 구호대 모두가 (맥주를) 공유했다"며 "쌓여있는 맥주와 콜라를 보면서 외교관이 (모두) 먹고 마시는 듯하다고 생각한다면 '진실'(truth)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물은 계속 어떻게든 구해서 채웠기 때문에 뉴스처럼 1주일동안 한 번밖에 샤워하지 못했다는 인터뷰는 뭔가 이상하다"며 "기자들도 매일은 아니더라도 몇 번씩은 다 그 샤워장에서 샤워를 했다"고 밝혔다.
최원석 주 도미니카 대사관 서기관 역시 30일 아고라에 글을 올려 "지진 직후 파견되어 있던 16일 동안 봉사대원 그리고 저를 포함한 대사관 직원 간에는 화장실 및 샤워실 사용, 식사 등에 있어 아무런 구별이 없었다"며 "저희는 구호대원이 라면을 먹을 때 같이 먹었고, 화장실과 샤워실도 같이 사용하였다"고 MBC 보도를 반박했다.
MBC는 지난 28일 관련 보도를 통해 "119구조대원들은 물이 부족해 샤워를 제대로 못하고 맨바닥이나 다름없는 텐트 안에서 잠을 청해야 한다"며 "하지만 대사관 직원들이 머무는 사무실은 에어컨이 시원하게 나오고 뜯지도 않은 매트리스와 맥주가 쌓여 있다"고 전했다.
또 강성주 주 도미니카 대사는 MBC와의 인터뷰에서 "스스로 여기(아이티)에서 식사 문제라든지 자기 모든 개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분들만 와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런 보도가 전해진 뒤 인터넷 등에서는 강 대사를 비판하는 여론이 들끓었고, 외교통상부 홈페이지는 한 때 먹통이 되기도 했다.
MBC 보도국은 위와 같은 반박에 대해 후속 보도를 통해 재반박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보도국 한 간부는 "보도국 차원에서 대책을 논의하고 있고, 2월 1일 오후쯤에는 후속 보도가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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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 참사 현장 '에어컨 사무실'과 맥주의 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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