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에 꼭 가 봐야 할 곳, 아말피

<유럽기행 73> 아말피(Amalfi) - 살레르노(salerno) 지중해 기행

등록 2010.02.02 08:45수정 2010.02.02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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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포지타노 전망대 과일가게. 지중해의 태양을 받고 자란 복숭아가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포지타노 전망대 과일가게. 지중해의 태양을 받고 자란 복숭아가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 노시경

포지타노 절벽 위의 집들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도로 변 전망대에 내렸다. 포지타노 마을로 내려가는 골목길은 한눈을 팔면 자칫 놓치기 쉬운 곳에 있었다. 우리는 복숭아와 청포도를 파는 과일가게 앞에 멈춰섰다.

뜨거운 태양의 열기를 먹고 자란 복숭아의 당도는 세계 최고였다. 너무 뜨거운 열기에 벌레들도 복숭아를 파먹을 엄두를 못 낸다고 한다. 나와 나의 가족은 손이 젖는 줄도 모르고 가게 아주머니가 씻어준 복숭아를 씹으며 수많은 계단의 골목길을 내려갔다. 골목길에는 화사한 부겐베리아가 지중해의 색상을 뽐내고 있었다. 나는 사랑하는 딸과 함께 복숭아를 씹으며 이 운치있는 골목을 걸어서 내려왔다.


복숭아를 먹으며 바라본 골목길은 세계에서 유래가 없을 정도로 독특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층층이 들어선 집들 사이의 가파른 골목길을 누비는 여행은 행복이었다.

한 호텔의 발코니에 한번 서 보았다. 지중해의 푸른 바다와 포지타노 특유의 아찔한 절벽 집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집들을 사이에 두고 푸른색 일색인 하늘과 바다가 마치 겹쳐지는 것 같이 보였다. 그리고 강렬한 태양이 머리 위에 있었다.

a 멀어져 가는 포지타노. 아름다운 해변과 절벽 위의 집들이 아쉬움 속에 멀어져 간다.

멀어져 가는 포지타노. 아름다운 해변과 절벽 위의 집들이 아쉬움 속에 멀어져 간다. ⓒ 노시경


나는 정말이지 떠나고 싶지 않은 포지타노를 반나절만에 떠날 수 밖에 없었다. 오늘 밤까지 로마로 돌아가야 할 여정이 내 앞에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나는 포지타노(Positano)를 떠나는 배를 탔다. 이탈리아의 바다, 지중해로 배는 나아가고 있었다. 바다의 신 넵튠의 연인 이름인 포지타노는 마치 맺어질 수 없는 연인처럼 멀어지고 있었다. 해변에 정박해 있는 작은 배들이 마치 모형같이 작아지고 있었다.

이 배는 이탈리아 남부 해안의 아말피(Amalfi)를 거쳐 살레르노(salerno)까지 가는 배다. 배 위에는 많은 관광객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이탈리아의 모든 계층을 망라하듯이 다양한 이탈리아 사람들이 배 위의 좌석을 채우고 있었다. 배의 데크 위에 있는 좌석 위로는 강렬한 햇살이 쏟아지고 있었다.

그늘 진 배의 가장 앞쪽 자리는 미리 배에 타고 있던 이탈리아의 건장한 청년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모두 몸무게가 100kg은 되어 보이는 거구들이 선글라스까지 끼고 있었다. 우리들은 한국어로 속닥거리며 웃었다.


"오늘 이배에 넉넉한 덩치들이 많이 탔다. 꼼짝도 하지 않고 앉아있네. 오늘 이 배의 무게가 많이 나갈 것 같아!"

나이 어린 신영이는 이 배에 탄 한국 어른들의 질문을 받고 있었다. 한국 여행자들이 대부분 대학생들이라 어린 신영이는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이탈리아의 아주머니가 한국의 어린이들이 이야기하는 모습을 물끄러미 보고 있었다. 동양에서 온 어린 소녀들이 그녀에게는 너무 예쁘게 보였던 모양이다.


지중해의 따사로운 햇살이 눈이 부시게 배의 데크 위로 쏟아지고 있었다. 오늘의 날씨는 정말 신의 축복을 받은 듯이 화창하고 밝은 날씨이다. 나는 햇살 아래에서 즐거이 광합성을 했다. 바다는 찬란했다. 나는 포지타노를 떠나는 아쉬움에 포지타노를 보며 연신 사진기의 셔터를 눌러댔다. 오전에 걸었던 꼬불꼬불한 포지타노의 골목길들과 그 사이의 아름다운 집들이 정말 그림 같았다. 그 해변의 풍경은 사진이나 그림으로 표현할 수 없는 신화 속의 세계였다.

a 아말피 전경. 중세시대에 강력한 해상왕국으로 이름을 날리던 곳이다.

아말피 전경. 중세시대에 강력한 해상왕국으로 이름을 날리던 곳이다. ⓒ 노시경


우리가 지금 나아가는 아말피(Amalfi) 해변은 내셔널 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에서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 중의 하나'로 선정되었던 곳이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이라는 뜻이다. 원래 이탈리아 사람들이 선호하던 휴양지인 이곳은 현재 세계인들의 여행지가 되었다. 세계 7대 비경이라고도 하는 아말피로 가는 배 안에는 많은 관광객들이 북적대고 있었다.

꼬불꼬불 산을 끼고 돌아가는 산길은 배 위에서도 바라다보였다. 산길은 바다를 끼고 해안 절벽에 형성된 마을들을 잇고 있었다. 현재는 아말피 도시보다도 아말피로 가는 산길과 바닷길이 더 유명해졌다. 절벽 위로 난 최고 드라이브 코스 위로 버스와 승용차들이 느릿느릿 움직이고 있었다. 2차선 도로는 버스 한대가 지나가기에도 힘겨워 보이는 낭떠러지 길이지만 소렌토(Sorrento)에서 아말피로 가는 길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로 이름나 있다.

바쁘게 돌아가는 서울에서 온 나그네의 눈에는 이탈리아 남부 해안 마을들이 너무나 조용했다. 그리고 그 마을 속의 작은 집들이 너무 정겨웠다. 배가 아말피를 향해서 나아갈 때마다 해안의 절경은 파노마라처럼 스스로 바뀌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바다는 질리지 않았다.

a 아말피 원경. 아말피 가는 길은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으로 꼽힌다.

아말피 원경. 아말피 가는 길은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으로 꼽힌다. ⓒ 노시경


이 바닷가는 내가 살아왔던 생애에서 보았던 바닷가 중에서 최고의 바닷가였다. 코발트 빛 바다도 아름답지만 절벽 위에 걸쳐 놓은 듯이 세워진 집과 호텔들도 절경이었다. 절벽에 붙여서 세워진 집들은 산위를 가득 메우고 있었고 마치 무너져 내릴 듯이 아슬아슬해 보였다.

이 집들은 모두 한결같이 짙푸른 바다를 보고 있었다. 바닷가로 골격을 드러내듯이 튀어나온 바위절벽도 아름답지만 파스텔톤의 아름다운 집들이 이곳을 장식하고 있어서 더 아름다운 것 같다. 대개 자연 속에 집을 지으면 자연의 아름다움이 깨지지만 이 아말피 해변은 자연에 더한 인공이 아름다움을 발하고 있었다.

드디어 아말피에서 배가 멈췄다. 포지타노와 같이 평지는 적고 산위로 주택과 건물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작은 평지에는 자갈돌과 모래로 이루어진 해변이 조금 걸쳐 있었다.

아말피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 중의 한곳으로 유명하지만 중세시대에는 이탈리아의 강력한 아말피 자치공화국의 수도로서 번성했던 곳이다. 중동에서 종이, 커피, 카펫 등이 이탈리아로 들어올 때 모두 이 지중해의 아말피를 통해서 처음으로 들어왔다. 베니스가 번성하기 전에 아말피는 가장 강력한 해상국가였었다. 그래서 현재 이탈리아의 해군기의 문장에는 베니스, 제노바, 피사와 함께 이 곳 아말피의 문장이 포함되어 있다.

아말피 산중턱과 해변이 만나는 곳에 아말피의 상징적인 건물인 아말피 두오모(Amalfi Duomo)가 보였다. 회색의 두오모 건물 중앙에는 급격한 경사의 계단이 이어지고 있었다. 두오모 뒤의 산중턱까지는 모두 집들이 빼곡하게 이어지고 있었다. 푸른 바다, 푸른 하늘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집들은 역시 아름다웠다. 해변가에서 올려다 본 아말피의 건축물들은 마치 하늘에서 쏟아질 것만 같았다.

그러나 이 부근의 해안가는 오스만 투르크 해적들의 무수한 침략을 경험했던 곳이기도 하다. 마치 조선시대 해안가에 왜구가 침입했던 것과 같이 이탈리아의 해변 사람들도 트루크 족의 침략에 시달렸었다. 현재 바닷가 절벽 위의 집들은 아름답기 그지없지만 옛날에 이 아말피 절벽 위의 집에서 살던 사람들은 바다를 그저 행복한 마음으로만 바라보지는 못했을 것이다.

두오모 주변으로는 휴양지의 여행자들을 유혹하는 기념품 가게들이 성업 중이다. 남부 이탈리아 해안의 특산품인 레몬과 귤을 파는 가게가 있다. 레몬은 내가 지금까지 봐 왔던 것들 중에서 가장 컸다. 레몬 가게 옆으로는 레몬으로 만든 레몬첼로라는 이 지역 특산주를 파는 가게가 있다. 술의 색은 마치 레몬 같이 예쁜 색이지만 얼음을 꼭 섞어 먹어야 하는 아주 독한 술이다. 레몬비누와 각종 파스타 재료를 파는 가게, 아름답게 채색된 그릇을 파는 가게, 과일가게, 야채가게들도 많다. 이태리 특유의 아기자기한 가게들이다.

배는 다시 남부해안마을의 마지막 하이라이트인 살레르노(salerno)를 향해 출발했다. 절벽 위의 집들이 계속 우리를 쫓아오고 있었다. 신영이는 강렬한 햇살 속에서도 엄마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용케 자고 있었다. 오전의 해수욕으로 인한 피곤함이 신영이로 하여금 지중해 위에서 낮잠에 빠져들게 하고 있었다.

a 배위의 이탈리아 청년들.  스스럼 없이 말을 붙이고 사진을 찍어주는 친근한 사람들이다.

배위의 이탈리아 청년들. 스스럼 없이 말을 붙이고 사진을 찍어주는 친근한 사람들이다. ⓒ 노시경


우리가 앉은 좌석 옆으로는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이탈리아 청년들이 처음 만난 아가씨들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나는 배 주변의 전후사방을 사진 찍고 있었다. 그 청년이 대뜸 이 아가씨들과 함께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다.

"포토, 포토!"
"어렵지 않지. 자, 웃으며, 하나, 둘, 셋!"

그들은 오래 사귄 다정한 연인들처럼 사진기 앞에서 웃으며 포즈를 취했다. 이탈리아 남부 남자들의 바람기는 워낙 유명한데, 이렇게 어린 젊은이들에게도 그 전통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들을 처음 만난 아가씨들도 선글라스를 끼었지만 아주 앳되 보였다. 하지만 이 이탈리아의 아가씨들도 청년들과 수작을 주고받는 게 싫지 않은 눈치였다.

배 위의 모든 사람들이 이 이탈리아 청년들과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들은 사진을 부쳐달라는 부탁도 하지 않았다. 그들은 웃으며 나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들은 그저 고맙다고만 했다. 그리고는 나의 가족사진을 흔쾌히 찍어줬다. 스스럼없이 나에게 말을 붙이고 금방 또 자기들끼리 대화에 열중하고 있었다.

a 살레르노 항구. 아슬아슬한 수영복을 입은 남녀가 배를 타고 항구로 들어가고 있다.

살레르노 항구. 아슬아슬한 수영복을 입은 남녀가 배를 타고 항구로 들어가고 있다. ⓒ 노시경


배는 서서히 살레르노의 항구 안으로 들어섰다. 포지타노와 아말피와는 풍경이 조금 다른 항구도시였다. 항구에 조용히 정박해 있는 수많은 요트들이 평화로워 보였다. 아슬아슬한 수영복을 걸친 남녀가 배를 타고 항구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방조제의 안쪽에서는 이탈리아 젊은이들이 자리를 깔고 일광욕을 하고 있었다. 마치 우리나라 사람들이 공원에 가서 자리만 깔면 고기를 구워 먹듯이 이들은 풍성한 햇볕만 만나면 자리를 깔고 일광욕을 하고 있었다.

a 살레르노 피자. 가장자리가 약간 탔지만 양이 푸짐해서 먹을 만 했다.

살레르노 피자. 가장자리가 약간 탔지만 양이 푸짐해서 먹을 만 했다. ⓒ 노시경


우리는 살레르노의 한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너무 허기가 졌다. 우리는 피자를 넉넉하게 시켰다. 피로가 싹 풀리는 맥주를 한 잔 했으면 좋겠지만 이 가게에서는 맥주를 팔지 않았다. 카푸치노 생각도 간절했다.

서서히 해가 지고 있었다. 항구도시 절벽의 집들에 불빛이 켜지기 시작했다. 지중해의 마을들이 더욱 예쁘게 다가왔다. 이곳에 머무르지 못하고 해 지는 모습을 보는 것이 너무나 아쉬웠다. 노을은 더 아름다웠다. 해가 만든 그늘이 해변 마을의 집들에 긴 음영을 드리우고 있었다. 저녁이 깊어지자 지중해 바닷가의 집들에서 불빛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U포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포지타노 #아말피 #살레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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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와 외국을 여행하면서 생기는 한 지역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지식을 공유하고자 하며, 한 지역에 나타난 사회/문화 현상의 이면을 파헤쳐보고자 기자회원으로 가입합니다. 저는 세계 50개국의 문화유산을 답사하였고, '우리는 지금 베트남/캄보디아/라오스로 간다(민서출판사)'를 출간하였으며, 근무 중인 회사의 사보에 10년 동안 세계기행을 연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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