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평양대마방직은 북에 갈 수 없을까

등록 2010.02.05 10:57수정 2010.02.05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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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가 지난 민주정부 10년 동안 조심스럽게 발전시켜온 남과 북의 교류와 화해 흐름을 파기한 것은 다 알려진 사실이다. 개성공단 사업이 우여곡절 끝에 지속되고는 있지만 불안정한 긴장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고, 북측의 경직된 대응 탓도 있겠지만 어쨌든 금강산 관광사업이 중단상태에 있으며, 물품 '지원'을 비롯한 남북 경협도 미미한 수준에서 일부 명맥을 잇고 있는 정도의 상황이다.

초기 남북경협은 자선단체, 종교단체, 시민단체들이 생필품이나 의약품 등을 지원하는 것으로부터 비롯되었다. 이러한 남북교류와 경제협력의 성과와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사업이 남북경협의 상징으로 뿌리를 내려가던 참이었다.

궁극적으로 한반도 경제공동체를 지향한다는 관점에서 보자면, 남측 단체들이 북측에 물품을 '지원'하는 형태의 경협은 가장 초보적인 아주 낮은 수준의 방식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은 단순한 물품 '지원'보다는 한 단계 더 높은 경협 형태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개성공단이 한반도 남과 북의 공동 번영과 평화를 상징하는 매우 중요한 의미 있는 사업인 것은 분명하지만, 경협의 내용은 남측의 기술-경영과 북측의 토지- 노동력이 결합한 형태인 것이다. 금강산 관광 사업은 관광요금을 지불하는 형태이다.

그런데,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 사업과는 다른 형태의 경협이 진행되어온 현장들이 있다. 평양대마방직을 포함해 평양 등 북한 내륙에서 사업하는 남측 업체들이다. 북측의 물자를 남에서 판매한다든지, 자원 등을 공동 개발한다든지, 공동출자를 한다든지 하는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어 왔다. 약 500개로 추산되는 이들 민간 기업들은 이명박 정부의 방북 불허로 사업 자체가 고사될 위기상황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특히, 평양대마방직은 남북이 공동출자해서 만든 한반도 최초의 남북 합영회사로서 그 성공에 대해 기대를 모은 곳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참여정부 시절에도 이들 민간 기업들이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 못지않게 남북 경협의 중요한 한 축을 맡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민간'이라는 이유만으로 수출입은행을 통한 자금지원이 까다롭게 적용되었으며, 북측 부동산에 대한 담보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등 정부 관료들의 무관심 속에서 혈로를 개척해온 것이다. 남북경협 기금 사용도 제대로 활용할 수 없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오죽하면 뒷전에서는 통일부를 '반 (反)통일부'라고까지 불렀겠는가?


나는 지난 2006년 초 무렵에 김정태 평양대마방직 이사장을 만난 이후, 나름대로 민간 차원의 남북경협의 중요성을 깨닫고, 백방으로 타개책을 찾아서 동분서주해왔다. 수출입은행을 여러 차례 드나들어 봤고, 정부 관계자나 언론을 접촉해서 '민간' 경협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지원방안을 모색해보기도 했으며, 비공식적이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실상을 전하는 노력도 기울인 바도 있다.

지난 2006년 4월에는 방직기계를 가득 실은 트럭 20대를 개성시 봉동역에서 북측에 넘겨주는 행사에 김정태 회장과 같이 참석한 적이 있고, 2008년 11월에는 평양대마방직 준공식에 250여명 참관단의 일원으로 김정태 회장과 같이 평양에 있는 평양대마방직을 방문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내가 뼈저리게 느낀 것은, '민간' 사업이라는 이유로, 일반 기업들이 돈벌이한다는 그러한 인식 수준에서 남북협력 '민간' 기업들이 방치되어왔다는 것이다. 사실은 '민간' 사업이기 때문에, 자본주의 경제의 긍정적인 측면에 대한 '학습효과'가 기대되었던 것이며, 남과 북의 상호 이해를 높일 수 있는 실질적인 경협이었으며, 장차 한반도 경제공동체 비전의 '민간' 축을 형성할 소중한 협력 사업이 될 것이라는 점 등에서 보자면, 오히려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보다 더 높은 국민적 관심이 기울여져야 할 남북경협 사업인데도 불구하고, 언론과 정부는 물론이고 국민들도 외면해왔던 것이다.

개별 '민간 기업'을 도울 이유나 필요가 있느냐?는 식으로 말이다.

한반도 경제공동체 구상이라는 것이 아직은 그 실체가 구체화되어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아마도 남북 경협이 진전된다면 예상할 수 있는 경협 방식은, 1.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 같은 컨셉의 경협이 확대되는 방식. 2. 남북정부 차원에서의 북측의 철도, 도로, 항만, 전력, 통신, 개발, 기타 SOC 등에 대한 건설사업 협력 방식. 3. '민간' 차원의 다양한 형태의 경제협력 방식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결국은 이러한 3가지 부분들이 잘 진행되고, 상호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남과 북의 경제가 공동으로 발전하는 것이 '한반도 경제공동체' 구상일 수 밖에 없겠다.

이런 구상들을 치밀하게 조직하고 추진해도 모자랄 판에, 이명박 정부는 들어서자마자  '민간' 기업들의 방북을 불허해 왔던 것이다. 24시간 달라붙어서 일을 하고 머리를 짜내고 해도 '민간 기업' 하는 일이 만만치 않을 터인데, 방북 불허라니?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한반도 공동 번영을 방해하는 반민족적 행위라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경제가 어렵다면서, 경제를 살리겠다면서, 한반도 경제발전의 소중한 싹마저 뭉개버리겠다는 이러한 처사를 그냥 두고 보아야만 하는 것인지? 답답하기만 하다.

'평양대마방직'에 대한 사형선고(?)를 받고 실의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김정태 회장은 항변한다.

"이들 업체는 20년 전 노태우 정부 때부터 정부의 사업승인을 받아 북한에 진출했는데, 이들 업체에 대한 방북 불허는 개성공단 업체들의 방북은 물론 대북 지원 단체들에 대한 제한적 허용에 비춰서도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

"정부에서 임의로 사업 활동을 막는 것은 남북교류법에 비춰 봐도 근거가 없고, 북한 경제의 중국 예속화를 가속화시키는 근시안적 사고다."

한편 중국은 북한경제를 빠르게 장악해나가고 있다. 지하자원은 물론이고 경공업 분야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김정태 회장은 말한다. "평양대마방직은 엄청나게 밀려오는 중국산 섬유제품을 견제하자는 뜻도 있다."

아울러 김정태 회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미국 기업으로부터 북.미 관계에 특별한 악재가 없다면, 빠르면 3,4월 늦어도 6월 안에 평양에 미국의 무역대표부가 서고 워싱턴에 북한의 연락사무소가 설 것이라는 말을 전해 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른 언론 보도에 의하면, "미국 정부가 먼저 움직이는 것이 부담이 있기 때문에 민간 기업 쪽에서 먼저 움직이는 쪽으로 북미가 합의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기업이 북한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신변에 대한 안전보장이 필요한데, 이것을 위해 낮은 수준의 외교관계를 추진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최근 김정태 회장에 대한 취재방안을 찾기 위해서 인터넷을 보고 나에게 전화를 해온, 미주(뉴욕) 한국일보 주필인 여주영님은 지난 2월 1일 국제전화를 통해서, "미국과 북한 사이에 움직임이 아주 빨라지고 있다"고 전해오기도 했다.

다른 국내 상공인 지도층에 있는 모씨가 전하는 바에 의하면, "독일은 남북에 모두 외교부를 설치하고 있어서 남북 관련 소식이 빠른데, 그쪽 관계자에 의하면 3-4월 남북 정상회담설(?)까지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남북정상회담 관련 멘트를 자주 하고 있다.

남북 경협에 앞장선 '민간' 기업에 대해서 방북조차 불허한 이명박 정부이기에, 마치 이명박 정부의 대북압박 정책이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인양, 그래서 북한이 굴복이라도 하고 있는 것인양, 이벤트성 멘트 따위를 흘리면서 정치적 효과나 노릴 개연성이 대단히 높다고 보지 않을 수 없어서 매우 걱정이 되는 것이다.

우선 이명박 정부는 미국과 북한의 움직임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첩보를 갖고 있을 터인데, 사실대로 국민들에게 그 내용을 밝혀야 할 것이다.

아울러 한반도 우리 민족의 운명과 관련된 중차대한 문제에 대해서 만큼이라도, 진솔하게 접근해줄 것을 거듭 촉구하는 바이다.

덧붙이는 글 | 참여정부 청와대 인사비서관를 지냈습니다.


덧붙이는 글 참여정부 청와대 인사비서관를 지냈습니다.
#이명박 정부 #남북경혐 #평양대마방직 #김정태 #김용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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