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강남에 가고 싶어하는 이유 알겠어요

등록 2010.02.09 11:00수정 2010.02.09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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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저는 서울 토박이입니다. 서울에서 태어나고 서울에서 자랐지요. 어렸을 때는 강북에서 있었고 고등학교 이후에는 강남에서 살았습니다. 그리고 최근 경기도로 이사오게 되었습니다.

경기도로 이사온 뒤 왜 사람들이 그토록 '강남'에 목매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왜 사람들이 그토록 '인 서울'을 외치는지도 알게 되었습니다.(대학뿐만 아니라 주거까지!!)


이렇게 말하면 어떤 이들은 경기도의 집이 불편하느냐는 질문을 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사온 집은 새 아파트로 최신 설비로 꾸며져 있습니다. 화장실은 자쿠지(물에서 기포가 생기게 만든 욕조)부터 샤워룸까지 완비되어 있고, 부엌은 아일랜드 스타일에 TV까지 설치되어 있습니다. 드레스 룸은 옷장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액세서리를 수납하고 넥타이나 시계를 정리할 수 있도록 따로 칸이 있더군요.

각 방은 형광등 이외에 조명시설이 따로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난방은 자동 조절이 되기 때문에 설정만 하면 외출하는 동안 꺼지고 집에 돌아올 때 즈음 저절로 돌아갑니다.

게다가 보안 시스템도 꽤 훌륭해 '외출'로 설정하고 나가면, 누군가 침입했을 때 동작 감지기가 돌아 폰으로 문자가 옵니다.(집 자랑이 아닙니다. 요즘 아파트는 다 이렇게 돼있다고 하더군요.)

'집' 이냐, '주거환경'이냐... 이미 답은 나온셈

반면, 이사 오기 전 집은 위치만 강남이었을 뿐 집 자체는 무척 낡았었지요. 화장실, 부엌, 방, 외관까지 모든 것이 그닥 좋지는 않았습니다. 집 자체만 비교하자면 강북에 살던 집이 오히려 더 나았습니다. 물론 강북에 살던 집도 지금 아파트에 비하면 구식이지만요.


그런데 엄마와 저는 이사오고 3일이 채 지나지도 않아 깨달았습니다. 사람들이 서울에서 살고 싶어하는 이유를 말입니다. 특히 강남에서 살고 싶어 하는 이유를.

강남에서 살았을 때는 집 근처에(말 그대로 동네에) 스타벅스, 커피빈, 카페베네, 크라제버거가 있었습니다. 집 바로 앞에는 동네 커피점이 있었는데,(걸어서 2분) 그 커피점은 로스팅 기계가 있는 드립커피 전문점이었습니다. 덕분에 저는 스타벅스보다 동네커피를 더 자주 애용했답니다. 커피 종류도 더 다양하고 가격도 약 1천원~2천원 정도 쌌답니다.


그리고 영화가 보고 싶으면 제 방에서 극장 좌석까지 20분이면 충분했습니다. 뮤지컬 보는 것도 아주 쉬웠습니다. 그리고 모두가 아는 대형 서점도 두 곳이나 있었습니다. 그래서 바람 쐴 겸 서점에 가기도 했지요. 서점 근처에는 스타벅스가 두 곳이나 있어 인터넷을 무료로 이용하기도 했습니다. 백화점도 두 곳이나 있었지요. 그 중 한 곳은 걸어서 20분, 차 타면 10분이 안 걸렸습니다.

집은 최신이나 주거환경은 아직 부족한 경기도..

경기도로 이사오니...엄청난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최신 시설 아파트에 기대하며 밖에 나왔는데..영화관은 커녕 서점도 찾기 힘들더군요.

백화점은 물론이고 대형마트조차 찾기 힘듭니다. 커피 전문점은 찾을 수가 없습니다. 당연히 동네 커피점 없습니다.(아직 제가 못 찾은 것일 수도 있지만요.)

저는 3일도 채 지나지 않아 저는 주거환경의 중요성을 깨달았답니다. 너무 당연하게 누렸던 영화, 서점, 커피, 뮤지컬, 식사는 결코 당연한게 아니었습니다. 강남이었기에 가능했던 것이었습니다.

주거환경이 나쁘지 않지만 2% 부족한 강북

강북에 있을 때는 당연히 경기도보다 사정이 좋았지만 강남보다는 못했답니다. 물론 문화시설이 있었지요. 그러나 집 근처에 있는 것이 아니고 특정 지역에 가야만 했습니다. 영화를 보기 위해 종로나 왕십리, 명동 등으로 나와야 했습니다. 서점도 광화문이나 종각까지 나와야 이용이 가능했습니다.

집 앞에 커피 전문점은 없었고 크라제버거나 패밀리 레스토랑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있다해도 드립커피나 로스팅 기계가 있는 곳은 찾기 힘들었습니다.

예전에 씨네21에서 직원들이 저와 비슷한 이유로 지방근무를 피한다는 글을 봤습니다. 그 때는 '비겁한 변명'이라며 지방 근무를 피하는 기자들이 우스웠는데, 제가 직접 경기도로 와보니 선택권이 있다면 저도 피할 것 같습니다.

다만 한 가지 강북과 경기도가 나은 점이 있다면 굳이 차가 없어도 편하다는 점입니다. 강남의 버스나 지하철도 잘 되어 있지만 어느 특정 지역에서는 대중교통보다 차를 가지고 가는 것이 더 편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마저 경기도에서는 해당되지 않는 사항입니다. 의정부나 안산처럼 이미 고유명사화 된 지역은 편할지 몰라도 경기도의 다른 지역은 지하철, 버스 모두 2분, 5분마다 오지는 않거든요. 교통만 편했어도..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죽하면 아버지가 저를 위해 차를 사겠다고 하실까요.

서울에 지낼때는 몰랐는데 서울 밖으로 나와보니 서울이 참 살기 편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혹여 제 글이 불쾌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저는 특정 지역을 비하하는 것이 아닙니다. 강북과 강남, 경기도 이 세 곳을 직접 경험해보니 단순히 눈 감고 넘어가기엔 분명한 격차가 존재하고 있네요.

우리 어머니들이 재테크 정보를 수집하며 부동산에 촉각을 세우는 이유를...그 이유를 조금이나마 알 것 같습니다. 제가 살아온 동안 강남과 강북, 인서울과 아웃서울의 격차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새삼 내가 사는 곳이 나아지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돈을 모아 집을 옮기는 것이 나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벌써부터 부동산에 눈떴냐구요? 하하, 아니에요. 저는 부동산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믿지 않는 20대입니다. 단지 제가 경험한 주거환경만을 놓고 기회비용을 따지자면 이사하는 것이 더 낫고 빠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입니다. 다시 20년이 지나면..그 때는 서울 밖에서도 문화생활을 쉽게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서울과 분당을 제외한 지역에서요.^^
#강남 #서울 #강북 #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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