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덕구 법동 한마음 영구임대아파트 단지의 변화는 더욱 극적이다. 무지개 프로젝트를 통해 물리적 시설 개선뿐 아니라 임대아파트 주민 간, 임대아파트-분양아파트 주민 간 교류와 소통이 이뤄졌다.
선대식
무지개 프로젝트를 통한 대덕구 법동 한마음 영구임대아파트 단지의 변화는 더욱 극적이다. 지난 1992년 입주한 한마음 아파트(36.3㎡)에는 새터민, 독거노인 등 1770세대가 살고 있다. 주민의 절반이 기초생활수급대상자다. 주변의 고급아파트로 둘러싸인 한마음 아파트는 그동안 높은 벽과 가시덤불로 인해 도시 속 외딴 섬이었다.
대전시와 대전도시공사는 2008년부터 한마음 아파트에 대해 리모델링에 가까운 시설 개선 사업을 벌였다. 곰팡이가 슨 장판·벽지 등을 모두 교체하고 화장실로 새로 바꿨다. 아파트 복도에 창문을 달고 아파트 벽면을 다시 칠했다. 벽을 허물고 버려진 땅을 공원과 놀이터로 꾸몄다.
주민 황미숙(39)씨는 "아이들이 주변의 대형 아파트에 사는 친구들을 집으로 거의 데려오지 않았고, 그동안 아이가 임대아파트에 산다는 것에 대해 상처받을까 봐 신경이 많이 쓰였다"며 "하지만 이제는 아파트가 깨끗해져서 아이가 친구들을 잘 데려온다"고 밝혔다.
한마음 아파트 주민들간의 소통과 교류도 늘었다. 새터민 이영희(52)씨는 "4년 동안 살면서 이웃과 한 마디도 안하고 지냈다"며 "밝아진 아파트 환경과 아파트를 가꾸기 위한 다양한 모임이 만들어지면서 이웃들과 만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법동종합사회복지관 김성자 부장은 "주민들이 '아파트를 둘러싸고 있던 감옥 같은 담장이 사라져 속이 시원하다'고 한다"며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물리적 시설 개선뿐 아니라 공동체 복원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무지개 프로젝트는 주민들의 마음을 얻고 있다. 지난해 11월 한국갤럽이 무지개 프로젝트 대상 지역 주민 1500명을 대상으로 추진상황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69.7%가 만족한다고 답했다. 시민사회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금홍섭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근본적인 정책 전환이 없다는 한계는 있지만, 공공이 나서서 낙후된 지역을 재생시키는 것은 옳은 길"이라고 말했다.
욕망의 도시 서울의 재개발, 대전에서 길을 찾다그렇다면, 무지개 프로젝트는 '욕망의 도시' 서울에서도 재개발을 대신할 수 있을까? 사실 대전 등 지방은 재개발 수익성이 크게 떨어지는 탓에 주민들 스스로 재개발을 부르짖지 않는다. "내 땅을 왜 재개발 못하게 하느냐"는 주민들의 비판이 크지 않다. 서울의 재개발 지역과는 상황이 다르다.
'사회적 배제 해소'라는 무지개 프로젝트의 이론적 근거를 제시한 곽현근 대전대 행정학부 교수는 "당장은 서울식 재개발의 대안모델이 되긴 힘들다"며 "예산 확보, 주민 참여 확대, 대전시-자치구 협력 체제 강화 등 앞으로 과제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는 "개발논리가 판치는 사회에서 지방정부가 나서 주민들과 함께 지역공동체를 복원하고 살기 좋은 마을을 꾸미는 것은 대안 재개발의 단초가 되는 작지만 소중한 출발"이라고 밝혔다. 금홍섭 사무처장 역시 "단체장이 개발이 아닌 사람을 정책의 중심에 놓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무모한 재개발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무지개 프로젝트는 전국적인 히트상품이 됐다. 매월 전국 지자체 공무원들과 대학 연구팀이 대전시청을 찾는다. 또한 무지개 프로젝트는 2008년 해외에서 열린 국제지역벤치마킹대회, 세계사회복지대회에서 우수시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무지개 프로젝트의 앞날은 어떨까? 이날 만난 한 주민의 말에 답이 있다.
"'삽'보다는 '사람'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개발을 부르짖는 후보는 더 이상 주민들의 표를 얻지 못할 것이다. 대신 사람을 말하는 후보는 주민들의 마음을 얻을 것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