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소설 우리 동네 고사리꽃 1

들어가는 이야기

등록 2010.02.12 09:26수정 2010.02.12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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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가 사는 공간에는 두 개 세상이 자리잡고 있다. 운이 아주 좋은 사람들은 살아있는 동안 그 두 세계를 모두 체험해볼 수 있고, 운이 그다지 좋지 않은 아주 일반적인 사람이라도 그 다른 세계의 존재에 대해서 어렴풋이 아는 행운은 얻을 수 있다.

 

그 세계에 한번 가보기 위해서 여러 가지 방법을 강구해보지만, 그런 것이 언제나 성공적인 것만은 아니다. 그리고 이 공간에 존재하는 다른 세계에 대해 전혀 들어보지도 못하고 인생을 마감하는 정말 정말 특별한 사람들도 있다. 그렇다고 그런 부류의 사람들이 다른 이들보다 더 불행하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행복한 사람들일 수도 있다.

 

저기 어딘가 북극에 가까운 나라에 사는 사람들은 일년 중 여름이 가장 긴 6월 하지에 고사리꽃을 찾는 일을 한다고 한다. 텔레비전도 없고 인터넷도 없어 별로 놀 거리가 없던 옛날 옛적, 그날만 되면 고사리꽃을 찾는다는 핑계로 자기가 평소에 마음에 두고 있던 사람과 함께 단둘이 고사리들이 무성히 자라고 있는 숲을 헤집고 돌아다녔다.

 

고사리꽃이란 그리 자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고사리꽃을 보는 것은, 이 공간에 존재하는 다른 세계를 만나는 것과 마찬가지로 흔하게 벌어지는 일은 아니다. 그래서 그 축제에 참가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사리꽃을 본다는 희망보다는 정말 좋아하는 이와 한밤을 같이 보낼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데 더 큰 의미를 둔다. 정말 운이 좋아서 그 고사리꽃을 보게 된다면, 물론 금상첨화일 것이다.

 

전설에 의하면 그 고사리꽃을 본 사람들도 있긴 하다. 좋아하는 여인과 숲에서 밤을 보내려 했던 젊은이가 아닌, 묵을 곳을 구하지 못해 늦은 밤까지 숲을 돌아다녀야 했던 피곤하고 지친 누추한 여행자였다고 한다.

 

그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여행자는, 여러 가지 신비한 능력을 얻곤 했는데, 가장 놀라운 것은 주변 동물들이 하는 이야기를 알아들을 수 있는 놀라운 힘이 생겼다는 것이다.

 

그 고사리꽃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자신이 본 고사리꽃에 대해서 기록을 남기거나 그림으로 그려놓은 사람이 아직은 없기 때문이다. 그 전설에 등장하는 여행자는 지독히도 그림을 못 그리는 사람이었거나, 아니면 후손들에게 그 고사리꽃의 이야기를 전해줄 이유를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 여행자가 그런 능력을 얻고나서 자신의 긴 여행을 끝마칠 수 있었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 전설엔 그 사람이 고사리꽃을 보았다는 이야기만 있지, 그 후에 어떻게 되었는지는 한마디도 나와있지 않기 때문이다.

 

동물의 말을 알아듣게 된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능력일 것이다. 적어도 다른 사람들이 깨닫지 못하는 정보를 누구보다 먼저 얻게 된다는 장점이 있을 테니까 말이다.

 

난 아주 어린 시절 정말 우연한 기회로 우리 뒷산에서 고사리꽃을 본 적이 있다. 물론 그 당시 내가 그 북극에 가까운 나라 사람들로부터 그 고사리꽃의 신비한 능력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나서 일부러 찾아나섰던 것은 아니다.

 

시간이 많이 지난 후 아주 크게 자란 내가 여행자가 되어 북극에 가까운 나라에 갔을 때 만났던 한 사람의 입을 통해 얼핏 듣고, 그게 나만의 이야기가 아님을 깨달았을 뿐이다. 고사리꽃이 그런 신비한 능력을 가져다 주는 것은 북극과 비교적 먼 한반도에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북극에 가까운 나라 사람들이 아는 고사리꽃의 전설에는 사실 잘못된 사실이 있었다. 엄밀히 말하면 사람이 동물의 말을 알아듣게 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생명이 있는 것이라면 그 고사리꽃을 보게 된 이들끼리는 전부 말이 통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 고사리꽃을 본다고 해도 모든 동물들과 말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을 본 존재라고 한다면 동물이 사람의 말을 알아듣게 되고, 사람도 동물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단 한번도 이야기를 해본 적이 없는 동물들과 사람들 간에 소통의 길이 열린다 해도 그들은 막상 할 이야기가 없을지 모른다. 그들은 서로에 대해서 너무 모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소원이나 희망사항들은, 동물들에게는 그다지 가치가 없는 것들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많은 재물을 가져다 줄 수 있는 금은보화 따위나 나의 신분을 향상시켜 줄 수 있는 엄청난 비밀 같은 것들은, 갑자기 우리와 말을 섞게 된 동물들이라도 모르는 것은 마찬가지다.

 

만일 길거리를 지나가던 소가 당신에게 한번만 먹으면 평생 먹지 않고도 일을 할 수 있을만한 힘이 있는 풀들이 자라는 곳을 가르쳐 달라고 하면 어떤 대답을 할 것인가? 숲에서 뛰쳐나온 멧돼지가 사람들의 감시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곳이 어디인가 물어본다면?

 

그렇다고 그러한 능력이 전혀 쓸모 없는 것은 아니다. 서로의 말을 알아듣게 된 그 특별한 이들은 다른 평범한 이들은 이전에 보고 들은 바가 없는 신기한 세계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는 행운을 얻게 된다. 한때 앨리스가 길을 잃고 헤맸다는 이상한 나라일 수도 있고, 도로시가 돌개바람을 타고 날아갔다는 마녀들의 나라 같은 그런 세계 말이다.

 

그런 이상한 세계는 돌개바람을 타야만 갈 수 있는 멀고 먼 곳일 수도 있지만, 앨리스처럼 길만 잘못 들어가면 만날 수 있는 우리 이웃마을일 수도 있다. 고사리꽃을 본 사람들은, 다른 동물들과 이야기하면서 그러한 다른 세계로 가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여러분들은 고사리꽃을 보게 된다면 맨 먼저 무엇을 물어보고 싶은가? 내가 여기서 들려주고자 하는 것은, 고사리꽃을 보았던 내 어린시절의 이야기이다. 

덧붙이는 글 | 저는 2004년 오마이뉴스 지면을 통해서 '호랑이 이야기'라는 신비소설을 연재한 바 있습니다. 연재 당시에는 큰 인기를 끌지는 못했지만, 연재가 끝날 때 즈음 단행본으로 책도 출판되고 해리포터와 맞먹을 만한 한국식 판타지 소설이라는 평을 듣기도 했습니다만 여전히 큰 반향은 일으키지 못했습니다. 그때 저와 같이 신비로운 여행을 했던 백호와 바리를 이곳에 다시 불러모으기 위해서 전 이곳에 '두번째 이야기'의 연재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에스토니아의 일러스트레이션 작가도 삽화를 통해 같이 참여하려고 준비 중입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2010.02.12 09:26ⓒ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저는 2004년 오마이뉴스 지면을 통해서 '호랑이 이야기'라는 신비소설을 연재한 바 있습니다. 연재 당시에는 큰 인기를 끌지는 못했지만, 연재가 끝날 때 즈음 단행본으로 책도 출판되고 해리포터와 맞먹을 만한 한국식 판타지 소설이라는 평을 듣기도 했습니다만 여전히 큰 반향은 일으키지 못했습니다. 그때 저와 같이 신비로운 여행을 했던 백호와 바리를 이곳에 다시 불러모으기 위해서 전 이곳에 '두번째 이야기'의 연재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에스토니아의 일러스트레이션 작가도 삽화를 통해 같이 참여하려고 준비 중입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고사리꽃 #북유럽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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