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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힘은 어디서 나오나?

국내 유일 국제규격 스케이트장인 태릉국제스케이트장을 찾아서

10.02.24 13:15최종업데이트10.02.24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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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캐나다 밴쿠버 동계올릭픽에서 한국 선수들의 메달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하계올림픽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프라가 약한 동계올림픽에서 들려오는 메달 소식은 더욱 인상이 깊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번 동계올림픽은 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통적으로 강세종목인 쇼트트랙에서 메달 소식이 전해지는 것은 좀 익숙한(?) 일이다. 반면 이번 동계올릭픽은 스피드스케이팅에서 한국선수들의 선전이 두드러진다. 24일 현재까지 이승훈(22, 한국체대)선수 10000m 금메달 소식이 이어지면서 스피드스케이팅에서만 금메달 3개 은메달 2개를 수확하고 있다.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훈련 중인 선수들 ⓒ 유태웅


모태범(21, 한국체대) 선수가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 금메달 1000m에서 은메달, 이승훈선수가 10000m에서 금메달 5000m에서 은메달, 이상화(21, 한국체대)선수가 500m에서 금메달을 각각 획득한 것.

특히 모태범 선수가 달성한 스피드스케이팅 500m 금메달은 한국스케이트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 획득이라는 금자탑이었다. 이승훈 선수가 5000m에서 수확한 은메달은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 부문에서 아시아인 첫 은메달 획득이라는 성과였다.

태릉국제스케이트장 ⓒ 유태웅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이상화 선수를 포함해 모두 외국에 비해 체력적인 조건이나 훈련 인프라의 열세를 극복하고 이루어낸 성과라 더욱 그 가치가 높다고 볼 수 있다.

한국체대 세 명의 국가대표 스케이터들 덕분에 대한민국으로 처음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1948년 생모리츠 대회 이후 가장 인상적이며 풍성한 동계올림픽을 맞이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58년간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수확한 메달은 은, 동메달 각각 1개였다.

태릉선수촌 ⓒ 유태웅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성지로 떠오른, 태릉국제스케이트장

지난 20일 오후 한국스피드스케이팅의 성지로 떠오른 태릉국제스케이트장을 찾았다. 화랑대역을 지나는 경춘선과 조선왕릉인 태릉, 걷고 싶은 길을 따라 형성된 가로수길은 평소에도 운동삼아 걷거나 달리기에 좋은 곳이다. 

태릉국제스케이트장은 국내에서 유일한 국제규격 스케이트장으로 태릉선수촌에 인접해 있다. 체육과학연구원 정문으로 들어가면 빙상장과 스케이트장, 한국체육박물관으로 구성된 긴 타원형 건물을 만나게 된다.

태릉국제스케이트장 ⓒ 유태웅


벤쿠버에서 들려온 금메달 소식의 여파였을까. 스케이트장 내부는 초등학생에서 청소년까지 미래 국가대표를 꿈꾸는 선수들 훈련 열기로 가득했다. 선수들의 자세를 지적하는 코치들의 고함소리는 선수뿐 아니라 지켜보는 사람들에게도 왠지모를 긴장감을 조성했다.

여기저기에 방송용 카메라를 들고 스케이트장 분위기를 취재하는 기자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스케이트장 내부는 차가운 기온으로 서늘했지만 훈련 분위기만큼은 열기로 가득한 모습이었다.

태릉국제스케이트장 ⓒ 유태웅


스케이트장 내부를 한바퀴 둘러 본 후 2층에 마련된 한국체육박물관을 찾았다. 올림픽관을 중심으로 그동안 수집된 각종 기념품이나 물품들이 보관된 곳이다. 전시관 통로에는 1930년대 얼어붙은 한강에서 스케이팅을 즐기는 여성들의 모습을 담은 흑백사진이 발길을 멈추게 했다.

전국체전관에는 오래되어 낡아 널널해진 스케이트화가 한 켤레 전시되어있다. 어떤 선수의 것이었는지는 모르지만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지나 간 역사를 보는 듯 했다. 이렇듯 긴 역사 속에 토대를 마련해 놓은 지나 간 선배들의 이름모를 발자취가 있었기에 '밴쿠버의 영광'이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930년대 한강에서 스케이팅을 즐기는 여성들 (한국체육박물관) ⓒ 유태웅


한국 빙상의 역사를 말해주는 듯한 낡은 스케이트화 (한국체육박물관) ⓒ 유태웅


한국체육박물관 벽면 한 곳엔 그동안 올림픽에서 활약한 메달리스트들이 사진과 함께 잘 정리되어 있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이 끝나면 최종적인 메달리스트가 결정되겠지만, 여전히 경기는 끝나지 않았다. '메달 밭'이라는 쇼트트랙과 피겨스케이팅 경기가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다.

열악한 인프라 속에서도 선전을 펼쳐 준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 덕분에 이번 동계올림픽은 이미 전례없는 풍성한 수확을 거둔 대회로 평가받고 있다. 반면에 이같은 선수들의 노력과 결실에 못지않게 훈련시설이나 여건 등이 좀 더 개선될 필요가 있다는 여론도 엿보이는 시점이기도 하다.

▲ 한국 빙상의 성지, 태릉국제스케이트장 . ⓒ 유태웅


태릉국제스케이트장 동계올림픽 모태범 이승훈 이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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