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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제 합헌 결정, 그린마일 그리고 인혁당

<데드맨워킹> <집행자> 비인간적인 사형제 다룬 영화들

10.02.25 18:46최종업데이트10.02.25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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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헌법재판소는 14년 전에 이어 또 다시 사형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사형제도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부정하고 생명권을 침해한다며 광주고등법원이 제청한 위헌법률심판사건에서, 재판관 5대4의 의견으로 또 합헌결정을 내렸다.

이 때문에 그간 논란이 되었던 사형제는 법률로써 효력을 다시 발휘하게 됐고, 10년 넘게 사형이 집행되지 않아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되었던 한국에서 사형이 재개될진 아무도 모른다. 현재 국내에는 59명의 사형수가 있다 한다.

그렇게 씁쓸한 사형제 합헌결정 소식을 접한 뒤,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 것은 영화 <그린마일>과 <체인질링> 등이다. 영화들은 한국처럼 아직도 사형제가 남아있는 미국의 사형제와 사형 집행을 화면에 담아 관객들에게 전한다.

영화 <그린마일>은 1935년 대공황기 미국 남부 루지애나의 삭막한 콜드 마운틴 교도소의 사형수 감방에서 벌어지는 일들, '그린마일'이라 불리는 녹색 복도를 거쳐 사형수들이 전기 의자가 놓인 사형 집행장까지 가는 과정과 전기 의자에서 사형수가 죽어가는 장면들을 현실적으로 그려낸다.

사형 집행일이 다가올수록 사형수들에게 '선의의 거짓말'을 하고 눈치를 살피며 간수들이 틈나는대로 사형집행 연습을 하는 장면과 사형수들을 괴롭히던 간수가 스펀지에 물을 적시지 않은 채로 사형집행을 해 산지옥을 연출하는 끔찍한 장면들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특히 죄가 없는 사형수(존 커피)를 그린 마일의 간수들이 눈물을 흘리며 사형 집행을 하는 장면은 사형제뿐만 아니라 법-판사-인간에 대한 신뢰 자체를 의심케 한다. 세상이 변하고 세월이 흘러 요즘은 안 그럴 것이란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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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늘 지혜로운 결정을 하지 못한다. 그래서..

그리고 최근 도서관에서 빌려본 영화 <체인질링>도 사형제를 곱씹어 보게 한다. 아이들을 유괴해 무참히 살해한 연쇄살인범을 사람들 앞에서 교수형에 처하는 장면을 보고, 연쇄살인범에 대한 분노-증오보다 타인의 생명을 좌지우지 하는 인간사회에 대한 두려움이 밀려왔다. 무엇보다 인간은 현명하고 올바르고 지혜로운 판단을 항상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법살인'이란 말도 떠올랐다. 영화 <그린마일>처럼 죄가 없음에도 법률에 의해 사형을 선고받거나, 사형을 언도받아 억울하게 사형을 당하는 일들이 한국에서도 있었다. 대표적인 게 바로 '인민혁명당사건'이다.

1972년 10월 17일 유신이 선포된 이후 유신반대투쟁이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다. 당시 무소불위의 중앙정보부는 유신반대투쟁을 주도하던 전국민주청년학생연맹(민청학련)의 배후를 인혁당재건위로 지목했고, 1974년 4월 8일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23명이 구속돼 그 중 8명은 사형을 선고받았다. 그리고 대법원의 사형 확정판결이 내려진 지 불과 18시간 만인 1975년 4월 9일 사형 집행이 되었다.

이는 대표적인 인권침해 사건으로 해외에도 알려져, 제네바 국제법학자협회가 1975년 4월 9일 '사법사상 암흑의 날'로 선포하기도 했다. 이후 2002년 9월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인혁당사건이 고문에 의해 조작되었다고 발표하고, 적법하지 않은 수사와 재판에 의해 희생된 피고인들의 명예를 뒤늦게 회복시키고 군사정권에 굴종한 사법부의 과거 잘못을 바로잡게 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또 다시 사형제에 합헌결정을 내리고 말았다. 현행 헌법이 예상하고 있는 형벌의 한 종류라면서 말이다. 이들에게 영화 <그린마일>과 <데드맨워킹>, <집행자>를 추천하고 싶다.

아참, 국제앰네스티는 사형방식과 상관없이 '사형은 현대 형사사법제도에서 존재할 여지가 없는 폭력적인 형벌'이라 말한다. 그래서 극도로 잔혹하고 비인간적이며 굴욕적인 형별, 사형제의 폐지를 한국에도 요구해 왔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다음뷰와 U포터뉴스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사형제 그린마일 데드맨워킹 집행자 헌법재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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