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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사상 최고의 연기', 피겨팬들 울렸다

[2010 밴쿠버 올림픽] 불가능할 것 같던 220점대 벽 훌쩍 뛰어넘어

10.02.26 16:34최종업데이트10.02.26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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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뛰어난 연기가 과연 은반 위에 존재할까?

 

26일 밴쿠버 퍼시픽 콜리시움에서 열린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경기에서 김연아가 최고의 경기를 펼쳤다. 그녀가 연기 후 보여준 눈물은 수많은 피겨 팬들의 영혼을 울렸다. 그렇기에 감히 이런 표현을 쓴다. 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사상 최고의 연기였고, 영원히 변하지 않을 불변의 기록이라고. 김연아가 있기에 오늘 대한민국은 행복했다.

 

2010 밴쿠버 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무대에서 '세계 선수권 챔피언' 김연아는 세계 피겨사에 아로새겨질 완벽 연기를 펼쳤다. 종합 점수 228.56점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우며 올림픽 챔피언의 타이틀마저 거머쥐었다. 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금메달의 주인공은 예상대로 김연아였다.

 

쇼트 프로그램(24일)에서 78.50점으로 세계 신기록을 경신했던 김연아는 프리 스케이팅(26일)에서도 최고의 연기를 펼치며 종합점수 228.56점을 기록(프리 150.06), 205.50점으로 2위를 차지한 일본의 아사다 마오(프리 131.72)를 23.06점의 큰 차이로 제쳤다.

 

3위는 202.64점을 기록한 조애니 로세트(캐나다), 한국의 피겨 '프린세스' 곽민정(17)은 155.53점의 좋은 점수를 기록하며 13위를 기록, 2014년 러시아 소치 동계 올림픽에 대한 전망을 밝게했다.

 

경기 후, 이어진 김연아의 감격스런 금메달 시상식, 은반 위에서 얼음보다 냉정했던 김연아는 애국가를 따라부르며 감정이 북받친 듯 눈물을 흘렸다.  그녀의 노력을 아는 수많은 피겨팬들도 그 장면을 보며 함께 울었을 것이다. 김연아의 금메달은 12년을 꿈꿔온 자신의 오랜 소망의 결실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하늘이 내려준 사람이 올림픽 챔피언이 되지 않을까"라며 담담히 말했던 김연아. 그동안 피겨의 신은 88년 카타리나 비트 이후, 피겨 챔피언의 올림픽 금메달을 허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변덕스럽기 짝이 없던 피겨의 신도 완벽 연기를 펼친 김연아의 손을 들어줄 수 밖에 없었다. 

 

김연아는 피겨 불모지였던 대한민국에 '동계 올림픽 피겨 챔피언의 나라'라는 기적 같은 자부심을 선물하며 진정한 피겨의 전설로 우뚝 섰다.

 

얼음같이 냉정한 김연아, 가산점(GOE) 듬뿍 담긴 완벽 점프로 금메달

 

26일 오후 1시 21분, 금메달의 운명을 결정지은 4분 10초의 프리스케이팅. 24명의 출전선수 중, 21번째로 연기를 한 김연아는 7번 점프와 3번의 스핀, 각각 1번의 스텝과 스파이럴 등, 4분 10초 동안 총 12개 요소로 프리스케이팅을 진행했다.

 

조지 거슈윈의 '피아노 협주곡 바장조' 선율의 시작과 함께 푸른빛 드레스가 인상적인 김연아의 프리스케이팅 연기가 시작되었다. 우아하게 스케이팅을 시작한 그녀는 프리 스케이팅 첫 점프에서 기본점이 무려 10점 배정된 트리플 러츠, 트리플 토 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시도했다. 이 콤비네이션은 지난 24일 가산점을 2.0점이나 챙겨 받으며 쇼트 프로그램 세계 신기록 경신에 결정적 역할을 한 점프.

 

배점이 높은 프리 스케이팅 첫 점프의 성공유무는 김연아의 올림픽 금메달 획득의 향방을 가를 수 있었다. 2위 일본 아사다 마오와의 4.72점의 차이는 점프 한번의 실수로 순위가 뒤바뀔 수 있을만큼 근소했기 때문이다. 

 

불안함에 흔들릴 수도 있었지만 김연아는 얼음 같은 냉정을 유지하며 첫 점프를 안정된 자세로 착지했다. 이날도 세계 최고 클래스인 김연아의 콤비네이션 점프는 높고 길고 완벽해 쇼트 프로그램에서와 같은 2.0점의 가산점이 따랐다. 10.0점의 기본 점수에 따라붙은 2.0점의 가산점은 김연아의 금메달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 이 최고난도 점프의 성공과 높은 가산점으로 우승자는 이미 결정났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첫 점프의 성공으로 기세를 이어간 김연아는 이어진 5.5점이 배정된 트리플 플립 점프와 고혹적인 이너바우어 이후 시도한 6.3점의 더블 악셀, 더블 토 루프, 더블 루프 점프도 깔끔하게 성공시키며 퍼시픽 콜리세움에 운집한 1만 5천여명의 관중을 열광시켰다.

 

특히 트리플 플립 점프는 김연아가 2009 시즌 유독 실수가 잦았던 점프였기에 우려도 됐지만 올림픽에서 더욱 완벽해진 피겨챔피언은 1% 흠을 말끔히 씻어냈다. 이후, 김연아는 난해하고 어렵다고 평가되는 조지 거슈윈의 피아노 협주곡 바장조를 완벽히 이해한 것처럼, 음악과 환상의 조화를 이루며 스핀을 진행했다. 

 

금메달에 어울리는 최고의 연기 선보여

 

3.4점이 배정된 플라잉 콤비네이션 스핀에서 김연아는 자신이 만들어 구사하는 '유나(yuna) 스핀'을 비롯해 카멜 스핀, 싯 스핀, 업라이트 스핀까지 선보이며 예술의 극치를 선보였다. 이어진 레벨 4의 스파이럴 시퀸스, 김연아가 한쪽 다리를 들고 선보인 천상의 미소는 현존하는 어떤 피겨 스케이터도 흉내 낼 수 없는 피겨 여제만의 특허였다.

 

프리스케이팅에서는 연기시작 2분이 지나면 점프에 10%의 가산점이 붙기에 연기 2분 후, 김연아가 선보일 4번의 점프는 중요했다. 이 중요함을 잘 알고 있는 김연아는 더블악셀, 트리플 토 루프(7.5), 트리플 살코(4.5), 트리플 러츠(6.0), 더블 악셀(3.5) 점프를 배치해 높은 가산점을 노렸다.

 

2009 시즌에 2분 후 가산점이 붙는 점프에서 실수가 거의 없었던 김연아. 올림픽이란 큰 무대에서도 침착하게 연이어 완벽한 점프들을 선보였다. 그렇게 성공적으로 모든 점프를 끝내고 레벨 4의 체인징 풋 콤비네이션 스핀(3.5)으로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한 김연아는 대한민국 사상 첫 동계 올림픽 피겨 금메달을 직감한 듯 기쁨의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잠시 후, 발표된 점수는 '올림픽에서 평생 후회하지 않을 연기를 하고 싶다'는 김연아의 12년간의 꿈을 해피엔딩으로 만들었다. 228.56점. 불가능할 것 같던 220점대의 벽을 8.56점이나 넘겨 버린, 최고의 연기에 걸맞은 최고의 점수였다.

 

세계 피겨 팬들에게 이번 2010 밴쿠버 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은 88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카타리나 비트 이후 오랜만에 만난 진정한 '피겨 여제'의 대관식으로 기억될 것이다. 경기장에 모인 수많은 피겨 팬들은 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사상 최고의 연기, 영원히 변하지 않을 불변의 기록을 세운 김연아에게 진심어린 기립박수를 보내줬다.

2010.02.26 16:34 ⓒ 2010 OhmyNews
김연아 세계 신기록 쇼트 프로그램 프리 스케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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