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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FC 덕분에 '4-2-3-1'을 진지하게 고민하다

[2010 K-리그 1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 FC 1-0 전남 드래곤즈

10.03.01 11:20최종업데이트10.03.01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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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분, 도화성의 페널티킥 결승골 순간! ⓒ 심재철

 

동계올림픽의 그늘에 가려 축구의 봄이 조용히 찾아왔다. 그래도 전국의 일곱 개 경기장 중에서 인천월드컵경기장에 가장 많은 관중(1만8313명)이 들어왔다. 디펜딩 챔피언 전북과 FA컵 우승팀 수원이 맞붙은 공식 개막전(전주월드컵경기장, 1만8207명)보다 100여명이 더 들어왔다는 사실만으로도 구단의 홍보 노력을 높게 평가할 만한 것이었다.

 

게다가 1-0으로 이기기까지 했으니 더 바랄 것이 없다. 하지만 경기 내용에서는 좋은 점수가 나오지 않았다. 리그 첫 경기부터 훌륭한 경기력을 요구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지만 응원하며 보는 이들의 답답함은 어쩔 수가 없었다.

 

일리야 페트코비치 감독이 이끌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2월 27일 낮 인천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0 K-리그 1라운드 전남 드래곤즈와의 안방 경기에서 1-0으로 이겼다.

 

관중석에서 본 'Man of the Match'

 

인천의 새내기 미드필더 이재권이 전남 미드필더 인디오(왼쪽)와 백승민을 차례로 따돌리며 벌칙구역 반원 쪽으로 들어가는 장면 ⓒ 심재철

한국프로축구연맹에서는 올 시즌부터 매 경기마다 선수 평점을 매기고 그 중에서 'Man of the Match'도 선정하여 발표한다. 이 경기에서는 74분에 페널티킥으로 결승골을 넣은 인천의 도화성이 최고 평점(7.5점)을 받으며 Man of the Match에 뽑혔다.

 

경기를 대강 훑어보면 그럴 만도 하다. 몹시 긴장되는 개막전에서 침착하게 11미터 킥을 오른발로 성공시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해 플레이오프 성남과의 방문 경기에서 승부차기로 분루를 삼킨 것을 떠올리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인천이 들고 나온 '4-2-3-1' 포메이션에서 그의 역할과 실제 활약상을 고려한다면 7.5라는 최고 평점은 선뜻 동의하기 힘든 점수였다. 오히려 동쪽 일반 관중석에서 지켜본 바로는 후반전 전남의 날카로운 슛을 세 차례나 몸을 내던지며 막아주었던 안방 문지기 송유걸이 7.5 그 이상의 점수를 받을만했다.

 

그렇다고 도화성의 몸놀림이 형편 없었다는 것은 아니다. 귀중한 페널티킥을 맡을 정도로 킥이 정확하기로 소문난 미드필더인 그는 특유의 찔러주기 본능을 여러 차례 보여주면서 인천의 공격을 이끌었다.

 

'4-2-3-1' 포메이션을 잘 활용할 수는 없을까?

 

도화성의 기술적인 면을 놓고 보면 그런 평점을 충분히 받을 만했다. 하지만 인천이 이번 시즌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목표로 삼으며 야심차게 들고 나온 '4-2-3-1' 포메이션에 그가 진정으로 어울렸는가, 더 구체적으로 세 명의 공격형 미드필더 중 가장 중요한 꼭짓점에 서서 날카로움을 드러냈는가를 살펴보면 고개를 끄덕이기 어려운 경기였다.

 

물론 이 부분은 선수 개인의 역량을 넘어 팀 포메이션의 문제로 들어가야 한다. 왼발잡이 장원석과 새내기 이재권을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두고 '코로만-도화성-남준재'를 그 앞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내세운 인천은 두 건(56분, 63분)의 선수 교체를 단행하기 전까지 안방 팬들 앞에서 그 정체성을 보이지 못했다.

 

축구장, 팀 포메이션은 상대에 따라 다르게 작용하기도 하지만 그 자체로도 어느 정도 정체성이 드러나야 한다. 뛰어난 판단력으로 든든하게 골문을 지킨 송유걸부터 시작하여 이제는 고민이 필요 없을 정도로 단짝이 된 '전재호-임중용-안재준-이세주'의 포 백, 새내기(이재권)와 2년차(장원석)의 과감한 조합이 돋보이는 수비형 미드필더까지는 그 정체성이 분명했지만 그 위는 별 볼 일 없었다.

 

전남 공격수 지동원의 드리블을 인천 선수들(왼쪽부터 전재호, 장원석, 임중용)이 효율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 심재철

 

우선, 세 명의 공격형 미드필더들은 저마다 색깔이 흐릿했다. 새내기 남준재이 측면 미드필더로 첫선을 보이기는 했지만 그에게 어울리지 않는 옷이었고 코로만의 발끝도 무뎌진 칼날이었다. 코로만의 경우, 전반전의 직접 프리킥과 후반전의 결정적인 오른발 슛이 허무하게도 높게 솟아버린 것은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 기억이 되고 말았다.

 

아울러 지난 해 인천 선수들 중에서 가장 주목을 받았던 골잡이 유병수가 과연 원톱에 어울리는지도 고민해야 한다. 그가 상대 수비수들을 앞에 두고 겁 없이 과감한 드리블을 즐기는 것을 감안하면 카디코프스키(챠디)처럼 타깃형 스트라이커를 앞에 두고 공격형 미드필더로 기용하는 것도 충분히 고려할 만하다.

 

그리고 측면 미드필더에 대한 고민 해결은 후반전 선수 교체가 그 해답임을 확인시켜 주었다. 56분에 남준재 대신 들어온 이준영은 오른쪽 측면에서 위력적인 드리블러로서의 가치를 입증했다. 여기에 등장하지는 않았지만 김민수까지 조커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선택의 폭은 비교적 넓은 편이라 하겠다.

 

후반전 교체 선수 이준영(가운데)이 수비수 이상홍을 완벽하게 따돌리며 좋은 기회를 만들고 있다. ⓒ 심재철

 

정혁이 들어와 가운데 미드필더를 맡고 그 자리에서 뛰던 도화성이 오른쪽 측면으로 간 뒤 더 위협적인 슛 기회가 만들어졌다는 것만 봐도 '4-2-3-1' 포메이션을 어떤 성향의 선수로 배치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지를 가르쳐준 셈이었다.

 

인천은 오는 7일 낮 광주를 불러들여 새 옷이 잘 맞는지 한 번 더 확인하게 된다. 골잡이 최성국과 미드필더 김정우를 앞세운 광주는 첫 라운드에서 대구 FC를 상대로 짜릿한 2-1 역전승을 이끌어낸 바 있기 때문에 매우 흥미진진한 2라운드 맞대결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 ※ 2010 K-리그 1라운드 인천 경기 결과, 27일 인천월드컵경기장

★ 인천 유나이티드 FC 1-0 전남 드래곤즈 [득점 : 도화성(74분,PK)]

◎ 인천 선수들
FW : 유병수(86분↔강수일)
MF : 코로만, 장원석, 도화성, 이재권(63분↔정혁), 남준재(56분↔이준영)
DF : 전재호, 임중용, 안재준, 이세주
GK : 송유걸

◎ 전남 선수들
FW : 지동원(61분↔고차원), 슈바, 인디오
MF : 김명중(81분↔김영욱), 송한복(75분↔송정현), 백승민
DF : 이완, 이상홍, 김형호, 정준연
GK : 염동균

2010.03.01 11:20 ⓒ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 2010 K-리그 1라운드 인천 경기 결과, 27일 인천월드컵경기장

★ 인천 유나이티드 FC 1-0 전남 드래곤즈 [득점 : 도화성(74분,PK)]

◎ 인천 선수들
FW : 유병수(86분↔강수일)
MF : 코로만, 장원석, 도화성, 이재권(63분↔정혁), 남준재(56분↔이준영)
DF : 전재호, 임중용, 안재준, 이세주
GK : 송유걸

◎ 전남 선수들
FW : 지동원(61분↔고차원), 슈바, 인디오
MF : 김명중(81분↔김영욱), 송한복(75분↔송정현), 백승민
DF : 이완, 이상홍, 김형호, 정준연
GK : 염동균
K-리그 평점 축구 인천 유나이티드 FC 전남 드래곤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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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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