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K연쇄살인] 분단 최초로 남북합동군사작전 실시

김갑수 통일추리소설 BK연쇄살인사건 -57회- 남북합동작전

등록 2010.03.03 09:48수정 2010.03.03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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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평양에서 긴급 연락이 온 것은 전통문을 보낸 지 불과 36시간 만이었다. 남한에서는 1백 톤 급 초계정 77-S를, 북한에서는 전투함 크리박프리깃을 출동시킨다고 했다. 그러니 작전은 48시간 후에 개시하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섬 주변의 안개를 제거하기 위해 중국 정부의 협조를 약속 받았다고 했다. 베이칭 황사를 제거할 때 사용한 인공강우법을 쓴다는 것이었다. 정황으로 볼 때 남과 북 당국은 긴급 회동하여 이 문제에 대해 합의를 이룬 것 같았다.

김인철이 권총을 닦으며 조수경에게 물었다.

"인공강우법이라는 게 정말 쓸모가 있나 보지요?"
"맑은 하늘에서는 안 되지만 구름이나 안개가 있는 하늘에서는 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고 있어. 요오드화은을 구름에 뿌려서 수증기를 응결시키는 방법을 쓸 거야. 요오드화은은 비행기에서도 자체 생산이 가능하거든."
"선배님은 물리, 화학에 강하시군요?"
"후배가 겪었듯이 정치, 역사에는 숙맥이고."

이틀 후 아침 일찍 네 사람은 쾌속정을 타고 우도외도를 향해 출동했다. 양성반점의 여사장 진미령은 세 시간 이후에 중국 공안부에서 체포하기로 조치되어 있었다. 쾌속정은 황해의 탁한 물살을 가르며 바다로 나아갔다. 배는 크고 작은 섬들 사이를 지나갔다. 대부분이 무인도인 듯싶었다. 하늘에는 뭉게구름이 옮겨 다니고 있을 뿐, 근래 보기 드물게 쾌청한 날씨였다. 조수경은 바람에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다시 동여맸다.

네 사람은 빵과 우유를 먹으며 반나절 동안 우두외도 주변 바다에서 기다렸다. 놀랍게도 병력을 태운 남과 북의 선박들은 나란히 한반도기를 게양하고 나타났다. 조금 있으니 중국 비행기 3대가 지그재그 비행을 하며 인공강우를 시작했다. 안개는 비로 바뀌면서 가시거리가 조금씩 확보되기 시작했다. 헬리콥터 대여섯 대가 먼 곳에서 대기 비행을 하고 있었다.

배에서 내린 네 사람은 유천일의 지휘를 받으며 범인들의 아지트로 향했다. 남·북 병력은 멀리서 그들을 소리 없이 따라오고 있었다. 모든 것이 일사분란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유천일이 걸음을 멈추더니 손가락으로 한 목조건물을 가리켰다. 그 옆으로는 기역자 형태를 띤  슬레이트 지붕의 벽돌 건물 한 채가 더 있었다. 유천일과 안동준은 벽돌 건물을 맡기로 했다.

네 사람은 흩어져서 낮은 포복을 시작했다. 건물 옆에 이른 조수경은 권총을 뽑아 들었다. 그녀는 거울을 꺼내 창문으로 내부를 엿보았다. 유천일의 말대로 태극기와 인공기가 나란히 걸려 있었고 두 국기의 가운데에는 B. K.가 선명하게 씌어 있었다. 국기 밑의 테이블에는 진 대와 다른 한 사람이 머리를 숙인 채 마주 앉아 있었다. 그들은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하고 있었다. 놀랍게도 두 사람은 장기를 두고 있었다.


김인철과 눈을 맞춘 조수경은 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두 사람은 장기 알을 손에서 떨어뜨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수경과 김인철은 야수처럼 달려들어 권총으로 두 사람의 뒷목 부위를 동시에 내리갈겼다. 그러고는 두 사람의 손을 뒤로 묶어 수갑을 채우고 테이블 모서리에 대각선으로 배치하여 결박했다.

이어 두 사람은 벽돌 건물로 옮겨갔다. 이미 벽돌 건물은 유천일의 지휘로 남·북 병력이 제압해 놓은 상태였다. 사실 제압이랄 것도 없었다. 그곳은 감옥이었는데 철창마다 푸른 죄수복을 입은 사람이 한 명씩 들어 있었다. 그들은 퀭한 눈으로 갑자기 들이닥친 수많은 군인들을 보고 있었다.


수감되어 있는 사람은 모두 다섯 명이었다. 놀랍게도 그들의 등에는 낯익은 영어 대문자가 붙어 있었다.

GREED
HYPOCRITE
THE CONSERVATIVES
SELF-RIGHTEOUS
THE ULTRA-LEFT

조수경은 단박에 그들이 누구인지를 알아 차렸다.

GREED는 탐욕, 판교 부동산 투기꾼의 살해자였다. 두 번째인 HYPOCRITE(위선)은 시민단체 간부 겸 경제학 교수의 범인이었다. 다음으로 CONSERVATIVES(수구주의자)는 안보전문가를 죽인 자였다. 네 번째의 SELF-RIGHTEOUS(독선)은 김일성대학 정치학교수의 살해범이었다. 마지막 ULTRALEFT(극좌)는 진미령을 시켜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간부를 독살한 자임이 분명했다.

EXTREMERIGHTIST(극우주의자)는 병으로 죽어 살인을 포기했고, IGNORANCE(무지)의 인민 여배우와 TOTALITARIAN(전체주의자) 즉 아리랑축제 카드섹션 연출 여성을 죽인 것은 주철식이니 8명의 범인이 모두 규명된 것이었다.

정밀 수색과 사진 촬영이 시작되었다. 먼저 범인 5명을 나란히 앉히고 등 글씨를 찍었다. 조수경과 김인철은 주로 그들이 남긴 서류 등을 챙겼다.

"후배, 생각보다 이곳 분위기가 침체되어 있지?"
"네. 뭔가 사연이 있어 보입니다. 조사해 보면 알겠지요?"
"진 대와 장기를 두고 있던 자는 누구일까?"
"'보스코리아'니까 주범이 둘이라고 봐야 하겠지요?"

닷새 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는 700명이 넘는 내외신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코리아에서 발생한 기이한 연쇄살인사건의 수사 결과 발표를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KBS를 비롯한 국내 4개사 텔레비전과 CNN 등의 9개사 외국 텔레비전이 발표 실황을 전 세계로 생중계하고 있었다. 사건도 사건이지만 분단 이후 처음으로 이루어진 남북 합동수사와 군사 작전에 대한 관심도 매우 높았다.

회견장에는 북한의 인민보안상과 남한의 경찰청장이 나란히 앉았고 유천일과 조수경도 배석해 있었다. 행정 편제상 장관급에 해당하는 북한 인민보안상에게 제1석과 선 발표 기회를 준 것은 남한 측의 유연한 배려였다.

먼저 북한의 인민보안상이 발표를 시작했다.

"지난 1년 동안 우리 조선 민족에게 갖은 의혹과 공포를 안겨다 준 희대의 정치테러 집단이 일망타진되었다는 소식을 전하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이 사건이 해결된 데에는 먼저 무엇보다 북남 인민들의 깊은 관심과 협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하 수사 결과문을 낭독하겠습니다."

1.가공할 연쇄살인극은 남측에서부터 시작하여 북측으로 옮겨 왔다. 남쪽의 주범 염신광은 해방정국에 백의사(白衣社)라는 비밀 단체를 만들어 좌익 인사와 경쟁우파들을 수없이 테러 살인한 염동진을 추종하여 스스로 아들로 자처해 온 자이다. 북쪽의 주범 진 대는 역시 해방 직후 북쪽에서 혈정단(血丁團)이라는 비밀 단체를 만들어 우익 인사와 경쟁 좌파들을 부지기수로 테러 살인한 진다이의 아들로 확인되었다.

2.냉전·폭력주의자인 이 두 사람은 남북 화해가 이루어지자 허탈감과 위기감을 가누지 못해 뭔가 일을 도모하기로 하고 그들의 아버지와 선배들이 그랬던 것처럼 중국에서 만나 범행을 모의하였다.

3.두 사람은 남·북 냉전체제 복원을 위하여 살인테러를 자행하기로 야합하고, 남에서는 우익을 죽여 북풍을 일으키고 북에서는 좌익을 죽임으로써 남풍을 일으키는 기만적인 방법을 쓰기로 했는데, 이는 분단 이후 남북 극우·극좌주의자들이 사용해 온 음습한 전통이었다.

4.두 사람은 중국 저우산군도에 있는 우도외도라는 무인도에 테러범 양성 아지트를 만들어 남과 북의 노숙자. 탈북자 중에서 성범죄 전과가 있는 자들만을 골라 유인하여 세뇌, 약물 투여 등의 방법으로 그들을 살인기계로 만들어냈다.

5.그들은 남에서 3건의 살인과 1건의 납치, 북에서 4건의 살인을 저질렀다. 그리고 여론 조작을 위하여 범인의 몸에 글자를 써 놓았다.

5개 항의 사건 개요를 발표한 북한의 인민보안상은 마이크를 남한의 경찰청장에게 넘겼다.

"사건의 수사 개요는 남측의 경찰청장께서 발표하시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소설은 앞으로 2회 더 연재된 후 막을 내립니다.


덧붙이는 글 이 소설은 앞으로 2회 더 연재된 후 막을 내립니다.
#B.K. #남북합동군사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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