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유 봄눈 속에서 얼굴 내밀고 있는 산수유
김현숙
돌아서면서 '봄눈 녹듯이 녹는다'는 옛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실감하게 되었다. 이렇게도 허무하게 이렇게도 쉽게 녹는 것이 봄눈이었다. 그래서 봄눈 녹듯이라는 표현을 썼던 것을 그동안 어리석게도 머리로만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에 우리 마음 안에는 많은 것들이 쌓여간다. 어느 사람이나 함께 살다보면 좋은 때도 있지만 서로 다른 개체이기에 때로 불화가 일어나기 마련이다. 거기다 남과는 물론 자기 자신과의 불화도 종종 일어난다.
결코 용서할 수 없는 분노와 미움도 있고, 견딜 수 없는 고통과 고뇌도 있고, 견디기 힘든 갈등과 분열도 있고, 잊을 수 없는 슬픔과 섭섭함과 다시는 돌이킬수 없는 후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들은 우리를 병들게 하는 요소들이다. 이겨내거나 떨쳐내지 않으면 우리 몸에 깊은 상처와 병을 남긴다.
나는 오랜 시간 그런 것들을 슬기롭게 이겨내지 못해 결국 위암과 골수암이라는 깊은 병을 일으키고 말았다. 생각할수록 그지없이 안타깝고 후회스럽다. 현명하고 슬기롭게 잘 이겨내거나 떨쳐냈으면 이런 불행한 결과는 초래하지 않았을 것이다.

▲설중매 봄눈과 매화
김현숙
봄에 피어나는 꽃들에게 내리는 눈은 치명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봄눈이 꽃들과 조화롭게 지내고 바로 녹아주니 그 얼마나 다행인가. 우리 삶에 찾아드는 크고 작은 고통들도 어쩌면 우리로 하여금 깊이와 넓이와 높이를 지니도록 하여 풍요롭게 해주기 위해 주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올해에는 사람들의 마음안에 있는 고통과 미움과 아픔과 슬픔 등 우리를 아프고 병들게 하는 모든 것들이 봄눈 녹듯이 녹기를 소망해본다. 그래서 모두가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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