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셔터 아일랜드> 복선이 깔린 이야기들 심장을 흔든다

마틴 스코시즈 감독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또 다시 만났다

10.03.17 10:46최종업데이트10.03.17 10:46
원고료로 응원

▲ 셔터 아일랜드 스틸컷 ⓒ CJ엔터테인먼트

<셔터 아일랜드>(Shutter Island)는 미국을 대표하는 거장 마틴 스코시즈 감독 작품입니다. 그가 연출했던 영화들은 예외 없이 북미평론가들로부터 극찬을 받기에 여념이 없었죠. 70년대와 80년대 그의 대표작 대부분은 로버트 드니로와 함께 했습니다. 그렇다면 2000년대 그의 걸작 대부분은 누가 출연했을까요? 바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요. 그는 마틴 스코시즈 감독이 연출한 2000년대 영화 대부분에 주연으로 얼굴을 비추고 있죠. 2000년대 마틴 스코시즈 감독의 페르소나로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입니다.

 

본격적으로 리뷰로 들어가기 전에 이 작품은 북미 평론가들로부터 2000년대 연출한 마틴 스코시즈 감독 작품 중에 가장 평범하단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의 영화가 나오면 극찬하기에 바빴던 북미평론가들에게 평작이란 소리를 듣는 것 자체가 마틴 스코시즈 감독 자존심에 상처가 될지도 모르죠.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작품은 역대 마틴 스코시즈 감독이 연출했던 작품 중에 북미 흥행 성적이 제일 좋은 작품이 될 것이 확실해 보입니다.

 

<셔터 아일랜드>는 그가 연출했던 작품 중에 오프닝스코어가 가장 좋습니다. 역대 그의 작품 중에 북미 최고 흥행성적을 거두었던 <디파티드>의 1억3238만불 흥행수입도 능가할 가능성이 보입니다. 개봉 4주차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북미박스오피스 5위에 랭크되면서 현재까지 1억800만불 흥행수입을 거두고 있는 중이죠. 북미평론가들에게 2000년대 그가 연출했던 작품 중에 가장 범작이란 평가를 받았지만, 관객들에게 인정받아 흥행에 성공한 작품입니다.

 

여담으로 마틴 스코시즈 감독이 북미 거장 감독이지만 제작비 대비 흥행수입은 상당히 안 좋죠. 만약 그가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과연 지금 나이가 되도록 거장 호칭을 받으며 연출활동을 할 수 있을까요? 한국에서는 영화가 문화가 아닌 산업으로 인식되면서 아무리 거장 감독이라도 흥행에 실패하면 작품 연출이 분명 쉽지 않는 것이 현실이죠.

 

관객들 마음에 들 요소들이 분명 있다

 

▲ 셔터 아일랜드 스틸컷 ⓒ CJ엔터테인먼트

<셔터 아일랜드>는 데니스 루이안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어요. 한국에서는 '살인자들의 섬'이란 제목으로 출간되었죠. 이 작품에서 보여준 이야기는 여러 가지 복선과 함축적인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주인공 테디 다니엘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겪게 되는 사건이 전체적인 영화의 비극이자 함축적인 문제입니다. 우리가 영화에서 보는 여러 가지 사건들과 이야기들이 모두 테디 다니엘스와 그녀의 아내 문제에서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영화는 '셔터 아일랜드'란 정신병원에 수용된 환자 실종사건을 표면적으로 다룹니다. 이곳은 죄질이 나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을 가두고 있는 정신병원이에요. 그래서 다른 어떠한 곳 보다 보안이 철저하고 누구도 이 섬에서 쉽게 탈출할 수 없는 곳이죠. 주변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악명 높은 정신병원에서 환자실종이라니 분명 보통 일이 아닌 것처럼 보입니다.

 

테디 다니엘스는 파트너 연방보안관 척 아울(마크 러팔로)과 함께 이 지옥 같은 섬에 찾아옵니다. 분명 처음 이야기를 보면 이 작품에서 다루는 것은 단순한 실종사건 같아 보입니다. 하지만 영화가 진행되면 관객들은 <셔터 아일랜드>에서 진짜 하고 싶어 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알게 됩니다. 그것은 테디 다니엘스와 그의 아내 돌로리스 샤낼(미쉘 윌리엄스) 사이에 있었던 비극적인 사건입니다. 스포일러 글이 될 것 같아 여기서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지만 두 부부 사이에 있었던 사건들이 이 영화가 숨기고 있는 또 다른 이야기입니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표면적인 사건들이 급박하게 다른 방향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묵직한 연출력은, 이 작품이 북미평론가들에게 평작이란 평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힘이 되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두 주연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마크 러팔로가 보여준 연기는 달리 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아요. 특히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마틴 스코시즈 감독과 함께 하면서 진정한 연기파 배우가 되어가고 있음을 느끼게 해주고 있습니다.

 

스타일도 좋고 연기도 좋은데 뭔가 무덤덤하다

 

▲ 셔터 아일랜드 스틸컷 ⓒ CJ엔터테인먼트

<셔터 아일랜드>는 분명 연출 스타일도 좋으며 배우들 연기도 좋은데 뭔가 무덤덤해 보여요. 마틴 스코시즈 감독이 2000년대 연출했던 작품 <갱스 오브 뉴욕>, <에비에이터>, <디파티드>를 떠올려보면 분명 그렇습니다. 앞선 작품들과 <셔터 아일랜드>를 비교하면 박진감이란 면에서 상당한 깊이의 차이가 있어 보여요. <셔터 아일랜드>는 모든 것이 무덤덤하게 보이는 면이 존재합니다. 촬영에서 보여주는 뛰어난 기술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앞선 영화들과 비교했을 때 평범한 평가를 받은 것은 이런 이유가 커 보입니다.

 

마틴 스코시즈 감독 영화들이 흥행에 큰 성공을 거둔 경우는 드물었지만,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나 감독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열광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그만의 매력이 넘치는 스타일 뛰어난 촬영과 연출, 묵직한 주제를 가지고 극적인 긴장감을 떨어트리지 않고 끝까지 밀고 가는 박진감이었습니다. 그런데 <셔터 아일랜드>에는 이런 박진감이 부족해보입니다. 분명 관객들이 편안하게 즐기기에는 좋은데, 그의 영화에 매료된 관객들이 보기에, 이전 작품들에 비해 평범하게 흘러가는 이야기가 지루함을 줄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셔터 아일랜드>는 마틴 스코시즈 감독 작품이 너무 무거워서 보기 힘들었던 관객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은 반면, 평론가들이나 그의 이전 작품에 완전히 매료되어 있던 관객들에게 좋지 못한 평가를 받은 것 같습니다.

 

끝으로 개인적인 소감을 덧붙이자면 <셔터 아일랜드>는 두 배우가 보여준 뛰어난 연기와 마틴 스코시즈 감독의 환상적인 촬영만으로도 만족감을 주는 작품이었습니다. 복선적인 이야기로 이루어지는 영화 구조 역시 마지막에 테디 다니엘스의 아픔이 그대로 전해지는 것 같아 좋았어요.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10.03.17 10:46 ⓒ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셔터 아일랜드 마틴 스코시즈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무비조이 MOVIEJOY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