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OO, 이제 제발 그만 좀 합시다

냄비 언론

등록 2010.03.17 11:16수정 2010.03.17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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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만 뜨면 신문, 라디오, TV에서 범죄(살인) 이야기가, 마치 현장을 중계하듯 나온다. 딸을 키우고 있는 아빠로서 같이 보기가 겁난다. 그 사건이 일어난 날, TV 아래 자막에 큼지막하게 나오더니 그 이후에는 온통 그 이야기로 언론이 도배질이다. 국민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서일까?

 

그 뉴스를 듣고 있노라면 문득 문득 까닭 모를 두려움이 밀려온다. 저녁 밥 먹고 산책이나 할 겸 아파트 놀이터를 돌고 있으면 힐끔힐끔 쳐다보고 가는 눈초리들이 괜히 껄끄러워진다. 예전보다 다른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매스컴은 언론이 국민에게 미치는 예리한 칼날을 조심해야 할 것이다. 단지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서만, 다른 언론들이 떠드니까 같이 터뜨리고 보자는 심사는 아닌지 깊은 고민의 흔적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너무 자세하게 범죄에 대한 흥미위주의 묘사는, 거기에 따른 모방범죄의 위험도 양산할 수 있다는 지적이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제도 하루종일 신문에서, 라디오에서, TV에서 살벌한 범죄이야기만 들은 것 같다. 그래서 이 사회가 더욱 흉흉해지고, 퇴근길도 어째 유쾌하지가 않다.

 

현상만 그렇게 냄비 위에 펄펄 끓은 물처럼 노발대발 할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왜 이 사회에 그런 인면수심적인, 인격파탄 같은 사건들이 갈수록 많아지는가. 그런 병리현상을 먼저 고민해 보는 것이 순리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우리 어른들은 가정과 학교에서 오직 물질만이 최고의 가치라고 가르치지는 않았는가? 옆의 친구는 나와 더불어 이 세상을 살아가는 동반자이기보다는, 오직 이기고 가야만 하는, 설령 같이 가다 넘어지면 밟고 올라서야만 한다고 가르치지나 않았는가 하는 걱정이 더 앞선다. 오직 내 아이만이, 최고의 학교, 최고의 직장에 들어가야 한다고 은연 중에 강박하지나 않았는지 먼저 뒤돌아보아야 할 것 같다.

 

공교육을 가르치는 학교 정문에는 어디 대학교를 몇 명이나 보냈다는 플래카드가 휘날리고 있다. 학원의 담벼락에는 "전교 1등 ○○○, 반 1등○○○"의 플래카드가 천박하게 휘날리고 있다. 어느 한구석에 인성교육에 고민하고 있는 우리 어른들의 흔적은 찾아볼 수가 없다. 그래서 우리들은 더욱 슬프다. 그래서 어느 개그프로그램에서는 "일등만 기억하는 이 더러운 세상"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는지도 모르겠다.

 

이 경박스러운 어른들의 문화 속에 어찌 아이들이 인성이 제대로 깃들 틈이나 있었겠는가. PC방에서는 아이들이 죽어나가고, 사회 부적응자가 속출하는 이런 기현상들이, 어찌 어른들과 선생님 책임이 아니라고 자유스럽게 말할 수 있겠는가.

 

과정은 생각하지 않고, 오직 결과 만에 갈채를 보내는 어른들, 일 등 아래에는 그보다 수십 배 수백 배 많은 아이들이 눈물과 한숨 속에서 울고 있다는 그 속내는 왜 가르치지는 않았는가?  

 

이 세상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나와 함께 살아가야 하는 동반자들이라고, 파괴하고 물리쳐야만 할 적이 아니라는 것을 지금부터라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어른들부터 사유가 따르지 않은 급박한 생각들이, 이런 살풍경과 기형아들을 양산했다는 그런 과오를 철저하게 느껴야만 할 것이다.

 

오늘도 하루 종일 TV 뉴스에서는 마치 스포츠 중계를 하듯 흥미성 기사로 들끓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어릴 시절 부모로부터 버림받고 양부모 밑에서 따뜻한 사랑 한 번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자란 아이가 이 사회에서 숨 쉴 수 있는 구석이 있었을까. 그러다 보니 항상 학교에서 선생님과 친구들의 시선을 피하게 되고 따돌림을 당하고, 더 이상 학교에 다닐 수 없었던 이유가 되지나 않았었을까.

 

지금도 그런 아이들이 우리 공교육의 현장에는 많이 있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가 인다. 그런 아이들이 따뜻하게 숨 쉴 수 있는 공간이 이 사회 곳곳에 더욱 많아져야만 하지 않을까? 사건이 일어났을 때에만 마치 기다렸다는 듯 냄비처럼 펄펄 끓을 것이 아니라, 어디에서도 대우 받지 못했던 아픈 영혼들이 치료받으며 편히 쉴 수 있는 그런 공간에 대한 고민이 더욱 절실하지 않을까?

 

어쩌면 우리 모두는 공범자이면서 방관자인지도 모른다. 나만이 더 좋은 환경에서 우리 가족과 편하게 살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은 모두 이기고 올라서야만 하는 대상들일 뿐이라고, 정글의 법칙만을 강요했는지도 모른다.

 

우리 언론들이 더욱 깊은 사명감과 성찰을 가지고, 국민들이 불안에 떨지 않도록 해주었으면 좋겠다.

2010.03.17 11:16ⓒ 2010 OhmyNews
#조급증에 사러잡힌 한국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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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5년여 세계오지 배낭여행을 했으며, 한강 1,300리 도보여행, 섬진강 530리 도보여행 및 한탄강과 폐사지 등을 걸었습니다. 이후 80일 동안 5,830리 자전거 전국일주를 하였습니다. 전주일보 신춘문예을 통해 등단한 시인으로 시를 쓰며, 홍익대학교에서 강의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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