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북적돼야 될낀디, 지나댕기는 사람도 읎네"

선거 앞두고 남해군 재래시장을 가다

등록 2010.04.09 20:52수정 2010.04.09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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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한켠에서 나지막한 탄식이 들려온다. "시장찾는 사람이 읎제, 특히 오전에는 한명 보기도 힘드네"라고 넋두리를 풀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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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남해군 남해읍 재래시장 장날 모습. 시장 사람들은 무엇보다 시장경제를 살리고 지역경제를 살리는 자치단체장을 원한다. ⓒ 김종욱


시장 사람들은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꼽았다. 이렇게 경기가 침체되고, 시장에서 물건을 사는 사람들이 없다보니 당장 먹고 살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군수나 뭐 그런거 선거하는건 우리같이 나이많은 사람들은 잘 몰라. 옆에 젊은 사람들이 좋다고 하면 좋은갑다 하면서 찍는거지"라고 말하는 서봉심(경남 남해군) 씨. 시장 한켠에 앉아서 쪼그라진 손으로 봄나물을 다듬던 서 씨는 "장사는 안돼도 좋은데 사람이 좀 많이와서 북적댔으면 좋겠어. 그래야 생기도 넘치고, 나 말고 다른 사람이라도 장사가 좀 돼지. 지금은 너무 시장이 한산해"라고 말했다.

아무리 목이 좋은 곳이라도 시장상인들의 하루 매출액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한푼도 못벌때도 많고 많이 팔아도 만오천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경기가 어려우니 시장에서 돈이 돌지 않고, 그러다보니 찾는 사람도 줄고, 상인들도 시장에서 많이 빠져나가지. 점점 살기가 힘들어져"라고 말을 한 서 씨는 다시 나물 다듬기에 열중했다.

봉정식당을 운영하는 오문자(경남 남해군) 씨는 무엇보다 시장을 살리는 것이 급선무라고 했다.


"선거때만 되면 연례행사처럼 시장을 찾는 정치인들이 무엇을 알고 시장을 살리겠냐"고 일침을 놓은 오 씨는 "전국적으로 어렵다고는 하지만 시장만큼 관광객을 유치하기 쉬운 곳은 없다"고 말했다. 장날에 시장을 찾는 사람보다 주말에 시장을 찾는 관광객이 더 많다는 것이다.

강원도 정선의 경우 각 계절마다 떡매치기와 각종 공연 등이 있는 오일장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관광성수기면 장날이 아닌 주말에도 장날 프로그램을 운영해 관광객을 유치하지만 남해군의 장날은 단지 '시장'에만 불과하다는 것이다.

오 씨는 또 "들리는 소문에 농협 자리에 대형마트가 들어선다던데, 마트가 들어서면 시장사람들 다 죽는다"고 했다. 시골 정서에 맞게 시장다운 시장, 매력 넘치는 시장을 만들어야 시장이 살고 지역이 살텐데, 대형마트는 지역을 잠식해 시장상인은 물론 모든 군민들이 피해를 입는다는 것이다.

시장에서 만난 최아무개 씨는 "경제 살리기와 더불어 시장현대화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어느 도시는 카트를 끌고 다닌다고 하고, 어느 도시는 마트마냥 여러 상점에서 산 것들을 나가면서 한번에 계산한다고도 하는데 남해는 이런저런 사업을 한다는 말만 있었지 실질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시장 내에 쉼터를 조성하면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쉼터는 말 그대로 휴식공간이 될 뿐만 아니라 만남의 장소로도 활용되고 각종 문화행사를 유치할 수도 있어 관광객들이 시장에서 '머물다' 갈 수 있게 한다"고 정책을 제안하기도 했다.

시장 사람들은 누가 자치단체장이고, 누가 정치를 하는지는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다만 팍팍하고 어려운 요즘 그네들의 삶의 터전인 시장을 살릴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
#선거 #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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