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실화가 주는 감동 <블라인드 사이드>

산드라 블록에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거머쥐게 한 명작

10.04.20 10:50최종업데이트10.04.20 10:50
원고료로 응원

▲ 블라인드 사이드 스틸컷 ⓒ 워너 브라더스


<블라인드 사이드>(The Blind Side)는 북미에서 엄청난 흥행성공을 거둔 작품이에요. 2900만불 제작비로 만들어졌지만 북미극장흥행수입이 무려 2억5557만불에 달했죠. 제작비 대비 흥행수입을 고려하면 이 작품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초대박' 작품이라고 할 수 있어요. 북미에서 이 영화가 이토록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유명 미식축구 스타 마이클 오어의 실제 이야기이기 때문이죠. 그는 거구의 흑인이지만 따뜻한 백인 가족들의 사랑으로 미국에서 제일 유명한 미식축구 스타 자리까지 오른 인물이에요.

마이클 오어란 실존 인물을 다룬 이야기인 점이 영화 흥행에 큰 도움을 준 것이 사실이지만, 좀 더 깊게 생각해보면 이 작품은 북미관객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들이 전부 들어가 있어요. 북미 관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장르 중에 하나가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가족드라마에요. <블라인드 사이드>는 이미 이 조건을 완벽하게 충족하고 있는 작품이죠. 거기에다 흑인과 백인이라는 묘한 가족 관계가 최근 미국대통령이 된 오바마를 연상시키기도 하죠.

<블라인드 사이드>는 가족드라마에 북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인 미식축구를 다루고 있어요. 저 같이 미식축구에 대한 사전 지식이나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자료를 찾아야 알 수 있지만, 북미 프로미식축구 결승전인 슈퍼볼은 가장 많은 미국인들이 시청하는 스포츠라고 해요. 이미 탄탄한 가족드라마에 북미관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 스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작품인 만큼, 영화 완성도만 뒷받침을 해주면 북미에서 흥행은 탄탄대로라고 할 수 있을 정도에요.

산드라 블록에게 최고의 영광을 안겨주다

▲ 블라인드 사이드 스틸컷 ⓒ 워너 브라더스


<블라인드 사이드>는 주연배우 산드라 블록에게 최고의 영예를 안겨주었어요. 그녀는 이 작품으로 제67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2010) 드라마부분 여우주연상, 제16회 미국 배우 조합상(2010) 영화부분 여우주연상, 제8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2010) 여우주연상 등 굵직한 여우주연상은 대부분 휩쓸었어요. <크래쉬>로 제12회(2006) 미국 배우 조합상 수상 이후 그녀에게 처음인 북미 메이저 영화 시상식 수상이었죠. 여배우로서 최고의 전성기가 끝났다고 생각했던 나이에 최고의 영예에 오른 것이죠.

영화에서 그녀가 보여준 연기를 보면 충분히 여우주연상을 탈 만한단 생각이 들게 해요. 너무 자연스러운 연기로 영화가 가지고 있는 감동을 물 흐르듯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있어요. 실존 인물인 마이클 오어(퀸튼 아론)는 불행한 인생사를 살았어요. 그의 아버지는 살해당했으며 어머니는 마약중독자죠. 형이 있지만 도저히 함께 할 수 없을 정도로 가난한 삶을 이어가는 인물이에요. 이런 환경 때문에 그는 다른 사람들과 제대로 어울리지 못하죠. 항상 무엇인가에 짓눌린 듯한 삶을 살아가요.

이런 그에게 인생의 밝은 부분으로 나올 수 있게 손을 내밀어준 인물이 바로 리 앤 투오이(산드라 블록)에요. 시작은 정말 단순했어요. 단지 안면이 있는 마이클 오어를 우연히 보게 된 리 앤 부부가 그가 잘 곳이 없다는 것을 알고 하룻밤 자신들의 집에 묵게 한 것이죠. 그런데 리 앤 투오이는 마이클 오어가 가지고 있는 착한 심성을 알게 되요. 더 이상 그를 위험한 거리에서 혼자 살아가게 두어서는 안 된다고 결심을 하고 열성적으로 그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요. 결국에는 법적으로 부모로서 그를 입양까지 하게 되죠.

말이 쉬워서 입양이지 미국사회에서 백인가족이 거구의 흑인을(영화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정말 거구에요) 이렇게 열성적으로 자신의 삶과 시간을 바쳐가면서까지 입양하기 분명 쉽지 않을 것 같아요. 흑백갈등이 많이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미국에서 강자는 백인이며 약자는 흑인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같은 백인들이 과연 이 가정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문제도 끼이게 되는 것이죠.

정말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린 리 앤 부부. 그리고 그런 결정을 내리고 마이클 오어가 최고의 미식축구 스타로 커가는 과정에서 자신의 열정과 에너지를 다 쏟아 붓는 리 앤 투오이의 모습은 감동이란 단어 외에 다른 생각을 할 수 없게 만들고 있어요. 이 영화는 사람과 사람이 어떻게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고, 사람이 보여주는 사랑이 어떻게 한 인간의 인생을 바꾸는지 보여주고 있어요.

가족드라마로서 손색이 없단 의미에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자애나 사랑이란 것이 말이 쉬워서 그렇지, 결코 다른 사람에게 손 내밀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이미 인생살이 경험한 분들이라면 다들 알고 있을 것 같아요. 이런 생각을 한다면 <블라인드 사이드>는 가족들이 함께 보기에 최고의 드라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식축구 영화, 한국에서도 뜰까

▲ 블라인드 사이드 스틸컷 ⓒ 워너 브라더스


이 작품은 분명 가족드라마가 가장 큰 줄기이지만 미식축구라는 한국에서 생소한 스포츠가 주가 되는 영화이기도 하죠. 여태 것 한국에서 여러 편의 스포츠영화 혹은 스포츠를 통해 성장하는 영화가 수입되었지만 제대로 흥행성공한 경우는 드물었어요. 특히 미식축구 영화는 더 드물었죠.

<애니 기븐 선데이>, <리플레이스먼트> 등이 그나마 기억 속에 남은 한국에서 개봉한 미식축구 영화이지만 실제 흥행성적은 그렇게 좋지 못했죠. 이후 미식축구 영화들이 북미에서는 개봉했지만 한국에서는 거의 제대로 개봉한 적이 없어요. 워낙 한국에서 생소한 스포츠라서 영화관객들에게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약점이 있기 때문이죠.

<블라인드 사이드> 역시 이런 약점을 피해갈 수 없을 것 같아요. 분명 감동적인 가족드라마이지만 그 기반에 미식축구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에요. 미식축구에 대한 관심이 북미와 같지 않기 때문에 실제 북미관객들이 받아들이는 감정의 동요와 한국관객들이 받아들이는 감정의 동요가 차이가 날수밖에 없는 것이죠. 영화에서 보여주는 장면들이 북미에서는 아주 감동적인 요소가 될 수 있지만 한국에서는 감동적인 요소가 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단 의미에요.

꼭 미식축구 관련 영화가 아니더라도 한국에서 사실 제대로 성공한 스포츠 영화가 거의 없는 것 역시 사실이죠. 최근 그나마 조금 기지개를 펴고 있지만 아직까지 한국에서 스포츠 영화가 대세로 자리를 잡은 것은 아닌 것 역시 사실이죠. 과연 이런 약점을 영화가 가지고 있는 실화란 감동 코드가 얼마나 바꿀 수 있는지에 따라서 영화 운명이 한국에서 판가름 나게 될 것 같단 생각이 들어요. 좋은 감동 드라마를 찾는 관객들이라면 분명 만족할 가능성이 높은 작품이란 평가를 하고 싶어요.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블라인드 사이드 산드라 블록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무비조이 MOVIEJOY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