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 자리에 앉으면 그곳이 바다카페

여수 해안도로를 따라 감도에서 섬달천까지 걸어간 길

등록 2010.04.28 10:20수정 2010.04.28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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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을 드러낸 바다. 붓꽃이 꽃대를 올렸다. ⓒ 전용호

갯벌을 드러낸 바다. 붓꽃이 꽃대를 올렸다. ⓒ 전용호

바닷물이 감아 도는 곳이라

 

시내버스를 타고 여수 화양면으로 향한다. 삼면이 바다인 고돌산반도를 가로 지르면 한적한 시골마을들을 지난다. 버스는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곳으로 올라선다. 감도마을이다. 감도는 이름이 섬 같지만 섬이 아니다. 바닷물이 감아 도는 곳이라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바다로 돌출된 언덕 양편으로 바닷가 마을이 자리 잡고 있다. 마을로 들어선다. 한적하다. 검은 고양이 한 마리가 나를 힐끔 보더니 유유히 걸어간다. 마을을 양편으로 나누고 있는 언덕을 넘어간다. 부지런한 농부들은 벌써 밭을 갈고 씨를 뿌렸다. 비닐 옷을 입은 옥수수가 손바닥만큼 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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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도 마을 풍경. 한적한 바닷가 마을이다. 밭에는 옥수수가 커가고 있다. ⓒ 전용호

감도 마을 풍경. 한적한 바닷가 마을이다. 밭에는 옥수수가 커가고 있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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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도에서 달천까지 걸어가는 길. 12km를 4시간 정도 걸었다. ⓒ 전용호

감도에서 달천까지 걸어가는 길. 12km를 4시간 정도 걸었다. ⓒ 전용호

선이 만들어 낸 예술작품

 

다시 큰 도로로 나와 길을 걷는다. 오늘은 감도에서 섬달천까지 해안도로를 따라 걸어간다. 바다는 물이 빠지고 잿빛 갯벌을 드러내고 있다. 물새들이 여유롭게 갯벌을 이리저리 옮겨 다닌다. 해안을 따라 작은 마을들이 이어진다. 이천, 오천, 옥천 마을. 바다를 바라보며 키 자랑을 하는 미루나무는 새순이 햇살에 반짝거린다.

 

검은 아스팔트 도로는 따뜻한 햇살을 받아 아지랑이가 피어난다. 버스정류장이 바다를 등지고 섰다. 벽이 투명하여 바다가 그대로 보인다. 긴 의자가 있지만 의자를 하나 더 놓았다. 앉았다 가라고 하는 걸까? 그냥 버스정류장일 뿐인데, 바다와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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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배경으로 서있는 버스정류장. 쉬었다 가고 싶어진다. ⓒ 전용호

바다를 배경으로 서있는 버스정류장. 쉬었다 가고 싶어진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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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이 만들어낸 예술작품 ⓒ 전용호

선이 만들어낸 예술작품 ⓒ 전용호

길은 해안을 따라 자연스럽게 구불거린다. 이런 길이 너무나 좋다. 인위적으로 만든 도로에 노란선과 흰선만 그렸을 뿐인데…. 검은색 도로와 어울려 선이 스스로 움직이며 흐르는 것 같다. 예술성이 뛰어난 작품을 감상하는 기분이다.

 

바다와 나란히 걷는 길

 

물이 빠진 바다는 조용하다. 고깃배라도 떠있으면 덜 할 텐데. 봄 햇살을 쨍쨍 받는 적막의 바다, 숨죽여 물이 차기를 기다리는 바다다. 가다가다 쉬어간다. 마을마다 평상이 놓이고 의자가 있다. 길을 걷다가 자리를 잡으면 그곳이 바다카페다. 따끈한 커피를 한잔 마시며 바다를 본다. 바다는 여전히 침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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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가 자리잡고 앉으면 그곳이 바다카페. ⓒ 전용호

걷다가 자리잡고 앉으면 그곳이 바다카페.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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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조제를 따라 걷는다. 방조제에 막힌 바다는 호수가 되었다. ⓒ 전용호

방조제를 따라 걷는다. 방조제에 막힌 바다는 호수가 되었다. ⓒ 전용호

해안선은 항아리처럼 움푹 들어갔다. 간척을 하면서 막아 놓은 둑을 따라 걷는다. 한쪽은 바다, 한쪽은 호수다. 하나였을 바다는 둘로 나뉘어 전혀 다른 역할을 한다. 둘이 하나가 되게 하기에는 성격 차이가 너무나 크다.

 

둑을 건너면 마을이 나오고 길은 여전히 해안선을 따라간다. 하지만 길은 전혀 다른 풍경이다. 지금까지는 위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면서 걸었는데, 이제부터는 바다와 나란히 걷는다. 도로는 해안선을 매립해서 만들었다.

 

들꽃이 좋고 시원한 바닷바람이 좋아서 걷는다

 

길가로 유채를 심고 꽃잔디를 심었다. 꽃길이다. 그 길을 차가 가고, 자전거를 탄 무리가 달리고, 마라톤을 하는 사람들이 뛴다. 나는 걷는다.

 

걷는 것은 가장 원시적인 유희. 예전에는 이동을 위한 수단이었고, 지금도 가장 쉬운 이동수단이다. 가장 느리게 가는 만큼 주변을 자세히 보고 몸으로 느낄 수 있다. 그래서 걷는다. 발밑에 보이는 들꽃이 좋고, 갯내음이 묻어나는 시원한 바닷바람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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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잔디와 유채가 어우러진 해안길 ⓒ 전용호

꽃잔디와 유채가 어우러진 해안길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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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선을 따라 구불구불한 해안길. 유채와 꽃잔디가 어우러진 길이 5km 이어진다. ⓒ 전용호

해안선을 따라 구불구불한 해안길. 유채와 꽃잔디가 어우러진 길이 5km 이어진다. ⓒ 전용호

꽃길은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여기저기 차에서 내려 꽃구경을 하고 바다를 느낀다. 둑을 몇 개 지나면서 길이 지루해진다. 꽃길도 계속되니 같은 풍경이고, 바다는 변함없이 말이 없다. 이 길이 언제 끝나려나. 걸어왔던 길이 바닷가를 따라 아득하게 보인다.

 

길은 오르내리지 않고 옆으로만 구불거린다. 모퉁이를 몇 번 돌아간다. 바다로 향할 것 같은 길은 모퉁이를 돌아서면 이어지고, 그렇게 몇 번을 돌아가니 달천도가 보인다. 구멍이 숭숭 뚫린 다리가 놓였다. 다리를 건너 들어간다.

 

집들이 20여 채 있는 작은 포구가 있다. 마을 회관 앞에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여유가 있는 풍경이다. 슈퍼에 앉아 시내버스를 기다린다. 방파제에 낚시를 나온 가족들이 행복하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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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앞 작은 밭에 파꽃이 피었다. 파꽃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예쁘다. ⓒ 전용호

마을 앞 작은 밭에 파꽃이 피었다. 파꽃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예쁘다. ⓒ 전용호

덧붙이는 글 | 감도 가는 시내버스는 4대(24번, 24-1번, 25번, 25-1번)가 수시로 운행한다.

섬달천 가는 시내버스는 92번과 93번이 1시간 10분에서 2시간 20분 간격으로 하루에 10번 운항한다. 시간을 맞추지 못하면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가사리에서 섬달천까지는 해안길로 자전거를 타거나, 자동차로 드라이브하기에 좋은 길이다.

2010.04.28 10:20 ⓒ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감도 가는 시내버스는 4대(24번, 24-1번, 25번, 25-1번)가 수시로 운행한다.

섬달천 가는 시내버스는 92번과 93번이 1시간 10분에서 2시간 20분 간격으로 하루에 10번 운항한다. 시간을 맞추지 못하면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가사리에서 섬달천까지는 해안길로 자전거를 타거나, 자동차로 드라이브하기에 좋은 길이다.
#여수 해안길 #감도 #섬달천 #유채꽃 길 #갯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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