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한 신문만 나무랄 수 없습니다. 우리는 '쉬운' 영어를 곳곳에 버젓이 쓰고 있습니다. '새'나 '새로움'이라고는 적을 생각을 않고 늘 'NEW'라고만 쓰는 모습은 더없이 흔합니다.
최종규
그렇지만 신문 한 가지만 탓할 수 없고, 잡지 하나만 나무랄 수 없습니다. 한겨레신문이 더 잘못하거나 엉터리이지도 않습니다. 오늘날 우리 나라 신문이나 잡지를 돌아보면 외국말을 버젓이 쓰는 매체가 얼마나 많습니까. 이름만 외국말일 뿐 아니라 글월로 적는 자리에까지 아예 알파벳을 쓰는 데는 오죽 많은지요.
말뜻을 생각한다면 '우먼센스'나 '레이디경향'은 참 볼꼴사납습니다. '여자 느낌'이요 '아가씨 경향'이란 소리인데, 우리 말로 잡지이름을 삼으면 얕잡히거나 어설프다고 여기는 마음일까요. '시사저널'이나 '시사in'은 잡지이름으로 보면 어느 쪽이 낫다 할 만한지 궁금합니다. 왜 우리는 '영화'라고는 말하지 못하고 'KINO'라든지 'FILM 2.0'이라고만 이름을 붙이는지 모르겠습니다. 1950∼60년대에 우리 나라에 '포토그라피'라는 사진잡지가 있었고, 2000년대 오늘날에는 'PHOTONET'이라는 사진잡지가 있습니다. 'ILUUST'는 그림을 이야기하는 잡지입니다. 그러고 보니, 한겨레신문에서 만화잡지를 만들면서 붙인 이름은 "신개념 만화잡지 '팝툰'"이었군요.
┌ 염소 수염 (o) ├ 고티 수염 (x) ├ 고티(염소) 스타일 (x) └ goatee style (x)생각을 조금 더 이으면, 신문과 잡지뿐 아니라 방송 또한 우리 말을 아끼거나 사랑하지 않습니다. 한국방송이나 문화방송이나 교육방송이나 기독교방송이나 불교방송이라고들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케이비에스나 엠비시나 이비에스나 시비에스나 비비에스라 합니다. 글로 적을 때에는 그저 알파벳으로 KBS, MBC, EBS, CBS, BBS입니다. 한국에서뿐 아니라 한국 바깥으로 뻗어나가려는 얼을 담아 영어로 방송사 이름을 붙였다 할 텐데, 한국 바깥으로 뻗어나가는 자리에 쓰는 영어는 영어대로 쓰면서, 한국 안쪽에서 사람들하고 오순도순 나누려는 말마디는 오순도순 쓸 수 있도록 옳고 바르게 가다듬을 노릇이 아니랴 싶습니다. 바른 언론이 되고자 한다면 바른 넋을 품고 바른 취재를 하여 바른 기사를 써야 하는데, 바른 기사란 바른 삶을 바탕으로 바른 말로 펼쳐야 합니다. 바른 말이지 않고 바른 삶이지 않으며 바른 넋이지 않은 채 바른 기사를 쓸 수 있을는지요. 바른 글하고 동떨어지고 바른 생각하고 등돌리며 바른 사람하고 어깨동무하지 않으면서 바른 매체로 뿌리내릴 수 있을까요.

▲ '산'을 이야기하는 잡지 이름은 'MOUNTAIN'인 우리 나라입니다.
최종규
지식을 다루거나 말하는 자리에 있는 분들부터 지식을 담은 말과 글을 얄딱구리하게 쓴다고 하겠습니다. 이 얄딱구리한 말매무새를 제대로 깨달으며 알맞고 싱그러이 추스르려는 분이 아주 드물다고 하겠습니다. 이리하여, 염소 수염을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염소 수염'이라고 말하지 못합니다. '염소 수염'을 뜻하는 영어 'goatee'인데 '고티 수염'이라고 말하는 기자들마저 있습니다.
신문이름과 잡지이름과 방송이름을 비롯해, 신문과 잡지와 방송에서 쓰고 있는 말마디 모두 아름답지 못한 셈입니다. 아름다운 말을 자꾸자꾸 내치고, 아름다운 마음을 자꾸만 잊으며, 아름다운 삶을 그예 사귀지 않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 글쓴이 누리집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cafe.naver.com/hbooks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 글쓴이가 쓴 ‘우리 말 이야기’ 책으로,
<생각하는 글쓰기>(호미,2009)가 있고,
<우리 말과 헌책방>(그물코)이라는 1인잡지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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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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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가 더럽히는 우리 삶 (97) 고티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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