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언트> 주인공, 아직은 의심스러워

[TV리뷰] SBS 새월화드라마, 정치색 벗고 성공할 수 있을까

등록 2010.05.11 14:13수정 2010.05.11 16:20
0
원고료로 응원
a  <자이언트>의 첫 회 안내문구. 현직 대통령 미화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자이언트>의 첫 회 안내문구. 현직 대통령 미화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 SBS 화면캡쳐


한 남자가 있다. 지방에서 가난한 유년시절을 보냈고, 서울로 상경했다. 온갖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악착같이 살아남았다. 그리고 수십 년 후, 그는 대한민국 굴지의 건설회사 사장이 되어 있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 같지 않은가? 여기까지 읽은 당신이라면 이 이야기의 주인공을 두고 혹시 푸른 기와집에 앉아 계시는 어떤 한 분을 머릿속에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야기의 주인공은 우리가 예상하는 '그 분'이 아니다. 주인공의 이름은 이강모. SBS 새 월화드라마 <자이언트>(오후 10시 방송)의 주인공 되시겠다.

SBS에서 창사 20주년을 기념하여 야심차게 준비한 <자이언트>는 약 100억 원대의 제작비가 투입된 거대 시대극이다. 상전벽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1970~1980년대 서울 강남을 배경으로 하는 이 드라마는 경제개발의 빛과 어둠 속에서 한 인간이 일궈낸 성공스토리를 그려낸다.

밑바닥 출신 인물이 스스로의 뛰어난 능력과 주변 인물들의 도움으로 결국에는 크게 성장하는 식의 드라마는 이제는 진부하게 느껴질 정도로 흘러넘친다. 당장 동시간대 방영되고 있는 MBC <동이>만 보더라도 그런 류의 이야기가 아닌가. 격동의 세월인 1970~198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도 적지 않다. 지난 2008년 인기리에 방영됐던 MBC <에덴의 동쪽>이 대표적인 예다.

SBS가 야심차게 빼든 <자이언트>가 성공하려면

그런데 유독 <자이언트>만큼은 이야기의 줄거리와 드라마의 배경을 놓고 시작 전부터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심지어 올해 초 <자이언트> 출연에 구두계약을 했다고 언론에 알려진 한 유명배우의 경우에는 인터넷의 누리꾼들을 중심으로 포털사이트 다음의 아고라에서 '<자이언트> 출연 반대 청원' 움직임까지 일 정도였다.

<자이언트>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고 누리꾼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까닭은 앞서 언급했다시피 이 드라마의 주인공이 실존하고 있는 어떤 한 인물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극의 주인공인 이강모의 직업이 건설회사 사장이라는 점, 그리고 극의 배경이 1970~1980년대라는 점에서 시청자들은 이강모의 모습에 필연적으로 건설회사 CEO 출신의 현직 대통령을 겹쳐 보게 된다.


결국 <자이언트>가 현직 대통령을 미화하는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에서 누리꾼들은 이 드라마의 방영에 모종의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게 됐고, 그 논란과 불편한 시선은 <자이언트>가 방영을 시작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드라마 <자이언트>가 성공을 위해 넘어야 할 첫 번째 관문은 바로 이와 같은 대중과 언론의 부정적인 논란을 잠재우는 것이다.

그러나 고비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자이언트>가 맞닥뜨려야 할 또 다른 상대는 바로 경쟁작인 <동이>다. <이산> 이후 3년 만에 귀환한 사극의 대가 이병훈 PD가 야심차게 준비한 대하사극 <동이>는 현재 20%가 넘는 시청률로 안정세를 보이며 월화드라마 시장을 호령하고 있다.


<자이언트>가 방영 첫날 1, 2회를 연속 편성한 것은 <동이>의 독주체제에 제동을 걸기 위한 자구책이라고 할 수 있다. <자이언트>의 전작 <제중원>은 방송 3사의 드라마 가운데 시청률에서 내내 꼴찌를 기록하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종영 당시 시청률도 한 자릿수로, 시청자들이 이어지는 소위 '전작 효과'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 결국 <자이언트>가 선택한 것은 변칙 편성이었다.

시청률을 위한 SBS의 드라마 변칙 편성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MBC <선덕여왕>이 국민드라마로 불리며 안방극장을 점령하자 기존의 밤 10시 편성 월화드라마를 9시 편성으로 한 시간 앞당기고 10시에는 예능 프로를 편성한 바 있다. 그 주인공이 됐던 드라마가 바로 <천사의 유혹>. 결국 이 작품은 변칙 편성의 도움을 받아 상당한 시청률을 기록할 수 있었다.

이미 <동이>가 15회나 진행되어 버린 상황에서 고정 시청자 층이 이탈할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그 시청률이 30~40% 정도로 높지 않은, 20% 대 초반이라는 점에서 아직은 그리 절망적인 상황이라고 할 수 없다. 후발주자로 시작해 시청률 1위의 드라마를 역전한 사례는 적지 않다. 드라마 <자이언트>가 성공을 위해 넘어야 할 두 번째 관문은 바로 가장 강력한 경쟁상대인 <동이>다.

<자이언트> 정치색 뺀 가족 휴먼드라마 될 수 있을까

 SBS 새월화드라마 <자이언트>

SBS 새월화드라마 <자이언트> ⓒ SBS


<자이언트>를 보기 전 개인적으로 가장 우려했던 부분은 현직 대통령 미화보다 무분별한 개발주의 옹호였다. 주인공은 건설회사 사장. 그리고 배경은 개발붐이 한창이던 서울 강남. 이 두 가지가 어우러지면서 드라마가 개발주의자의 논리를 옹호하고, 그것을 통해 지금 이 땅에서 무분별하게 벌어지고 있는 개발이란 이름의 파괴 행위를 미화하는 게 아닐까 하는 우려가 더 컸던 게 사실이다.

그런 우려를 인식한 탓인지 첫 회 초반, 극중 주인공인 이강모(이범수 분)와 악역인 조필연(정보석 분)이 맞부딪히는 장면에서 그 둘이 나눈 대화는 좀 달랐다.

"저 강남 땅, 내가 다 만들었어. 이 조필연이가! 이 나라 발전을 위해서 뼈를 깎고 피를 말려서 이룩한 거야. 그걸 네놈이 다 뺏었어. 내가 평생 동안 이뤄놓은 세상을 네놈이 다 훔쳐갔어."

"당신이 아니었으면, 여긴 좀 더 사람들이 살만한 도시가 됐을 거야. 당신들이 망쳐놨어. 개발이니 발전이니 떠들어대면서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지."

<자이언트>의 극본 집필을 맡은 장영철 작가는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자이언트>에 등장하는 정치, 경제적 상황은 배경에 지나지 않는다"며 "드라마의 본질은 가족의 사랑을 그린 휴먼드라마"라고 못 박았다.

드라마는 시작됐지만 아직도 시청자들의 미심쩍은 눈초리는 거둬지지 않고 있다. 연출을 맡은 유인식 PD와 극본을 담당하는 장영철 작가의 주장대로 <자이언트>는 현직 대통령을 미화하는 정치색 가득한 드라마가 아닌, 가족의 사랑을 그린 휴먼드라마가 될 수 있을까?
#자이언트 #이범수 #정보석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추석 때 이 문자 받고 놀라지 않은 사람 없을 겁니다 추석 때 이 문자 받고 놀라지 않은 사람 없을 겁니다
  2. 2 아직도 '4대강 사업' 자화자찬? 이걸 보고도 그 말 나오나 아직도 '4대강 사업' 자화자찬? 이걸 보고도 그 말 나오나
  3. 3 우리 모르게 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왜? 우리 모르게 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왜?
  4. 4 [단독] "김건희 사기꾼 기사, 한국대사관이 '삭제' 요구했지만 거부" [단독] "김건희 사기꾼 기사, 한국대사관이 '삭제' 요구했지만 거부"
  5. 5 참 순진한 윤석열 대통령 참 순진한 윤석열 대통령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