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 보수 획기적 인상은 필수 투자... 수혜자는 국민"

법원행정처 인사총괄심의관 "법조일원화 2023년 고집 안 해... 2018년도 가능"

등록 2010.05.27 10:14수정 2010.05.27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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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행정처가 경력 법조인만 판사로 임용하는 이른바 '법조일원화' 방안의 전면시행 시기를 당초 발표했던 2023년보다 5년 앞당겨 2018년부터 시행할 수도 있음을 내비쳤다. 그 전제는 법관 보수의 획기적인 인상 등 처우 개선이 꼽혔다.

이승련 법원행정처 인사총괄심의관은 26일 서울법원종합청사에서 열린 사법제도개선 공청회에서 법조일원화에 대한 주제 발표자로 나서 "예산상, 제도상의 충분한 지원만 이루어진다면 법조일원화를 조기에 실시할 수 있고, 도입을 늦출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법조일원화란 사법시험과 사법연수원을 거쳐 법관에 임용되는 현 제도와는 달리 변호사, 검사, 법학교수 등 법조경험을 쌓은 법조인을 판사로 임용하는 제도다.

대법원은 지난 3월 로스쿨 첫 졸업자가 법조경력 10년차가 되고, 마지막 사법시험 합격자가 군법무관을 마치는 시점인 2023년부터 10년 이상의 법조경력자만을 법관으로 임용하는 법조일원화를 전면적으로 실시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위 방안에 대해 이행기를 지나치게 장기간으로 설정함으로써 대법원이 법조일원화 실현에 대한 의지가 부족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있었다.

이를 의식이라고 한 듯 이승련 심의관은 "법조일원화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한 여건만 갖춰진다면 대법원은 2023년을 고집하지 않는다"며 "2020년부터 최소 7년의 법조경력을 요구하는 법조일원화를 전면시행하거나, 2018년부터라도 최소 5년의 법조경력을 요구하는 법조일원화를 시행하는 방안들도 검토 가능하다"고 말했다.

"법관 처우 획기적 개선 없는 법조일원화는 오히려 부작용만"


이승련 심의관은 법조일원화를 위한 기본 전제로 법관 보수의 획기적인 개선을 꼽았다.

그는 먼저 "법조일원화의 전면적 도입을 주장하는 근거 중 중요한 한 가지는 법관의 중도사직 방지를 통한 소위 '전관예우'의 근절이라는 것이나, 법관 처우의 획기적 개선 없는 법조일원화 도입만으로는 오히려 부작용만 일으킬 확률이 높다"고 지적했다.

법조일원화를 도입하고도 경제적 사정에 기인한 중도사직을 막지 못한다면, 법관의 최초 임용 시점을 늦춤으로써 오히려 법관으로서의 재직 기간만 더욱 짧아지게 하는 역효과를 낳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 심의관은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법관 퇴직 후 변호사로서 적어도 생계를 유지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어, 법관의 처우와 사법부의 독립을 연관시키는 일이 거의 없었다"며 "그러나 법관 보수의 획기적인 인상이 사법부의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한 당연하고 필수적인 투자라는 인식은 법조일원화 도입의 전제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법관의 보수가 사적인 영역으로 진출해 활동할 때보다 상대적으로 적더라도 '봉사하는 마음가짐으로 법관으로 근무해야 한다'는 주장은 법조일원화 국가에서는 더 이상 통용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적어도 평균 이상의 변호사 수입에 버금가는 보수 지급해야"

그는 특히 "법관으로 임명되는 것이 더 이상 법조인으로서의 가장 영예로운 자리가 되지 않게 된다면 실질적인 사법부의 독립은 심각한 위험에 처하게 된다"며 "따라서 법관의 보수를 인상하는 것은 법관을 위한 것이 아니라 독립된 사법부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고, 결국 법관에 대한 적절한 보수의 수혜자는 국민 모두와 사회가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 "전관예우의 방지와 평생법관제의 실현을 주장하면서 법관 보수의 적절한 인상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는 경우, 진정한 사법부의 독립 실현과 사법제도의 개선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는 것처럼 비쳐질 수도 있다"며 "물론 수많은 사건 부담과 적은 보수를 견디어 내고라도 법관직을 계속 수행하고자 하는 사람은 존재할 것이나, 향후 법관을 지원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와 같은 부담을 기꺼이 지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심의관은 "새로 도입될 법조일원화 제도가 풍부한 경험을 지닌 경륜 있는 법관으로부터 재판을 받고자 하는 국민의 요구를 충족시켜 주기 위해서는 법관들이 그들의 독립성을 실질적으로 위협하는 경제적인 압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반드시 함께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법조일원화가 지향하는 10년 이상 경력, 45세 가량의 법조인은 가정적·사회적으로 경제적 문제가 매우 중요하게 부각되는 연령이므로 변호사로서의 기존 보수 수준을 포기하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따라서 "성공적으로 변호사로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법조인은 법관을 지원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법관직 자체를 선호해 법관으로 임용됐더라도 경제적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고 단기간 내에 사직할 가능성도 크다"고 분석했다.

이 심의관은 "사실상 법관 지원이 가능한 법조경력 10년 이상의 변호사는 법관 1인당 채 1명도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부족한 지원자 풀 중에서 법관으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갖춘 사람이 법관을 지원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변호사 등 다른 직업적 기회비용과의 합리적 선택을 보장하기 위해서 적어도 평균 이상의 변호사 수입에 버금가는 보수를 지급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법관 처우의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 법조일원화를 실시할 경우 경제적 문제로 인한 기존 법관의 중도사직은 계속될 것이고, 여기에 단기간 법관으로 재직한 후 재개업 할 의도를 가진 사람의 지원, 변호사로서 실패한 법조인의 지원, 변호사보다 안정적이고 편안한 직장으로서 법관을 선택하는 경우 등 부적절한 의도의 지원이 증가할 가능성도 적지 않아 폐해가 오히려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심의관은 "영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등 대부분의 법조일원화 국가의 법관은 연봉 기준으로 2억~4억 원 정도를 지급받고 있다"며 "또 각국의 물가수준을 감안하더라도 이들 국가의 판사 연봉은 한국의 초임 부장판사(경력 15년 기준)보다 적게는 15.8%(미국 주지방법원 판사)에서 많게는 155.5%(영국 항소법원 판사) 더 받는다"고 제시했다.

현재 우리나라 법관은 단일호봉제를 시행하고 있고, 대개 1년9개월마다 1호봉씩 승급하는 구조인데, 초임판사에 해당하는 법관 1호봉의 봉급은 185만 원, 5호봉은 269만 원, 10호봉은 379만 원, 13호봉은 426만 원, 16호봉(지방법원장급)은 548만 원, 17호봉(고등법원장급)은 588만 원, 대법관이 594만 원, 대법원장이 839만 원을 받는다.

토론자들 법관 보수 증액에 찬반 팽팽

반면 토론자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김두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발제자가 열거한 국가들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우리나라보다 높기 때문에 GDP대비 1인당 대비 판사 임금은 우리나라가 결코 낮다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황상진 <한국일보> 논설위원은 "지금도 판사는 일반 공무원보다 높은 보수를 받는 상황에서 단지 변호사 업계와의 절대 비교를 통해 급하게 보수의 현실화 등 상향 조정을 시도한다면 사법부가 법조일원화를 빌미로 밥그릇 키우기에 몰두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또 "로스쿨을 통한 법조 인력 배출 확대로 변호사 수입이 떨어지게 되면 법관 지망자의 저변도 넓어질 것이므로 법관 보수가 법조일원화 정착의 장애가 되진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다른 직역 공직자들의 상대적 박탈감 등 사기저하도 고려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서석호 대한변협 법제이사(변호사)는 "법관 처우 개선은 전적으로 찬성한다"며 "특히 초임 법관의 처우를 대폭 개선함으로써 유능한 법조인들이 법관으로 진입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제반 여건을 감안할 때, 10년 법조경력자로서 법관이 되는 자의 경우 세전 연봉 1억 2000만 원선, 법관으로 10년 근무 후 재임용되는 법관의 경우 세전 연봉 1억 5000만 원선을 제시했다.

서 이사는 아울러 "2023년을 법조일원화 전면 시행시기로 정한 것은 너무 늦다"며 "어떤 새로운 제도를 도입함에 있어서 앞으로 13년 후부터 시행하겠다고 한다면 과연 어떤 상대방이 이를 진지한 것으로 받아들일 것인가? 대법원 안이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시행시기를 적어도 5년 정도 앞당기거나, 향후 법조일원화로 가는 일정을 단계별로 확정하여 밝힐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영구 변호사는 "현재 대법원에서 즉각적인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재판연구관 제도는 상당한 경력의 능력 있는 법조인을 객관적이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임용한다는 이상적인 법조일원주의의 실현에 매우 적합하고도 필요한 제도"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법조일원화 #법조경력 #법원행정처 #사법제도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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