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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작가>,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하게 만드는 스릴러

2010년 베를린영화제 은곰상에 빛나는 로만 폴란스키 감독... 배우 연기도 좋다

10.06.02 22:54최종업데이트10.06.02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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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령작가 스틸컷 ⓒ 판씨네마㈜


<유령작가>는 로만 폴란스키 감독 작품이에요. 그는 이 작품으로 2010년 베를린영화제 은곰상(감독상에 해당)을 수상했죠. 예술영화로 만들려고 한 작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은곰상을 수상했을 정도니, 영화 완성도에 대해 따로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아요. 그가 연출한 작품들 중엔 관객들을 실망시킨 것이 거의 없었어요. 그만큼 그는 꼼꼼하게 연출하기로 유명한 감독인 동시에 출연한 배우들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완벽하게 영화에서 소비하기로도 유명하죠.

<유령작가> 역시 이완 맥그리거(고스트 역)와 피어스 브로스넌(아담 랭 역)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완벽하게 작품에서 풀어내었어요. 이렇게 좋은 작품 만드는 감독이 사생활에 치명적인 문제가 있는 것이 마음 아플 뿐이죠.

로만 폴란스키 감독은 <유령작가>를 우직하게 연출했어요. 특별한 편집기교나 화려한 CG없이 스릴러영화가 가지고 있어야할 기본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려주죠. 일류 감독이 연출한 스릴러영화는 이런 것임을 관객들이 뼈저리게 느끼게 해준다는 것이에요.

영화는 영국의 전 총리 아담 랭의 회고록에서 시작되어요. 그의 회고록을 대필해주던 작가가 갑자기 죽게 되는 사건이 발생해요. 이 사건은 아무런 의심 없이 작가의 자살로 마무리가 되어요. 또 다시 유령작가를 구하게 된 아담 랭. 그런데 이 무슨 우연인지 새로 온 유령작가(이완 맥그리거)가 아담 랭이 있는 섬에 도착하자, 그(아담 랭)가 총리로 있을 때 테러리스트 용의자를 국가와 협의 없이 미국 CIA에 독단적으로 넘겨주었다는 의심스러운 사건이 터져요. 당연 두 사건 배후에는 미국과 영국이란 강대국이 있음은 말할 필요가 없겠죠. 새로 온 유령작가는 이전에 자살로 처리되었던 전임 유령작가가 사실은 음모에 빠져 죽었음을 눈치 채게 되죠.

로만 폴란스키 감독은 두 배우의 심리를 너무나 치밀하게 묘사해놓았어요. 스릴러영화가 가지고 있어야할 긴장감을 영화 끝나는 순간까지 놓지 않았단 것이죠. 영화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그 사건에 접근해가는 이야기들을 너무나 디테일하게 설정해서, 오히려 보는 관객들이 조바심 나게 만들어 놓았어요. '다음 이야기는 과연 어떻게 흘러갈까?', '과연 이 진실을 밝혀낼 수 있을까?' 등등 영화를 보면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죠. 거장이란 칭호가 전혀 헛되지 않음을 이 영화는 확실하게 보여주죠.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놓지 말아야한다

▲ 유령작가 스틸컷 ⓒ 판씨네마㈜


<유령작가>는 최근 나온 영화처럼 속도감 있게 스타일리쉬 하지는 않아요. 오히려 70년대 히치콕 영화 스타일같아요. 이러한 점은 영화의 장점이자 단점이 되기도 하죠. <본>시리즈 같이 액션이 가미되면서 빠른 진행을 즐기던 관객들이라면 <유령작가>에 만족하기보다 조금 지루함을 느낄 가능성이 있어요. 영화가 분명 긴장감 있게 진행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호흡이 상당히 느리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뒤집어 생각해보면, 이 영화가 얼마나 잘 만들어졌는지를 짐작할 수 있어요. 느린 호흡 속에서 관객들의 긴장감을 극대화 시켜줬다는 이유 때문이죠. 감독이 의도하는 방향으로 느릿느릿 진행하면서도 핵심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고 묵직하게 흘러가고 있는 연출을 보면 온 몸의 털이 곤두서는 느낌이 들어요.

특히 이 작품은 유령작가(이완 맥그리거)가 마지막 장면에 보여주는 그 모습만으로도 스릴러영화의 수작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예요. 스포일러라서 이야기는 못하겠지만 이제 완전히 끝났다고 생각한 그 순간도 사실 끝이 아니었다는 것만으로도 충격이죠. 그래서 이 작품은 영화가 끝나는 그 순간까지 단 한순간도 긴장감을 놓지 못하게 만들어요. 영화에서 보여주는 느린 호흡이 오히려 마지막 순간을 더욱 더 빛나게 해주고 있어요.

<유령작가>는 일류 감독이 연출한 스릴러영화가 가지고 있는 힘이 무엇인지 관객들에게 명확하게 전해주고 있어요. 로만 폴란스키 감독이 왜 그렇게까지 거장으로 추앙 받는지 이 작품만 보아도 고개를 저절로 끄덕이게 만들죠. 스릴러영화 좋아하는 관객들이라면 <유령작가>는 결코 관람 목록에서 빼놓아선 안 될 작품이에요.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유령작가 로만 폴란스키 이완 맥그리거 무비조이 MOVIEJ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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