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에 살았어도 '수탈의 역사' 몰라

제28회 '우리고장 향토문화 역사탐방' 첫날 일정 마쳐

등록 2010.06.05 18:33수정 2010.06.05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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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의 근대문화유산과 향토문화를 직접 둘러보면서 새로운 역사의식과 새로운 각오를 다짐해보는 '우리 고장 향토문화 역사탐방'(4일, 11일, 12일) 첫날은 참석자들이 근대사 전도사가 되겠다는 다짐으로 일정을 마쳤다.

 

a  군산 영광노인대학 학생들이 내항에 남아 있는 부잔교를 둘러보고 있습니다.

군산 영광노인대학 학생들이 내항에 남아 있는 부잔교를 둘러보고 있습니다. ⓒ 조종안

군산 영광노인대학 학생들이 내항에 남아 있는 부잔교를 둘러보고 있습니다. ⓒ 조종안

   

군산문화원(원장 이복웅)이 마련한 역사탐방이 시작된 4일에는 내항에 남아 있는 부잔교를 출발 구 조선은행 건물, 군산세관, 채만식 문학관, 임피역, 발산초교의 시마타니 농장금고, 이영춘 가옥 등을 6시간에 걸쳐 둘러보았다.

 

올해로 28회째인 '우리 고장 향토문화 역사탐방'은 군산 영광노인대학에서 120여 명이 단체로 참석했으며, 이복웅 군산문화원장, 김양규 향토문화연구회장, 천형균 전 군산대 사학과 교수가 강사로 참여해 군산의 근현대사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a  이복웅 군산문화원장이 일제가 세계 최초로 부잔교를 설치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복웅 군산문화원장이 일제가 세계 최초로 부잔교를 설치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 조종안

이복웅 군산문화원장이 일제가 세계 최초로 부잔교를 설치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 조종안

 

이복웅 원장은 출발에 앞서 "군산은 근대문화건축물의 보고라 할 만큼 우리나라 어느 도시보다 근대문화 유산이 많은 도시"라며 "우리 고장에 산재해있는 근대문화유산의 역사와 유래를 바로 알고, 현장에서 보고 느끼는 사회교육의 일환으로 역사탐방을 계획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전국에서 군산을 찾는 분들에 앞서 시민들이 근대문화와 건축물이 어디에 소재하고 있는지, 어떤 역사성을 지니고 있는지, 몸소 체험하고 느낌으로써 시민 각자가 지역 근대문화를 알리는 전도사가 되어 경제와 문화가 공존해가기 위해 노력하는 프로그램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 원장은 근대문화의 중심도시로 발돋움하는 군산이 새만금시대에 접어들어 국제 관광도시화하는 작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데, 문화원에서도 경제와 문화가 공존하는 일환책으로 역사탐방을 꾸준히, 지속적으로 진행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군산시가 야심 차게 계획해온 근대문화 중심도시 사업이 7월부터 공사를 시작하게 됩니다. 그와 동시에 내항과 구 조선은행, 나가사키 18은행, 세관건물, 월명동 일대의 일본식 건축물 176채 중에서 46채를 원형 복원하고, 지금은 흉물로 남아 있는 내항의 철도를 이용해서 관광 벨트를 조성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근대문화를 접하면서 관광도 즐길 수 있는 문화 관광도시로 거듭나게 될 것입니다." 

 

이 원장은 문화는 국민의 격을 높이고, 공해 없는 돈벌이가 된다며 관광수입이 짭짤하다는 제주도 '올래길'을 예로 들었다. 세계에서 가장 길다는 새만금의 장관을 구경하려고 하루에 6만여 명이 다녀가는 외지인들이 1-2만 원씩만 소비해도 군산 경제에 어마어마하게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군산에 50년 살았어도 '수탈의 역사' 몰라

 

a  여든 살이 되도록 모르고 있던 일제 수탈의 역사를 해설을 듣고서야 알았다는 김두옥 할아버지가 흥분된 어조로 얘기하고 있습니다.

여든 살이 되도록 모르고 있던 일제 수탈의 역사를 해설을 듣고서야 알았다는 김두옥 할아버지가 흥분된 어조로 얘기하고 있습니다. ⓒ 조종안

여든 살이 되도록 모르고 있던 일제 수탈의 역사를 해설을 듣고서야 알았다는 김두옥 할아버지가 흥분된 어조로 얘기하고 있습니다. ⓒ 조종안

 

이복웅 원장이 일제가 쌀을 수월하게 수탈해가려고 4기의 부잔교(뜬다리)를 설치했다고 설명하자, 귀를 쫑긋 세우고 해설을 듣던 김두옥(80세) 할아버지는 "여든인 내가 태어나기 전에 이렇게 징그랍게 착취당했었는지 몰랐다!"며 분개했다. 

 

"옛날 젊었을 때 이곳을 많이 지나댕겼습니다. 근디 우리 조상들이 이렇게까지 착취당혔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허지 못혔습니다. 일본 놈들이 우리 어르신들을 탄압하면서 쌀을 무지하게 실어간 것도 몰랐고요. 하이간 역사라는 것이 무서워요."

 

곁에 있던 김윤환(74세) 할아버지는 "우리가 솔나무 껍질을 벗겨 먹고 기름 닦으러 댕기던 일제 말년을 생각헌다믄 일본을 두려워 허야쥬. 남한·북한을 따질 게 아니라 일본 놈들을 더 무서워혀야 돼요. 잔인허고 악독한 인간들이거든요. 하여간 무서운 사람들이에요. 무서운 사람들···."

 

구 조선은행과 세관에서는 천형균(75세) 전 군산대 사학과 교수의 해설이 있었는데, 일본에서 태어나 해방과 함께 귀국했다는 한 할머니는 군산에 50년 넘게 살면서도 이렇게 가슴 아픈 수탈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었는지 몰랐고, 자식들도 잘 모를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세관을 출발한 일행은 11시쯤 채만식 문학관에 도착, 이복웅 원장의 해설과 영상을 감상하고 나눠준 도시락을 맛있게 먹고 임피역과 시마타니 농장 금고에서 천 교수의 해설을 듣고 아픈 역사를 되새겼다.

 

오후 4시 한국의 슈바이처로 불리는 고 이영춘 박사 자택 앞마당에서 김양규(85세) 향토문화연구회장의 구수한 입담이 곁들인 해설을 마지막으로 일정을 마친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군산의 근대사를 이웃에게 알리는 착한 전도사가 될 것을 다짐했다.

덧붙이는 글 | ‘군산 근대문화유산 역사탐방’은 버스를 이용하며 참가비는 없고, 도시락, 탐방교재, 음료수는 무료로 제공됩니다. 참여할 개인이나 단체는 군산문화원 사무국(☎ 063-451-2138)으로 연락하면 친절하게 안내받을 수 있습니다.     

2010.06.05 18:33ⓒ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군산 근대문화유산 역사탐방’은 버스를 이용하며 참가비는 없고, 도시락, 탐방교재, 음료수는 무료로 제공됩니다. 참여할 개인이나 단체는 군산문화원 사무국(☎ 063-451-2138)으로 연락하면 친절하게 안내받을 수 있습니다.     

#군산문화원 #향토문화 #역사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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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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