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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 할아버지> 코믹하게 풀어낸 노년의 삶

[인터뷰] 제1회 부산대학생영화제를 빛낸 김초롱 졸업생에게 묻다

10.06.20 09:45최종업데이트20.05.07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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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부산대학생영화제를 빛낸 마지막 소개 작품은 동의대학교 김초롱 졸업생이 연출한 <명탐정 할아버지>다. 동의대 영화과는 이제 생긴 지 5년밖에 되지 않지만 이번 부산대학생영화제를 통해 그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단편영화는 시간이 짧기 때문에 어떤 스토리를 넣어 만든다는 것이 쉽지 않다. 특히 그것이 코미디영화라고 하면 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명탐정 할아버지>는 코믹한 이야기를 짧은 시간이지만 제대로 표현해내었다. 이런 점 때문에 제1회 부산대학생영화제에서 상영된 25작품 중에 마지막으로 소개하는 3번째 작품이 된 것이다.

이 작품을 연출한 김초롱 졸업생을 만나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코미디장르 가장 자신 있어서 졸업작품으로 선택  

- 동의대학교에서 선택한 부산대학생영화제 오프닝 작품보다 개인적으로 <명탐정 할아버지>가 좋았습니다. 자신에 대한 소개와 작품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동의대학교 2기 영화과 졸업생 김초롱입니다. 졸업 작품으로 찍었던 <명탐정 할아버지>는 시골에 살고 계셨던 할아버지가 잠깐 아들집에 오시게 되었어요. 그런데 막상 올라오셔서 할 일이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에요. 아들, 며느리, 손자 어느 한 명도 할아버지를 반기지 않는 상황이죠. 그리고 시골에서 오랫동안 살아오신 할아버지가 너무 딱딱하고 좁은 아파트 생활에 잘 적응을 못하시고요. 그래서 혼자 할 일을 찾다가 예전부터 좋아했던 탐정 놀이를 만화책 '명탐정 코난'을 보고 하시게 돼요. 할아버지가 집에서 없어진 물건들을 하나씩 찾아가면서 탐정놀이를 즐기시고 재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어떻게 보면 너무 황당하고 급작스러울 수 있는데요. 특히 제가 마무리 엔딩을 너무 급하게 해서 사람들이 거기에 대해서 많은 아쉬움을 이야기하셨어요. 제가 이 영화에서 말하고 싶었던 것은 누구나 우리들은 모두에게 다 필요한 존재란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고요. 소통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 이번에 상영된 동의대 작품을 보면서 이야기를 그래도 제법 잘 풀어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부산지역 대학교 졸업 작품과 비교했을 때 상영된 작품들이 상업적인 성격이 강하단 생각도 들었습니다. <명탐정 할아버지>도 학교 분위기가 영향을 미쳤는지요? 아니면 자신 스스로 기획하고 계획하고 만든 것인지도 궁금합니다.
"친구들끼리도 그런 이야기를 많이 했었어요. 예전에도 다른 학교 영화들을 이렇게 볼 기회가 있었는데요. 그때도 영화과 친구들끼리 한 이야기가 예를 들어 경성대나 동서대와는 우리는 조금 다른 생각을 많이 가지고 있단 이야기를 했어요. 우리 과 같은 경우에는 아이디어를 내놓을 때 독특하고 조금 특이한 이야기를 많이 해요.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이야기도 많이 꺼내고요. 그래서 우리가 전혀 영화적으로 만들 수 없는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아닌지, 우리가 할 수 없는 이야기들을 하는 것은 아닌지 그런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그래서 쉬운 영화를 만들잔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너무 어려운 영화를 만들려고 하면 시나리오 쓰는 과정에서 지치는 경우도 있고요. 아예 촬영하지도 못하고 포기하는 경우도 있었고요. 저 또한 시나리오를 교수님들한테 피드백 받으러 가면서 접은 경우도 많았고요. <명탐정 할아버지>는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이야기란 생각이 들어서 결국 졸업작품으로 찍게 되었어요."

- 부산지역 대학생 영화들 같은 경우에는 작가주의 성향이 강한 경우가 많은데요. 이 작품은 코믹하게 흘러가는 영화였는데요. 개인적으로 졸업작품을 코미디로 만든다는 것이 이런 지역 특색 때문에 부담되지 않았습니까?
"부담은 별로 안 되었어요. 원래 이 작품을 코미디로 만들려고 계획했던 것은 아닌데 아마도 이건 제 영화 취향하고도 관련이 있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유쾌하면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영화들을 좋아하고요. 이 작품 이전에도 단편영화를 한 편 만들었는데 그 작품 역시 유쾌한 영화였습니다. 그리고 제가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있는 영화 대부분이 이런 경우라서 개인적으로 부담감은 없었어요."

- 부산대학생영화제 인터뷰한 분들에게 모두 물어보는 공통 질문인데요. 서울 같은 경우에는 이제 30-40분짜리 졸업작품도 많은데요. <명탐정 할아버지>도 이야기를 조금 더 늘려서 30분 정도로 만들었어도 좋았을 것 같단 생각이 듭니다. 혹시 제약이 있어서 이렇게 짧은 런닝타임으로 만든 것입니까? 아니면 부산지역 대학생들 취재를 하면서 느낀 것인데 단편영화는 20분 내에 만들어야 한다 같은 강박관념이 있는 것 같은데요. 이런 이유때문인지도 궁금합니다.
"부산에서 영화하시는 분들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부산대학생영화제 인터뷰한 졸업생이나 재학생 분들도 그런 이야기를 했다고 하셨는데요. 시나리오가 길게 나오거나 런닝타임이 15분 넘어가서 20분까지 가버리면 많은 분들이 좀 줄여야 하지 않느냔 이야기를 많이 해주세요. 단편영화는 장편영화 혹은 중편영화가 아니다. 단편영화의 미학은 짧은 시간에  모든 것을 표현해야 한단 이야기를 많이 하세요. 그래서 제약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고요. 그런 부분 때문에 제 졸업작품도 급작스럽게 엔딩을 마무리 해야만 했어요."

조명 부분 문제 아쉽다

- 같이 본 다른 학생들도 <명탐정 할아버지>를 보면서 웃는 포인트에서 많은 분들이 같이 웃었는데요. 일반적으로 대학졸업 작품이 코미디영화로 나오면 비판 받는 경우도 많은데요. 혹시 이런 비판의 말을 들어본 적은 없습니까?
"이번 작품 할 때는 제가 완성시키고 나서도 뭔가 부족한 것 같아서 사람들에게 떳떳하게 보여주지를 못하겠단 생각을 많이 했어요. 이번 작품 만들고 나서 학교 사람이 아닌 분을 만나서 이야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거든요. 저번 작품을 할 때도 코미디 적으로 흘러갔었는데, 그 작품은 서울여성영화제에 출품이 되었어요. 관객들이 저를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돈을 주고 영화를 관람하는 것이었는데요.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았는데요. 제 작품에 대해 리뷰를 써 놓았어요. 그런데 정말 적나라하게 비판을 해놓은 글이었어요. 그때는 좀 충격을 받기도 했지만 반성도 많이 했어요.

관객들마다 다들 취향도 다르고 영화를 받아들이는 방식도 다르다는 것을 인식했고요. 그래서 이번 졸업작품은 이야기를 좀 더 완성도를 높여보잔 생각을 하고 이번 졸업작품을 만들게 되었어요."

- 이젠 작품에 대한 비판적인 이야기를 좀 해야 할 것 같은데요. 다른 학교 작품에 비해서 조명이 너무 열악했단 생각이 듭니다. 본인은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요?
"일단은 장비는 그때 충분했었는데 스태프가 우선 부족했고요. 그리고 조명을 잘 아는 선배나 후배가 그때는 없었어요. 그래서 조명기사를 따로 불렀어야 했는데 그때 여력이 안 되었어요. 배우로 출연하신 할아버지를 서울에서 캐스팅 하는 바람에 더 그랬어요. 우리 과내에서 조명에 관심 있어 하고 조명에 대해서 연구하는 학생들 중심으로 조명 스태프를 꾸렸는데요. 그리고 그때 작품 찍을 당시 모니터가 나가는 바람에 제가 모니터를 확인하면서 영화를 찍을 수 가 없었어요. 그리고 장소인 아파트도 빌리는데 시간에 제약이 있었고요.

그래서 무조건 정해진 시간 안에 어떤 장면을 다 찍어야 한다는 스트레스를 당시에 많이 받았어요. 조명 같은 문제에 대해서 제가 다른 방향으로 어떻게 할 여력이 없었고요. 조명이 부족했다는 것은 저 자신도 잘 알고 있어요."

동의대 영화과 힘들지만 앞으로가 더 중요해

- 사실 동의대가 이제 생긴지 5년밖에 되지 않았는데요. 부산에만 해도 경성대, 동서대 같은 큰 벽이라면 벽이라고 할 수 있는 앞서가는 대학들이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동의대 영화과 학생으로서 부담 되지 않는지도 궁금합니다.
"많이 부담이 돼요. 경성대나 동서대 같은 경우에는 졸업생들이 많이 배출되었고요. 그래서 선배들이 많아서 조언을 구할 부분이 많은데요. 우리 학교 같은 경우에는 제 위에 졸업한 선배 분들이 거의 없어서 다른 부분에 대해 어떤 문제 해결을 위한 조언을 구할 수 있는 길이 거의 없다는 것이 분명 아쉽고요.

여기에다 동의대 영화과라고 이야기를 하면 모르시는 분들이 많아요. 부산에서 연극영화과하면 경성대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인지도도 많이 떨어지고요. 이런 부분들이 다른 곳에서 촬영을 할 때도 제약이 되는 경우도 있었어요.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많이 힘들어해요."

- 배우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부산은 배우 캐스팅이 쉽지 않아서 힘든 경우가 많은데요. 열심히 작품을 찍어도 부산사투리 때문에 영화를 완성하고도 다른 곳에 출품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이 있고요. 배우 캐스팅 부분 얼마나 힘들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부산지역에서 배우를 구하는 건 하늘에 별 따기인데요. 그래서 교수님들이 배우를 많이 쓰지 않을 수 있는 시나리오를 쓰라는 이야기도 많이 하세요. 특히 연극영화과가 그래도 부산에 있으니까 20-30대 남녀들이 나오는 시나리오를 쓰면 배우 문제도 쉽게 해결 할 수 있으니 이득이 있단 이야기를 많이 하세요. 그런데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할아버지가 들어간 내용인데요. 너무 배우 캐스팅하기가 힘들었어요.

결국 인터넷사이트에 배우 구한다고 올렸는데 서울에서 할아버지가 연락을 주셨어요. 그때 마침 할아버지가 서울에서 부산 오실 일이 있었고요. 그래서 숙박비는 필요 없이 캐스팅 비용만 주시면 된다고 해서 운 좋게 구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할아버지가 캐스팅 되고나니까 며느리하고 손자가 캐스팅이 안 되는 것이에요. 제가 앞에 작품 찍을 때 비전문 배우를 캐스팅해봤는데요. 그때 너무 연기가 어색해서 고생을 해서 이번에는 비전문 배우를 캐스팅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도 도저히 캐스팅이 안 되어서 제가 아는 분 위주로 했어요. 며느리는 숙모님이 하셨고요. 배우 부분 캐스팅은 정말 힘든 것 같아요."

어떤 작품이든 우선 출품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

- 이제 또 부산지역 영화 만드는 대학생들 문제에 대해서 한 가지 언급을 해야겠습니다. 부산지역 대학생들이 영화를 만들고 나서 여러 영화제에 출품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는데요. 제가 만든 앞에 작품은 운 좋게도 서울여성영화제에 출품을 해서 상영이 되었는데요. 사실 저도 영화제에 출품을 할 생각을 거의 안하고 있었어요. 우리 학교 영화과에서도 꾸준하게 작품을 만들지만 다른 영화제에 출품을 안 하는 경우가 많아요. 자신이 만든 작품에 만족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어차피 이 작품은 출품해도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고요.

저도 서울여성영화제에 출품했을 때 안 될 것이라 생각하고 냈는데 운 좋게도 상영이 되었어요. 그때 정말 많은 힘을 얻었고요. 그래서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어디든지 내보라고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안 되면 다음에 더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서 다시 출품을 하면 되고요. 만약에 되면 정말 그것 때문에 큰 힘을 받거든요. 아 정말 영화하는 것이 재미있구나 그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되요."

- 이제 현실적인 이야기를 한 가지 해야겠습니다. 부산에도 영상이나 영화 관련 학과가 많이 생겼는데요. 실제 졸업한 이후에 활동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서울에 가지 않으면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본인도 학교를 졸업했는데요. 현실적으로 부딪히는 벽이 뭔가요?
"현재 제일 큰 현실적인 벽은 부모님하고의 벽인 것 같아요. 저희 아버지는 영화 하시는 것을 많이 밀어주시는데, 어머니는 영화과 가는 것도 반대를 하셨어요. 처음 영화과 올 때는 어머니에게 내가 준비를 잘해서 졸업하자 마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것이라고 큰소리쳤는데요. 졸업하고 나니까 바로 백수가 된 거예요. 그러니까 당연히 어머니께서는 어디든지 취업을 하란 이야기를 하시고요. 영화한다고 그만 돌아다니란 이야기도 많이 하세요.

두 번째로 힘든 건 제 생각이에요.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없었어요. 대학교 1학년 때부터 4학년 때까지는 작품 만들고 하느라 바빴으니까 다른 생각을 할 시간이 없었는데요. 졸업영화가 끝나고 생각을 해보니까 내가 이 길을 걸어가야 되나? 혹은 내가 재능이 있어서 이것을 하고 있는 건가? 그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지금 아니면 제가 생각하고 있는 아이디어를 언제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 마지막 질문으로 시나리오를 쓰고 있단 이야기를 했는데요. 다음 작품 언제 들어갈 예정입니까? 그리고 꿈은 무엇인가요?
"제가 시나리오를 하나 쓰고 있는데요. 이 작품도 좀 어려워요. 할아버지, 아이, 동물 등은 영화 만들 때 꺼리는 요소인데요. 제가 다음에 만들려고 하는 작품엔 아기와 동물이 나와요. 그래서 힘든 부분이 있지만 제가 좀 빨리 움직인다면 10월 정도에 만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 꿈은 제가 정말 좋아하는 배우랑 소통과 대화를 하면서 제가 좋아하는 이야기를 가지고 영화를 한편 찍어보는 것이 제 꿈이에요."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김초롱 명탐정 할아버지 무비조이 MOVIEJ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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