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마디 한자말 털기 (97) 강하다强

[우리 말에 마음쓰기 932] '그 강한 팔', '강한 울음소리', '강한 소비자' 다듬기

등록 2010.06.20 10:55수정 2010.06.20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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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그 강한 팔로

.. 주인이 잔혹하게 굴어서 말과 아내가 어쩔 수 없이 도망쳤다 해도 법은 그 강한 팔로 그들을 붙잡아다가 다시 주인에게 되돌려 줍니다 ..  <우어줄라 쇼이 엮음/전옥례 옮김-여자로 살기, 여성으로 말하기>(현실문화연구,2003) 35쪽


'잔혹(殘酷)하게'는 '못되게'나 '모질게'로 손봅니다. '도망(逃亡)쳤다'는 그대로 두어도 되고, '내뺐다'로 손질할 수 있습니다.

 ┌ 그 강한 팔로
 │
 │→ 그 억센 팔로
 │→ 그 굵은 팔로
 │→ 그 힘센 팔로
 │→ 그 모진 팔로
 └ …

힘을 잘 쓰는 팔뚝이나 팔다리를 이야기하는 자리에는 '억센'을 앞에 넣으면 잘 어울립니다. 억세거나 힘을 잘 쓰는 팔이라면 '굵'기도 하겠지요. 글흐름을 살피면 힘여린 사람을 괴롭히는 팔힘이니 '모진'을 넣어도 어울립니다. 우리는 언제나 가장 알맞춤하면서 더없이 살갑거나 참으로 내 말느낌을 북돋우는 낱말을 잘 고를 수 있으면 됩니다. 내 마음을 살리는 말 한 마디이고, 내 삶을 이끄는 좋은 글 한 줄입니다.

ㄴ. 강한 울음소리

.. 소리는 아직 작고 가늘어서 나팔처럼 높고 강한 울음소리는 낼 수 없었지만 … 날개의 힘이 강해지면서 목소리도 점점 더 굵어졌다 ..  <어니스트 톰슨 시튼/장석봉 옮김-다시 야생으로>(지호,2004) 293쪽


"날개의 힘"은 '날개힘'으로 고칩니다. "힘이 강(强)해지면서"는 "힘이 세지면서"로 고치고, '점점(漸漸)'은 '차츰'이나 '조금씩'으로 고쳐 줍니다.

 ┌ 목소리도 점점 더 굵어졌다 (o)
 │
 ├ 높고 강한 울음소리 (x)
 │→ 높고 굵은 울음소리
 │→ 높고 억센 울음소리
 │→ 높고 힘있는 울음소리
 └ …

보기글 뒤쪽에서는 '굵은' 목소리를 말하고, 앞쪽에서는 '강한' 울음소리를 말합니다. 두 소리는 한 곳에서 났을 텐데 가리키는 말이 다릅니다.

앞이나 뒤나 '굵다'로 나타내면 됩니다. 다만, 앞과 뒤에서 다른 낱말을 쓰고 싶다면, 앞에서는 '억세다'나 '힘있다'를 넣을 수 있어요. '우렁차다'를 넣어도 좋습니다. '야무지다'나 '당차다'를 넣어도 됩니다.

한 번 더 생각해 보고, 다시금 돌아보며, 곰곰이 말결과 말투와 말매무새를 살피면 좋겠습니다. 생각을 꾸준하게 이으면서 시나브로 아름다운 말 한 마디를 깨달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ㄷ. 강한 소비자

.. 그러나 이 나라엔 강한 소비자가 없다. 이 나라엔 소비자의 권리가 없다 ..  <혼마 마야코/환경운동연합 환경교육센터 옮김-환경가계부>(시금치,2004) 5쪽

"소비자의 권리" 같은 말마디를 쓰는 분이 꽤 많습니다. 그러나 이 말마디는 "소비자 권리"를 가리키는지, 뒷말과 묶어 "소비자한테 권리가 없다"를 가리키려 했는지, "소비자가 누릴 권리가 없다"를 가리키려 했는지, 아니면 "소비자로서 누릴 권리가 없다"를 가리키려 했는지 두루뭉술합니다. 또렷하고 알맞게 말뜻을 나타내도록 손질해야겠습니다.

 ┌ 강한 소비자가 없다
 │
 │→ 힘있는 소비자가 없다
 │→ 씩씩한 소비자가 없다
 │→ 다부진 소비자가 없다
 │→ 눈밝은 소비자가 없다
 │→ 눈높은 소비자가 없다
 │→ 생각있는 소비자가 없다
 │→ 슬기로운 소비자가 없다
 └ …

"강한 소비자"라 할 때에는 두 가지 뜻입니다. 첫째 "힘이 센" 소비자란 소리입니다. 둘째 "수준이 높은" 소비자란 소리입니다.

첫째 뜻이라면 말 그대로 "힘있는 소비자"나 "씩씩한 소비자"라 적어 주면 됩니다. 둘째 뜻이라면 "눈밝은 소비자"라든지 "눈높은 소비자"라든지 "슬기로운 소비자"라 적으면 됩니다.

'눈밝다-눈높다-생각있다' 같은 낱말은 국어사전에 안 실린 낱말인데, 말뜻과 말쓰임을 돌아본다면 이제는 이들 낱말을 국어사전에 알뜰히 실어 주거나, 국어사전에 안 실리더라도 즐겁게 쓰면 한결 좋지 않겠느냐 싶습니다. 더러더러 "눈밝은 독자"나 "눈높은 시민"이나 "생각있는 교사"처럼 쓰이고 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심지 곧은" 소비자라 해도 잘 어울리고, "줏대 있는" 소비자나 "당차고 굳센" 소비자라 해도 괜찮습니다. 소비자로서 제 몫과 제 노릇을 할 수 있으려면 어떤 매무새일 때 참으로 걸맞을까를 살피면 마땅한 말 한 마디 얻을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 글쓴이 누리집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cafe.naver.com/hbooks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 글쓴이가 쓴 ‘우리 말 이야기’ 책으로,
<생각하는 글쓰기>(호미,2009)가 있고,
<우리 말과 헌책방>(그물코)이라는 1인잡지가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누리집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cafe.naver.com/hbooks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 글쓴이가 쓴 ‘우리 말 이야기’ 책으로,
<생각하는 글쓰기>(호미,2009)가 있고,
<우리 말과 헌책방>(그물코)이라는 1인잡지가 있습니다.
#외마디 한자말 #한자 #우리말 #한글 #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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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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