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마저 끊긴 두리반... 한전, 기업 눈치봅니까

남전디앤씨, 한전 등에 '단전' 공문 여파...그래도 폭염·어둠과 싸우는 이들

등록 2010.07.28 14:54수정 2010.07.28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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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빛만으로 밝혀야 하는 두리반 내부 단전이후 어둠이 찾아든 두리반에서 식사를 준비하는 두리반 안종려 사장님 ⓒ 이다 / http://2daplay.net


지난 21일 오전 10시경 마포구 동교동에 위치한 해물칼국수 전문점 두리반의 점거 농성을 돕고 있던 자원 봉사자로부터 한 통의 긴급한 문자가 도착했다.

"두리반 단전됐어, 주변에 알려줘!"

갑작스러운 단전 소식에 확인해본 결과, 200일이 넘게 농성이 진행되던 두리반에 전면적으로 전기 공급이 중단되었다는 소식이었다.

지난 5일 <오마이뉴스>에 보도된 'GS건설, '부실 시행사' 뒤에 숨어 재개발하나?'에서 마포구 동교동 재건축 시행사업자인 남전디앤씨의 담당자가 "현재 두리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우회적인 방법으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힌 것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상황이었다.

두리반 측에 확인해본 결과, 재개발 시행사업자인 남전디앤씨는 한국전력과 마포구청, 마포경찰서는 물론 두리반 바로 옆에서 진행되고 있는 인천도심공항 철도 공사 시행사업자에게까지 '두리반이 전기를 훔쳐쓰고 있으며 만약 도전을 방조하고 있다면 고소하겠다'는 공문을 내용증명으로 보냈다.

게다가 내용증명을 보내기 전에는 두리반 뒤편의 보안등이 신원을 알 수 없는 인부에 의해 고의적으로 절단됐다고 한다.

전기마저 끊긴 두리반... 더위·어둠과 싸우는 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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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단전 후 촛불로 밝히는 두리반 두리반 불법단전에 항의하며 연대를 표시하는 네티즌들이 보내준 촛불로 밝혀진 두리반 ⓒ 이다 / http://2daplay.net

한여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상황에서 생활 필수인 전기공급이 끊긴 두리반 측은 비생 대책위원회를 소집했다. 대책회의에 참석한 위원들은 애초 시행사측의 불법적인 전기선 절단을 방조한 한국전력을 방문해 전기공급 재개를 요구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곤 곧바로 한국전력 서부사업소를 방문해 담당자 면담 후 전기공급 재개를 구두로 약속받았다.

하지만 한국전력은 면담 후 불과 2시간여만에 비상대책위에 전기공급 재개가 불가능하는 통보를 전해왔다. 불가사유는 '명도소송 패소 후 강제철거가 집행된 만큼 전기에 대한 기존 사용자의 사용권이 소멸되었다'는 것이었다.

이에 두리반 측은 한국전력 서부사업소 실무자와 재면담을 요청하였고, 면담자리에서 지난 2004년 12월 21일자 <강원일보>에 한국전력 강원지사 김남걸 종합봉사실장이 연재한 기명칼럼 '임대기간종료 단전요청시 전기사용당사자 확인후처리'(박스기사 참조)을 제시하며 한국전력 서부사업소의 전기공급 거부는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한국전력 서부사업소는 "강제철거 집행지에선 사용자의 기존 전기 사용권이 소멸된다"고 주장했다. 서부사업소는 농성 초반 전기가 끊어지는 과정에 기존 사용자의 전기 사용의사를 확인하지 않은 과실은 물론, "전기는 생활에 가장 필수적인 기초에너지로 사람이 살거나 영업행위를 하는 한 계속 공급되어야 한다"는 자사 종합봉사실장의 유권해석조차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 로텍의 민병덕 변호사는 "1차적으로 한국전력의 표준 전기공급 계약 약관을 검토한 결과 명도소송 패소 후 강제집행이 집행된 것이 전기공급 계약 해지 사유가 된다는 규정은 없다"고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 홍보실은 "한국전력은 인권위의 권고대상은 아니지만 이미 인권위가 주거생활공간에 대한 단전은 심각한 인권 침해이므로 시정하라는 권고를 내린 바 있으며, 두리반의 경우에도 정식으로 진정을 접수할 경우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포구청, 한전에 공문 접수... 한전 "28일 결과 통보"

한편 두리반 전기사용계약의 당사자이자 200일이 넘게 두리반 농성을 해온 안종려씨는 23일 마포구 전지역의 도시계획을 총괄하는 마포구청 도시계획과를 방문했다. 그는 이날 한국전력의 만행을 고발하고 구청의 즉각적인 개입을 요구했으며, 26일부터는 마포구청 신청사 4층에 위치한 도시계획과에서 즉각적인 민원접수와 해결을 요구하며 밤샘농성을 시작했다.

남전디앤씨가 여러 업체에 보낸 내용증명 공문. ⓒ 두리반

처음에는 "단전문제는 도시계획과 관련이 없다"는 답변을 반복하던 마포구청 도시계획과도 "폭염이 기승을 떠는 가운데 사람이 거주하는 건물에 단전이 된 것은 문제가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에 담당 과장은 지난 27일 두리반 대책위원들과 함께 한국전력을 방문해 정식으로 전기공급을 재개를 요청하는 공문을 접수했다.

일단 마포구청 도시계획과의 공문을 접수한 한국전력은 "이미 두리반 단전문제가 지역 사업소 단위의 문제를 벗어나 한국전력 본사 법무지원팀의 검토가 필요한 사항이 되었기 때문에 전기공급에 대한 최종적인 답변을 하루 뒤인 28일에 통보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거대기업 GS건설과 한몸이라고 할 수 있는 남전디앤씨로부터 '전기공급을 재개할 경우 민형사의 책임을 묻겠다'는 압력을 받은 한국전력이 전기공급 재개를 망설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전기공급 재개에 대한 지리한 공방이 일주일을 넘기면서 두리반 사람들은 무더위와 어둠이라는 이중고에 맞서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전기공급이 끊어지면서 농성장 내에서 취식이 불가능해졌고, 냉장고에 넣어두었던 반찬들 중 긴급하게 지원받은 아이스박스에 옮긴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썩어서 악취를 풍기기 시작했다. 여기에 낮의 무더위와 밤의 열대야를 달래주던 선풍기마저 멈추면서 두리반에서 생활하는 많은 이들의 건강도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정부는 2007년 5월 '에너지 빈곤층 구제계획'을 발표하며 에너지 기본권 보호차원에서 혹서기와 혹한기에는 단전은 물론 도시가스 공급차단도 유예하도록 조치했다. 그러나 재건축 시행사인 남전디앤씨는 보란듯이 강추위가 시작되는 12월에 강제집행을 했다. 이후 농성이 시작되자 불법적으로 전기선을 끊은 데 이어 무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7월에도 건물 소유권을 앞세워 두리반에 대한 전기공급을 차단한 것이다. 전기공급에 대한 전권을 가진 한국전력은 대기업을 등 뒤에 둔 유령 시행사의 불법적인 행위를 일주일이 넘게 수수방관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대한민국 에너지 기본권과 인권의 현주소다.

덧붙이는 글 | 저는 지난 5월부터 두리반 상황에 관심을 가지고 취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위 기사 내용은 모두 제가 확인 취재한 내용입니다. 두리반 상황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두리반 다음카페(http://cafe.daum.net/duriban)에서 누구나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저는 지난 5월부터 두리반 상황에 관심을 가지고 취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위 기사 내용은 모두 제가 확인 취재한 내용입니다. 두리반 상황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두리반 다음카페(http://cafe.daum.net/duriban)에서 누구나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두리반 #단전 #한국전력 #남전디앤씨 #GS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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