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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추억을 팔아먹는 올드 액션영화 <익스펜더블>

10.08.20 10:34최종업데이트10.08.20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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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스펜더블 스틸컷 ⓒ (주)동아수출공사/ JMD 엔터테인먼트


<익스펜더블>(8월 19일 개봉)은 80, 90년대 액션영화 즐겼던 관객들이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영화가 될 것 같다. <람보>시리즈와 <록키>시리즈로 80년대를 평정했던 액션스타 실베스터 스탤론이 감독과 주연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80년대를 빛냈던 액션스타들이 대거 이 영화에 출연했다.

올드 액션영화 팬들이라면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돌프 룬드그렌, 섹시스타 미키 루크, 할리우드 톱스타였던 브루스 윌리스, 80년대 실베스타 스탤론과 함께 액션영화를 양분했던 지존 아놀드 슈왈제네거까지, 조연 혹은 단역으로 영화에 얼굴을 비추고 있다. 한마디로 80~90년대 액션 올스타 모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약간 아쉬운 점이 있다면 80~90년대 B급 액션영화의 지존이었던 척 노리스와 스티븐 시걸 등이 빠진 것이라 할까?

위에서 언급한 배우들뿐만 아니라 아시아의 액션스타 이연걸, 2000년대 확실한 B급 액션스타로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는 제이슨 스타뎀까지 출연한다. 신구 액션스타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다는 것만으로도 관객들의 구미를 당기는 것이 사실이다. 워낙 쟁쟁한 스타들이 출연하기에 이쯤 되면 과연 어떤 액션영화인지 기대를 가질 수밖에 없다. 분명 이전 같은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스타가 많지 않지만, 액션이라면 일가견 있는 배우들의 물량공세는 분명 반가운 것이 사실.

바니 로스(실베스터 스텔론)는 용병의 리더다. 그는 냉철한 인물로 소문이 자자하다. 어떠한 경우에도 냉정함을 잃지 않기 때문이다. 그에게 특수임무에 일가견이 있는 팀이 있다. 이 팀은 특색 있는 팀원들로 이루어져 있다. 칼날 무기의 달인 리 크리스마스(제이슨 스타뎀), 저격수 군나르 옌슨(돌프 룬드그렌), 무기 전문가 헤일 시저(테리 크루즈), 몸으로 하는 육박전이라면 따라올 사람이 없는 잉 양(이연걸) 등이다.

어떠한 임무에도 실패하지 않은 팀인 만큼 자부심 또한 강하다. 이런 그들에게 처치(브루스 월리스)란 인물이 다가온다. 그가 내놓은 임무는 거의 성공할 가능성이 없다. 하지만 불가능한 임무도 성공으로 이끄는 팀원들로 이루어진 만큼 바니 로스는 임무를 받아들인다. 하지만 문제가 생긴다. 그들이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 작전 활동을 펼치는 동안 전직 CIA요원 제임스 몬로(에릭 로버츠) 등에 의해서 바니 로스 팀의 작전이 실패로 끝나버리는 것이다. 과연 바니 로스 팀은 어떻게 이 위기를 극복할 것인가?

80~90년대 액션영화 즐기지 않은 관객들에게는?

▲ 익스펜더블 스틸컷 ⓒ (주)동아수출공사/ JMD 엔터테인먼트


<익스펜더블>은 지난 주 북미에서 개봉하여 3482만 달러로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생각보다 좋은 출발이다. 북미에서 한때 대단한 인기를 모았던 스타군단들이 출연한 만큼 1위에 오른 것이 이해되기도 한다. 80~90년대 액션영화 즐겼던 관객들이라면 동서를 막론하고 위에서 열거한 이름을 한번이라도 들어보지 못한 관객들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올드 액션영화팬들에게 모두들 추억어린 이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인물들이 대거 출연한 영화가 2010년에 나왔으니 올드 액션영화 팬들에게 어떤 느낌을 줄 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80~90년대 이들에 대한 추억이 없는 관객들로서는 아무리 화려한 스타들의 총출동이라고 해도 크게 감흥이 와 닿지 않는다. 오히려 '저 사람들이 누구야?'하고 반문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여기서 이 영화는 어떤 티켓 층을 겨냥한 것인지 대충 눈치 챌 수 있을 것 같다. 더 솔직히 표현하자면 이들에 대한 추억이 없는 관객들에게 <익스펜더블>의 액션은 촌스러워 보인다. 80~90년대 액션영화에 대한 기억이 없는 관객들에게 이 영화가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충분히 예측해 볼 수 있단 것이다.

근래에 나온 세련된 액션영화를 생각해보면 <007>시리즈와 <본>시리즈, 화끈한 여성 액션영화의 지존이라 할 수 있는 <레지던트이블> 시리즈, 여기에 최근 나온 안젤리나 졸리의 <솔트>까지. 이들 영화에서 보여준 액션 시퀀스의 완성도와 비교를 해본다면, <익스펜더블>에서 보여준 액션은 너무나 구닥다리라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 보여준 액션은 세련미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이유는 정말 80~90년대 유행했던 막무가내 액션을 보는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들게 하기 때문이다. 과거의 추억이 있는 관객들에게 <익스펜더블>의 액션은 약발이 먹히겠지만 그렇지 못한 관객들에게는 실소를 터트릴 가능성이 있다.

결국 <익스펜더블>은 추억을 팔아먹는 액션영화라고 할 수 있다. 실베스터 스탤론이 보여주는 연출력 역시 기대 이하이기 때문에 스토리 부분에서도 크게 기대할 것이 없다. 오로지 80~90년대를 회상케 하는 막무가내 액션과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고자 하는 흘러간 스타들의 출연만이 그나마 얻어갈 수 있는 즐거움이다. 따라서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액션 시퀀스는 철저하게 올드하다. 쉽게 이야기하면 <람보>식 액션의 연잔선상에 있다. 

만약 과거의 액션스타에 대한 기억마저도 없는 관객들이라면 <익스펜더블>은 완전한 B급 액션영화의 전형이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있다. 솔직히 2000년대 나온 B급 액션영화도 스토리 완성도면에서 <익스펜더블>보다 뛰어난 부분이 많단 생각이 든다. 80년대 액션 스타일이 지금 젊은 관객들에게 먹힐 것이라 생각하는 것 역시 힘든 일이다.

이렇게 결론 내리고 나면 <익스펜더블>의 액션에 재미를 느껴는 관객들의 연령 층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위에서 언급한 80~90년대 액션영화 즐긴 관객들이다. 차라리 실베스터 스탤론이 출연만하고, B급 액션영화라도 제대로 만들어 내는 감독에게 자리를 넘겼더라면, 그나마 한국에서 젊은 층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액션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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