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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마 - 동물과 더불어 누리는 유일한 운동

말과 더불어 공중 부양

10.08.21 18:46최종업데이트10.08.21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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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구려 무용총 수렵도. 말 위에서 화살을 쏘아서 짐승을 잡는 사냥 모습입니다. 말 위에서 하체를 고정시켜 온 몸을 지탱하여 앞이나 뒤로 화살을 쏘는 기술을 익히려면 승마를 일주일에 한 번 씩 연습해서 몇 년이 걸릴지 모르는 기술입니다. ⓒ 박현국


어느 날 집으로 배달된 신용카드 사용내역서 안에 승마 체험 할인권이 들어있었습니다. 승마에 대한 호기심으로 그 할인권을 가지고 집에서 가깝지 않은 승마장에서 가족과 함께 몇 차례 말을 타 본 적이 있습니다.

그 뒤 2005 년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에서 한 해 동안 살면서 이곳저곳을 많이 누비고 다닌 적이 있습니다. 미국 서부에서 잘사는 백인 마을에 가면 집 울타리 안에 캠핑카가 있고, 요트가 놓여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더 잘사는 마을은 바닷가 근처 언덕에 있는 마을로 집안에 울타리가 쳐져 있고 말이 뛰어노는 것이었습니다. 마을 길 역시 차가 다니는 길 양쪽에 포장되지 않은 맨땅에 말을 타거나 말을 끌고 다니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말을 타고 사냥하는 그림은 고구려 무용총 수렵도 뿐만 아니라 고대 예술품에서 자주 나오는 소재입니다. 그렇다면 왜 고대 왕이나 왕족들은 사냥을 즐기고 그것을 그림으로 남겼을까요?

고대 사회에서 사냥은 스포츠가 아니고 의식이었다고 합니다. 인간 세계를 전쟁으로 정복하여 지배한 다음 동물의 세계까지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한 의식으로 사냥을 하고 그 모습을 그림으로 남겼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냥 모습은 이상세계, 즉 유토피아를 표현한 것이라고 합니다. 말을 타는 것이 승마라는 운동으로 단순화된 것은 고대 사회의 종교적 신앙이 제거된 것입니다.

지금 우리들이 운동회에서 자주 하는 줄다리기 역시 신 앞에서 의식의 일부로서 줄다리기를 했습니다. 특히 한국에서는 남녀가 편을 갈라 줄다리기를 했습니다. 그래서 여자가 이겨야 풍년이 든다고 해서 여자 편이 이기도록 유도했습니다. 이것은 여성이 가진 출산력, 즉 생산력으로 보고 여자처럼 새해에도 많은 소득이 있기를 기원했던 것입니다. 다만 결혼하지 않은 남자는 여자편에 속했습니다.

말을 타는 것, 말타기는 승마 또는 기마라고 합니다. 마장 마술에서는 말과 더불어 말을 탄 기수가 여러 가지 걸음걸이나 장애물 등을 넘기도 합니다.  초보자가 배우는 말타기는 말과 같이 여러 가지 걸음걸이를 익히는 것입니다. 승마할 때 말의 걸음걸이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속도나 보폭에 따라 다릅니다. 평보로 걸을 때는 말의 왼쪽 앞, 뒷발과 오른 쪽 앞 뒤 발이 하나로 움직이고, 속보 때에는 다리가 대각선 즉 왼쪽 앞발과 오른 쪽 뒷발이 같이 움직이며 4 박자가 느껴집니다. 구보로 뛸 때에는 앞발과 뒷발이 같이 움직입니다.

말을 탄다는 것은 많은 비용이 듭니다. 말 값도 비쌀 뿐만 아니라 말의 유지와 관리에 많은 수고와 돈이 들어갑니다. 인간이 처음 말을 탄 것은 오랜 옛날부터입니다. 중앙아시아 유목민들이 말을 타고 다니면서 생활했다거나 지금도 몽고에서는 유목민들이 말을 타고 다니면서 생활하기도 합니다. 지금도 몽고에서는 자연에서 자생하는 말이 있다고 합니다. 자연에서 자생하는 말은 몽고뿐만 아니라 아메리카에서도 있었다고 합니다.

한반도에 살던 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말을 사육해왔고 마방이라는 관청에서 말의 생산과 관리, 사육에 힘써왔다고 합니다. 이 말은 군수용이나 관리들의 이동에 주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이 관청은 제주도에 있었습니다. 특히 조선시대 초기까지 만 해도 부녀자들도 남자와 똑같이 말을 타기도 했으나 유교적인 관습이 뿌리내리면서 여자들의 승마가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터키 토프카프(TOPKAPI) 궁정 유물전에 전시된 바지. 우리나라 한복 바지와 비슷합니다. 터키 왕족은 이 바지 위에 망토 같은 것을 걸치고 말을 탔다 고합니다 ⓒ 박현국


한복 바지는 허리춤이 넓고 발목을 매어서 고정시킵니다. 이것은 터키 전통 바지와도 비슷합니다. 옷의 생김새나 입는 방식이 기마민족이 입던 방식입니다. 한국 사람들이 예로부터 말고기를 먹지 않는 것도 말을 신성시하거나 필수품으로 여기는 생활 방식의 흔적일 수 있습니다. 마빈 해리스는 음식문화의 수수께끼에서 종교적으로 신성시하거나 금기시하는 음식물은 생활환경이 만들어낸 산물일 수 있다는 말을 했습니다.

한국이나 일본에서 승마에 이용되는 말은 전통 재래종 말이 아니라 서양에서 수입된 말이 대부분입니다. 특히 서브렛(Thoroughbred)이라는 품종이 승마에 많이 이용됩니다. 이 말은 한해 세계에서 11만 마리가 생산되는데 한국에서는 1028마리, 일본에서는 7600마리 정도가 태어난다고 합니다(2006 년 기준). 

  경속보 걸음걸이. 경속보를 걸을 때 말의 발걸음은 네 다리가 대각선으로 움직입니다. 따라서 말의 어깨와 엉덩이가 반대로 움직입니다. 이 때 말에 탄 사람은 말의 움직임이 따라서 엉덩이를 들어 올립니다.그러면 말과 더불어 부드럽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 박현국


일본에서는 2 차 대전이 끝나기 전 육군기병학교가 있어서 서양 마술을 가르치고 말을 사육했으나 전쟁이 끝나고 이 학교가 없어졌습니다. 일본 사람들은 경마에 관심이 많아서 경주마 생산, 훈련에 많은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경주마로서 부적합한 말을 승마용 말로 사용하는데 한해 1만5천 마리 정도가 나온다고 합니다. 이 말의 수는 일본 전체 말의 10 - 15퍼센트 정도라고 합니다.

일본 전국에 승마클럽 수는 268개이고, 승마클럽에서 관리하고 있는 말 수는 5024마리, 승마 지도자 자격을 가진 사람의 수는 1627명이라고 합니다. 승마 클럽에 따라서 다르지만 일반인이 승마 클럽에 가입하는데 가입비는 15만 엔 정도, 그리고 매월 수강료 2만3천 엔 정도, 그리고 말을 탈 때마다 내는 기마비가 주중 2천 엔, 주말 2천5백 엔 정도라고 합니다.

  구보 모습. 앞발과 뒷발이 같이 움직입니다. 다만 말의 두 발이 동시에 땅에 닿지는 않습니다. 말 몸에 가해지는 충격을 분산시키고 장애물을 피하기 위한 동작입니다. 구보 때에는 말의 네 발이 공중에 뜨는 공중 부양이 일어납니다. 이 때 말에 탄 사람은 온 몸의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하고 종아리에 힘을 주어 말을 꼭 껴안아야 합니다. ⓒ 박현국


일본에서는 일본 육군 기병학교가 없어지면서 일본 대학 안에 마장마술부가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일본에 있는 4 년제 대학 수가 700개가 넘는다고 합니다. 그 가운데 100 여 대학에 마장마술부가 있어서 대학생 가운데 말을 좋아하고 마장 마술을 배우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날마다 말을 보살피면서 기회가 있을 때 동아리에서 승마를 배우고 있습니다. 한국에는 그다지 없는 동아리이기 때문에 한국에서 일본 대학에 유학 온 유학생이나 교환학생들에게 관심이 많은 동아리 가운데 하나입니다.

  평보. 말에 안장을 앉히거나 발걸이 등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말에 익숙하지 않은 남방계 사람들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합니다. 몽고에서는 지금도 고삐만 가지고 말을 부려서 타기도 합니다. 말을 타는 일은 손질하는 일만큼 어렵고 힘든 일인지도 모릅니다. 키우는 말은 세끼 먹이와 물을 주어야하고 거의 날마다 운동을 시켜야합니다. 마구간 바닥 깔린 왕겨나 대패밥이 배설물과 섞여 죽이 되기 전에 다시 바꿔주어야 합니다. 호남팜의 우리 말 조교 선생님은 평생 말이 좋아서 말을 손보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야간 대리운전으로 번 돈으로 말을 돌보고 있습니다. ⓒ 박현국

올림픽 종목에도 마장마술이 들어있는데 원래 군인들만 출전이 가능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1952년 헬싱키 올림픽부터 누구나 출전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마장 마술 즉 승마는 남녀구분 없이 누구나 출전할 수 있으며 올림픽 스포츠 종목 가운데 인간이 동물이 더불어 시합을 벌이고 남녀 구분이 없는 유일한 종목이라고 합니다.

저는 이렇게 말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 오다가 올 3월 한국에 한 달 이상 머물 기회가 있어서 익산 호남 승마클럽(전북 익산시 낭산면 용기리 303-1)에서 3월 한 달간 승마를 배웠습니다.

그리고 4 월 일본에 돌아와서 아는 사람의 소개로 말을 탈 수 있었습니다. 호남팜이라는 소규모 승마클럽입니다. 이 클럽은 말을 좋아하는 주인 할아버지가 25 년 전부터 개인적으로 말 네 마리와, 개 네 마리, 고양이들을 돌보고 있습니다.

저희 가족은 매주 토요일 아침 호남팜에서 승마를 배우고 있습니다. 승마는 말에 오르는 법에서 시작하여 말을 부리는 방법을 배웁니다.  고삐 잡는 법, 말과 더불어 걷는 법, 말과 더불어 달리는 법, 방향을 전환하거나 말을 세우는 법 등입니다.

말은 살아있는 동물이고 초식동물로서 본능적으로 외부 환경에 예민합니다. 그래서 작은 소리나 미세한 움직임에도 민첩하게 행동합니다. 이렇게 민첩하게 움직이다보면 말 위에 탄 사람이 떨어지거나 다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승마는 말에 탄 사람이 떨어지지 않고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자세를 취하고 말과 말에 탄 사람이 한 몸이 되어 움직이는 역동적인 운동입니다.

  평보 걸음걸이. 말 왼쪽 두 발과 오른쪽 두 발이 같이 움직입니다. 가장 단순한 걸름입니다. 말타기를 시작하기 전후 준비운동과 마무리 운동도 이 상태에서 할 수 있습니다. ⓒ 박현국


승마체험으로 말 타기를 시작하여 미국 생활을 통하여 승마가 일상적인 환경을 보았고 다시 말과 함께 살아오신 분에게 말 타기를 배우고 있습니다. 말 타기는 고구려 벽화 등에서 보는 것처럼 한반도에 사는 사람들이 오래전부터 경험해온 세계입니다. 승마는 스포츠로서도 손색이 없고 인간과 동물이 더불어 움직이면서 역동성과 담력 등을 키울 수 있는 좋은 운동입니다. 승마는 담력이 강하고 겁이 없는 한국인에게 맞는 운동이므로 누구나 값싸게 즐길 수 있는 대중 스포츠가 되었으면 합니다.

<참고문헌>
자유랜드 승마클럽 http://www.jayooland.com/index1.html
호남 승마클럽(전북 익산시 낭산면 용기리 303-1)
일본마술연맹 http://www.equitation-japan.com/
마빈 해리스, 음식문화의 수수께끼, 한길사, 1992.

덧붙이는 글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문화학부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승마 말타기 바지 고구려 무용총 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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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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