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겉그림
은행나무
소설의 주제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막연하게 두려워하면서 한번쯤 심각하게 고민해봤을, 막연하게 궁금해 하거나 동경하기도 하는 '죽음'이다. 작가는 세상에 대한 새로운 가치관이 열리는 사춘기 두 소녀의 감정 변화를 통해 삶과 죽음의 의미를 새삼 생각해 보게 한다.
여름방학이 시작되자마자 죽음을 맛보고 싶어 각자 다른 길을 선택한 두 소녀는 의외의 사건들을 만나게 된다. 용돈 때문에 원조교제를 감행하는 소녀들을 접하는가 하면, 원조교제 누명을 쓰고 가정이 파탄 난, 그리하여 웅크리고 살아가는 한 남자를 만나기도 한다.
또한 성폭행의 위험에도 처하는가 하면, 어린 꼬마들의 대담한 복수에 이용당하기도 한다. 사이버 범죄의 공포에 두려워하는가 하면, 막연한 동경과 호기심으로 선택한 죽음이건만 '누군가'의 죽음을 막고자 안절부절, 시간을 다투기도 한다.
사실 '죽음'이 주제인지라 자칫 우울하게 읽힐 수 있건만, 결론부터 말하면 이 소설은 유쾌하고 따뜻하게 읽힌다. 이는 삶의 마지막인 '죽음'을 통해 두 소녀가 '살아야 하는 진짜 이유'를 말해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는데 느닷없이 튀어나오는 듯한 반전 때문에 유쾌하고.
초등학교보다 중학교, 중학교보다 고등학교에서 교우관계가 넓어지는 건 당연하지만, 내 경우 폭이 넓어진다기보다 엷어져 가는 느낌이다. 과즙음료의 양은 같은데 물만 더 첨가해 묽게 희석되는 느낌? 이런 식으로 점점 더 엷어지다간 밍밍한 물 같은 인생을 보내게 되지 않을까? - 책 속에서<소녀>는 두 소녀의 '죽음에 대한 경험'을 주제로, 별 것 아닌 것으로 까르르 자지러지다가도 뒤돌아서는 순간 눈물을 뚝뚝 흘리기도 할 만큼 순수하고 감수성 예민한 소녀들만의 세계와, 사춘기 아이들의 세상과 사람들에 대한 가치관을 진솔하게 전해주는지라 책을 읽는 내내 한동안 잊고 살아온 나의 사춘기가 떠올랐다.
돌이켜보면 나 역시 소설 속 소녀들처럼 한때 죽음을 무모하게 동경하기도 했었다. 어른이 되어 생각해보니 피실피실 웃음이 나올 만큼 참 어이없는 이유로 말이다. 나뿐일까? 사춘기 한때, 혹은 살아가면서 감당할 수 없는 무게 때문에 누구나 한번쯤 죽음을 선택하지 않나? 그 힘든 선택의 순간이 지나고 나면 참으로 어리석고 무모한 그런.
죽음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성적을 비관하거나 왕따 때문에 죽음을 선택하는 청소년들도 늘고 있다. 두 소녀의 죽음에 대한 경험이 죽음을 막연하게 동경하는 청소년들에게 소설의 결말처럼 세상과 삶에 대한 이해와 깊이를 더하는 계기가 되리라. 아울러 어른들에게는 청소년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리라.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다.
덧붙이는 글 | <소녀>|미나토 가나에(지은이) |오유리(옮긴이) |은행나무|2010-06-04 |값:11,500원
소녀
미나토 가나에 지음, 오유리 옮김,
은행나무,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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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동경한 두 소녀, 실천에 옮기려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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