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만 남은 풍경

[촌 노인의 유럽 여행기 마지막 회] 융프라우, 파리, 런던

등록 2010.08.31 09:16수정 2010.08.31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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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일정

8월 15일 아침 일찍 밀라노에 출발 국경을 넘어 스위스 인터라켄에 도착한 것은 오전 11시였다. 약 4시간 30분 쯤 걸렸음에도 지루하지 않았던 까닭은 차창으로 스치는 아름다운 풍광 때문이었다. 어린 시절 달력의 한 장에서 보았던 그림의 연속이었다. 마침 비가 내리고 있었기 때문인지 아득한 곳에 떨어지는 시원한 폭포는 왜 그리 많았던지!


융프라우 기후는 완전히 가을날이었다. 13시 40분 출발이라는 융프라우행 기차 시간 때문 기념품상에도 들르고 한식집에서 점심도 먹었으나 시간은 더뎠다. 융프라우 정상을 바라보는 전망대에 눈이 내려 사진만 찍고 인터라켄으로 되돌아오기까지 6시간가량은 자연환경과 이국적인 풍경과 3571m지점까지 철길을 내고 바위를 뚫어 엘리베이터를 연결한 스위스인들의 노력에 감탄했던 시간이었다.

평소 심장병이 있어 매월 병원에서 정기 검진을 받고 있는데 2000m이상의 산에는 가지 말라는 의사의 당부를 받은 적 있다. 역시 고지로 오를수록 몸이 좋지 못했다. 준비해간 청심환으로 진정시키려 했지만 소용없는 노릇이었다. 아내의 부축을 받으며 그래도 다른 사람이 가는 곳까지 갔던 이유는 앞으로 다시는 그보다 높은 산을 오르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감 때문이었다.

그래도 심한 발작이 없었던 이유는 새로운 것에 대한 기대와 설렘도 들 수 있겠지만 그보다는 텃밭농사를 통해 더 건강해졌기 때문이었다고 본다. 아무튼 다행이었다. 심장이 약한 분들은 참고 하시라.

융프라우에서 파는 한국산 컵라면은 6유로 즉, 한국 돈으로는 거의 1만 원쯤 되는 가격이었는데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상품인 듯싶었다.

인터라켄으로 돌아와 퐁뒤라는 스위스 음식으로 저녁을 먹었다. 퐁뒤는 쇠고기를 깍두기처럼 썰어 낮은 온도에 가열되는 올리브 기름에 샤브샤브 하여 먹는 음식이었는데 고기는 괜찮았으나 소스는 약간 거북해 가져간 고추장을 섞어 먹었더니 먹을 만했다. 


저녁 식사 후 다음날 프랑스로 가는 기차를 탈 로잔까지 이동하고 보니 친구들과 어울릴 시간도 없었다.

16일 아침 9시22분 로잔에서 출발하는 TGV를 타고 13시 경에 도착한 파리 일정은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를 달팽이 정식으로 시작한 점심부터 루브르 박물관, 개선문, 에펠탑, 그리고 세느강의 선상 유람까지 번개 불에 콩 볶아 먹는 격이었다. 사진찍기 위한 여행이 된 셈이다.


루브르 박물관의 모나리자와 시내의 오래된 건물들, 센강의 유람, 에펠탑의 야경과 센강 주변의 노트르담 사원 등 수많은 중세 건물 그리고 돌아오는 시간에 맞추어진 에펠탑의 발광쇼(?)가 기억에 남는다. 발광쇼란 에펠탑을 휘감고 있던 수 만개의 전구가 깜박임을 반복하는 장면으로 마치 불꽃놀이하는 것처럼 보였다. 밤 10부터 딱 5분간만 볼 수 있는 풍경이라고 했다. 아내는 아폴리네르가 노래했던 미라보 다리를 묻고 있었다. 

호텔에서는 잠만 자고 비닐봉지에 담아주는 과일과 빵을 들고 런던으로 향한 것은 17일 새벽이었다. 런던 역시 사진 찍는 여행이었다. 대영제국 박물관에 들려 제국주의 시절 다른 나라에서 떼어온 갖은 전리품을 무료로 감상할 수 있는 점이 입장료를 받는 루브르박물관과 달랐을 뿐이다.

런던 타워를 거쳐 버킹검 궁전까지 갔으나 여왕도 휴가 중, 근위병도 휴가 중이었기에 근위병의 교대는 어디선가 화면으로 보았던 장면을 회상하는 것으로 마쳤다. 이른 저녁을 먹고 공항으로 이동 그리고 한국행 비행기에 오른 것은 현지시간으로 밤 8시 30분. 비행기가 이륙한 것은 다시 30분 가량 후였다. 시차를 이용하여 교묘하게 늘린 여행일정에 한국에 도착하니 18일 오후 4시였다.

2. 간단한 후기

코스별 느낌만 간단히 쓸 작정이었으나 약간 사설이 들어간 바람에 예상보다 보다 길어졌다. 열흘 이상 숙지원을 비웠더니 풀은 사람의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 시차에 적응하기도 전에 개학이었다. 학교에서는 바쁘고, 퇴근 후에는 숙지원에 들려 풀을 깎고 집에 돌아와 씻으면 하루가 끝이었다. 그런 와중에서 과제를 안은 사람처럼 여행기를 쓰고 사진을 골라 올렸다. 곱게 봐주시기를…! 

의미 없는 여행은 없다. 돈을 들인 만큼 얼마나 많은 것을 얻었는가 하는 것은 개인이 판단할 문제다. 개인이 무엇을 느꼈고 또 여행의 결과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나에게 이번 여행은 양적인 면에서 많이 구경하고 경험했다는 점도 그렇지만 외형적인 면에서도 보고 듣고 느끼면서 비교하는 기회를 많이 가졌다는 점에서 질적으로도 좋은 여행이었다고 본다. 이 때문에 괜찮은 여행상품이라는 생각을 한다. 여행사의 인솔자도 노련하여 불편을 최소화 시켰다는 점에서 칭찬할 만했다. 음식은 수준은 비교할 수 없었으나 비교적 먹을 만했다는 점에서 괜찮았고 숙소도 특실은 아니었지만 깨끗하고 편안했다.

그러나 약간 개선할 점이라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런던을 거쳐 파리로 그 다음에 로마로 코스를 잡았으면 한다. 2천년의 유적을 보다가 겨우(?) 2~3백 년 된 건물 혹은 약탈 문화재를 감상하는 것은 감동을 떨어뜨렸기 때문이다.

그밖에 여행객을 위한다는 쇼핑의 문제, 개인적으로 언어소통의 문제로 인한 느낌도 있지만 그런 이야기는 필요한 경우 쓸 작정이다. 글로 못한 이야기는 사진으로 대신할 작정이다.

스위스 마을 폭포가 쏟아지는 마을의 풍경.
▲스위스 마을 폭포가 쏟아지는 마을의 풍경. 홍광석

융프라우의 여름 융프라우전망은 볼 수 없고 눈이 내렸다. 여름에 눈 구경만 한 셈이다.
▲융프라우의 여름 융프라우전망은 볼 수 없고 눈이 내렸다. 여름에 눈 구경만 한 셈이다. 홍광석

컵라면  융프라우에서 만난 한국의 컵라면.  반가운 김에 한 컷 담았다.
▲컵라면 융프라우에서 만난 한국의 컵라면. 반가운 김에 한 컷 담았다. 홍광석

스위스의 마을  서양화의 한 폭이었다.
▲스위스의 마을 서양화의 한 폭이었다. 홍광석

모나리자의 미소에 홀린 관광객들   유명하다는 작품앞에 사람이 모이는 현상은 동서양이 다르지 않았다.
▲모나리자의 미소에 홀린 관광객들 유명하다는 작품앞에 사람이 모이는 현상은 동서양이 다르지 않았다. 홍광석

최초의 개선문  레마르크의 작품에 나오는 개선문이다.
▲최초의 개선문 레마르크의 작품에 나오는 개선문이다. 홍광석

에펠탑 센강의 유람선에서 본 에펠탑. 탑 정상 부근에 칠월칠석 달이 지나고 있다. 오랜 기다림끝에 만난 사람들의 사연처럼.
▲에펠탑 센강의 유람선에서 본 에펠탑. 탑 정상 부근에 칠월칠석 달이 지나고 있다. 오랜 기다림끝에 만난 사람들의 사연처럼. 홍광석

런던의 거리  비좁은 거리를 보면서 런던에 이층버스가 다니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런던의 거리 비좁은 거리를 보면서 런던에 이층버스가 다니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홍광석

템즈강과 영국의 의사당 민주주의의 산실이라는 생각에서 담은 사진이다. 하도 많이 본 사진이라 낯설지 않았다.
▲템즈강과 영국의 의사당 민주주의의 산실이라는 생각에서 담은 사진이다. 하도 많이 본 사진이라 낯설지 않았다. 홍광석

코리안 위클리        런던에서 발행한 한글판 주간지. 교민들의 생활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국에서 보는 한글에 가슴이 찡했다.
▲코리안 위클리 런던에서 발행한 한글판 주간지. 교민들의 생활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국에서 보는 한글에 가슴이 찡했다. 홍광석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한겨레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한겨레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스위스 #프랑스 #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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