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매들 수확의 기쁨이 이러할까?
김선호
초여름의 저온현상으로 냉해를 입은 것들은 밭에서 나는 것에 그치지 않은 모양이다. 매년 한자루씩을 따고는 했다는 다래가 올해는 흉작을 면치 못했다. 냉해를 피한 꽃들도 자주 내리는 비에 속절없이 떨어져 내리곤 했으니 수확이 신통치 않으리라 예상을 했단다. 우리보다는 처제 부부한테 뭔가를 보여주고 싶으셨던 형부의 실망감이 더 커보였다. 그러나 실망감은 곧 감탄사로 바뀌었다.
잣을 한아름, 밤을 또 한아름 수확하는 기쁨이 기다리고 있었다. 남자들이 잣송이 밤송이를 줍는 동안 언니와 나는 마당과 텃밭을 오가며 고들빼기를 캤다. 조금만 움직이면 먹을거리들이 널려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신기하던가. 고들빼기는 김치를 담아 먹어도 별미지만 한 번 데친후 물에 담가 두었다가 쓴물을 뺀 후, 고추장에 무쳐 먹으면 맛있다는 언니의 고들빼기 요리법을 배우는 사이, 마당엔 잣송이, 밤송이가 한 가득 쌓였다.
형부가 직접 잣송이 까는 시범을 보여주신다. 잣송이는 송진처럼 진득한 즙이 흘러 매우 끈적거렸는데 두 발을 이용해 겉 껍집을 벗겨내야 속에 있는 씨를 발라 낼수 있었다. 겹을 이룬 속껍질 속에 알알히 박힌 잣 열매를 하나 하나 빼내는 재미가 쏠쏠했다. 빼곡하게 층을 이룬 사이 사이에 어김없이 두개씩 박힌 잣을 빼 내는 동안 진하게 맡아지던 잣나무 향기는 또 얼마나 좋았던지 모른다.
잣 열매를 분리하는 일에 비하면 가시에 찔릴 염려가 있을 뿐인 밤송이 분리하는 일은 매우 간단한 편에 속한다. 산에서 따온 영지버섯과 더덕을 잣과 밤 옆에 나란히 놓고,그 옆에 고들빼기랑 대추 한웅큼을 나란히 놓고 보니 뿌듯하기 그지없다. 비록 송이버섯은 구경도 못했지만. 아마도 수확의 기쁨이 그러하지 않을까? 씨뿌리고 거두는 농부의 마음하는는 비교할 수 없겠지만 말이다.
마침 가는 날이 장날이었다. 횡성장이 열리는 날이라고 했다(1일, 6일장). 형부네 시골집을 돌아나와 횡성장으로 향했다. 오일장이 제법 크게 열려서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포장되어 마트에서 팔리는 보기 좋은 것들이 아닌 들쑥 날쑥 크기도 모양도 제각각이지만 싱싱함이 살아 있는 먹을거리들이 지천이다.
어라, 그토록 찾아 헤매던 송이가 시장판에 널렸다. 송이가 나올 철에 수확한다는 능이버섯도 여기 저기 좌판에 풍성하다. 모양으로 봐서는 먹고 싶은 마음이 그닥 생기지 않는, 능이버섯이 사실은 송이를 능가하는 맛을 낸다는 사실도 횡성장을 돌아다니가 알게 되었다.
1능이, 2송이라고 한다니 그 맛이 궁금하기 짝이 없다. 이름도 생김도 처음 보는 능이버섯이 시장 여기저기서 팔리는 걸 보면 강원도 산골에선 흔하게 나오는 버섯이 아닌가 싶다.
장을 기웃거리다 보니 허리가 아파서 쉬어야 겠으니 싸게 사가라고 고춧잎 파시는 할머니가 불러 세운다. 고춧잎 한보따리가 2천원이다. 잘 생긴 애호박을 천원 주고 샀다. 거의 횡재다. 그렇게 장을 한바퀴 돌고 나오니 두 손에 봉다리가 주렁 주렁이다.
그래도 마지막으로 꼭 들러야 할 곳이 있다고해서 찾아 간 곳은 시장 깊숙히 자리 잡은 메밀전병을 파는 곳. 장날 구경할 때면 먹고 했다는 강원도 사람들이 즐겨 먹는 전통먹을거리다. 숙주나물에 묵은지 소를 넣은 메밀전병은 메밀의 담백함과 묵은지의 칼큼한 맛을 한번 먹어보면 또 찾게 된다고.
횡성장까지 여러가지 볼 거리들이 참 많은 하루였고 들고 갈것도 많은 풍성한 하루였다. 언젠가 농사지으며 시골에서 살고 싶다는 꿈이 품었다. 이런 시골이라면 그 꿈을 실현시켜 봐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흙은 노력한 만큼 돌려주는 법이어서 들판 가득 풍요로움이 넘치던 횡성의 작은 시골마을을 다녀오고 나서 든 생각이다. 산에서 들에서 수확의 계절을 알리는 수런거림이 들리는 풍요의 계절, 가을이다.
가을이 가기 전에 어린시절을 보낸 고향마을을 다녀오면 어떨까, 싶다. 기획성 농촌체험이 아닌, 살아있는 생생한 현장을 체험하게 될 것이라 장담한다.

▲가을 풍성한, 가을이다
김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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