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지청에 다녀왔습니다

부당해고 및 임금체불 이후 한 달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등록 2010.09.30 20:51수정 2010.09.30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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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불임금에 대해서 노동부에 진정을 한 것이 지난 9월 6일의 일이었으니 거의 한 달 만에 근무했던 회사를 관할하는 노동지청을 다녀왔습니다.

저는 지금 회사로부터 부당해고를 당한 상태이며,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에 대한 구제신청을 했다는 이유로 정상 근무했던 8월치 급여의 지급을 고의적으로 거부 당한 상태입니다.

사장이 하는 말이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한 만큼 법대로 하면 될 것이니 돈을 줄 수 없다고 합니다. 그래 놓고 노동지청에는 제가 한 일이 없어서 돈을 줄 수 없다고 했다고 하는군요. 더욱 기가 막히는 것은, 부당해고에 대한 책임을 면하고자 아직 저에 대해서 퇴사조치를 하지 않아서 저는 실업급여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요즘도 간간이 회사로부터 내용증명이 날아옵니다. 회사의 중요 요원이니 빨리 출근하라고 말입니다. 하는 일이 없다면서 정상근무를 했던 것에 대해서도 급여를 지급하지 않고 있으면서, 회사의 주요 요원이라니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저보고 무료 자원봉사를 하라는 말은 아닐 테고, 부당해고가 아니라 제가 스스로 회사를 안 나와서 어쩔 수 없이 인사조치를 했다고 밀어붙이기 위한 수작이라는 것이 뻔히 보이기는 합니다.

다시 한번 말씀을 드리지만, 저의 부당한 사연을 알리고자 이 글을 적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부당해고와 체불임금을 직접 당해 본 입장에서 우리나라의 근로기준법이 얼마나 엉터리이고 모순인가를 알리고 싶은 것이 제 마음입니다.

오늘 노동지청에서 저의 전임자를 우연히 만났습니다. 그 역시 저와 거의 똑같은 방법으로 부당해고를 당한 사람입니다. 따지고 보면 저의 입사 선배도 되고, 부당해고 및 체불임금에 대해서도 선배인 셈입니다. 그는 이미 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해고 및 임금상당액을 지불하라는 판정을 받았음에도 사장이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고, 이를 노동위원회에 호소하니 노동부에 가서 알아보라고 했다고 합니다.

제 전임자가 부당해고를 당한 것은 지난 2월의 일입니다. 벌써 6개월이 넘어선 것입니다. 그럼에도 아직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서 그는 노동위원회와 노동지청을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습니다. 그가 6개월 동안 밟아온 길, 그리고 앞으로 가야 할 먼 길을 저도 그대로 밟아야 합니다.


물론, 현재의 근로기준법이 상황에 따라서는 근로자의 편이 될 수도 있습니다. 만약, 회사 사장이 상식이 통하는 사람이라면이라는 조건이 붙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상식이 통할 정도의 사람이라면 부당해고나 임금체불의 건으로 근로자가 이리저리 뛰게 만들지는 않을 것입니다. 결국, 부당해고나 체불임금에 대해서 근로기준법이 근로자를 보호해줄 수 있는 것은 현실적으로 아무것도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제 전임자의 사안은 노동지청에서 새로이 일을 담당하게 된 만큼 앞으로 최소한 2개월 정도는 더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지난 6개월의 시간을 더하면 8~9개월이 됩니다. 만약, 노동지청에서 나온 결과에 대해서 사장이 이의를 제기하고 시간을 끌면 시간은 더더욱 늘어질 것입니다. 부당해고 발생일로부터 1년을 넘기고도 해결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사장의 입장에서는 시간을 끌면서 자기가 하고 싶은 주장을 펴고, 제기할 수 있는 이의를 다 제기하다가 안 받아들여지면 그때 가서 노동위원회 판정이나 노동청의 판결을 이행하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부당해고와 임금체불을 당해 경제적으로 궁핍할 수밖에 없는 근로자의 입장에서 1년은 너무나 긴 시간입니다.

그리고, 근로자의 입장에서는 먹고 살아야 하는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다른 일을 찾아야만 합니다, 그런데 만약 근로자가 다른 일을 찾게 된다면, 부당해고가 인정되더라도 다른 일을 찾기 전까지의 임금상당액만 근로자에게 지불하면 사장은 아무런 법적 책임이 없게 됩니다.

다시 정리를 하자면, 사장은 아무런 법적 책임 없이 근로자를 아무 때나 해고할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리저리 시간을 끌다가 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 판결이 나면 그때 가서 그 근로자를 다시 받으면 되지만, 대부분의 근로자는 다른 일을 찾았을 경우가 허다합니다. 결국 부당해고에 의해 받게 되는 경제적, 정신적 피해는 고스란히 근로자의 몫이 됩니다. 이렇듯, 근로기준법이 부당해고를 당한 근로자를 보호할 수 없다 보니 부당해고 상습범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저와 전임자를 부당해고 시킨 사장의 경우는 이미 관할 노동지청에서는 유명인사가 되어있습니다. 사장은 다른 회사도 함께 운영하고 있는데, 그 회사 역시 수많은 부당해고와 체불임금으로 관할 노동지청에 엄청난 수의 진정이 들어와 있기 때문입니다.

조사를 받고 있던 제 전임자가 사장의 상습성을 알리기 위해 노동감독관에 그 회사 얘기를 꺼내니 감독관의 입에서 반사적으로 사장의 이름이 튀어나올 정도입니다. 더욱 재미있었던 것은 사장의 기록을 조회하던 감독관이 '어, 아무런 기록이 없네' 하다가, '아, 아니구나 굉장히 많네. 상습범이군. 기록이 없는 것이 아니라 너무 많아서 컴퓨터가 잠시 멈췄었나 보네'라며 경악을 금치 못 했다는 사실입니다.

아무리 간결하게 적는다고 해도 마음 속에 응어리가 많은지 오늘도 얘기가 길어졌습니다. 오늘 얘기를 정리하자면, 부당해고 및 임금체벌은 사건이 발생된 이후에 조정을 통해 근로자를 돕겠다고 하는 식의 현재 근로기준법으로는 근로자를 전혀 도울 수 없다는 것입니다. 더구나 부당해고나 임금체불이 발생하게 되면 근로자에게는 즉시 경제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사용자가 마음대로 부당해고나 임금체불을 하지 못하도록 예방할 수 있는 방향으로 법이 바뀌어야 된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험난한 길을 걸어야 제 문제가 해결될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정리해서 글을 올릴 생각입니다. 비록 저 혼자의 힘으로는 뭘 어떻게 하지 못한다는 것은 압니다. 하지만, 사용자가 아무런 법적•도의적인 책임 없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근로자를 부당해고 시킬 수 있는 지금의 대한민국 노동현실이 개선되는 그날까지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자 합니다.

컴퓨터까지 잠시 멈추게 할 정도로 상습적으로 근로자를 부당해고 하고 임금을 체불하는 사람이 법적 처벌은 고사하고, 큰소리를 치면서 수많은 근로자를 괴롭히고 있는 것이 공정한 사회는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여러분의 많은 성원을 부탁 드립니다.
#부당해고 #임금체불 #근로기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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