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a
▲ . . ⓒ 조상연
40년 전 나의 소싯적은 면에 하나밖에 없는 방앗간 집 부농의 장손자였다는 얘기를 자주 했는데 이 얘기는 어쩌면 예전에 우리 집에 금송아지 있었다는 얘기와 같은 것이겠다. 나에게 그만큼 허망하다는 얘기다.
할머가니 멍석 위에서 맷돌로 녹두를 갈고 메밀을 갈아 돼지고기 비계 칼질해서 빈대떡을 부쳐 먹을 때가 종종 있었다. 엎어놓은 소당 위에서 돼지기름 지글거리면 그 고소한 냄새 울타리 넘어 십리 밖까지 소식을 알리니 막걸리 통째로 자전거 뒤에 싣고 오시는 면장님과 막소주를 댓병으로 들고 오시는 아재 덕분에 동네잔치로 변하는 것은 말해 무엇 하랴!
어머니 빈대떡 부치시고 할머니 술에 취하셔 뒷간 다녀오시다가 신작로 내다보니 항상 다니던 거지부부 오라하지 않아도 올 텐데 혹여 그냥 지나칠까 당신께서 손수 불러 손을 잡고 들어오신다. 그 거지 부부 실컷 먹고 앉았는데 할머니 "이놈 자식 설사하려고 그렇게 처 먹냐?" 하시며 싸줄 테니 움막에 가서 나누어 먹으라 하신다.
a
▲ . . ⓒ 조상연
서울 중랑구 하고도 면목동에 원래 있던 빈대떡 집이 없어지고 사가정역 일번출구 뒷길에 새로 한집이 들어왔는데 아마도 이 집 주인이 우리 할머니처럼 인정이 있고 사랑이 있으신 분인가 보다.
변두리 호떡집부터 제법 근사한 갈비집까지 하다 못해 동네 누렁이 개집에까지 붙어 있는 '잡상인 출입금지'라는 딱지를 빈대떡집 사장은 환영한다고 써 붙여 놓았으니 정신 나간 화성인 이거나 아니면 인정과 사랑이 넘치는 부처님 반 토막 같은 사람이겠다.
떡볶이 불판을 시장바닥 한가운데 벌겋게 엎어놓고 딸자식 끼니 걱정하는 아줌마 앞에서 키득거리는 이 시대에 참으로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친절한 상인 출입 허용'이라고 코팅까지 해서 써 붙인 표어를 보고흐뭇한 마음에 막걸리 잔깨나 들었다 놓았다 했는데 운 좋게도 주인과 한참을 마주 앉아 얘기를 나누었다. 빈대떡집 주인의 얘기를 들으면서 참으로 내가 잘못 살아도 많이 잘못 살았구나! 싶은 것이 나의 삼십년 공맹(孔孟) 공부가 헛된 공부였음을 깨달았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