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유불급이라, 토마토가 죽었다

그냥 둬도 잘 자라는 토마토에 한약 찌꺼기 거름으로 주었더니...

등록 2010.10.25 14:53수정 2010.10.26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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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일상에서 사소한 일에 흥미를 느끼고 즐거움을 살 때가 있다. 예년보다 여름이 덥다는 보도를 접하면서 헐떡거려야 할 여름살이를 걱정하던 참이었다.


"우리 집 베란다에 있는 고무 통이랑 화분에다 방울토마토와 채소를 가꾸면 재미있을 것 같은데 사무실 나올 때 옮겨주면 안 돼?"
"얼마나 먹는다고, 그냥 사먹어. 먼지 풀풀 나는 길가에서 뭘 심어서 먹을 수나 있겠어?"

보도에서처럼 봄이 오는가 싶더니 날씨가 연일 불볕을 쏟아내면서 여름으로 성큼 다가서는 길목에서 아내의 뜬금 맞은 소리가 별로 내키지 않아서 무시 작전으로 가려는 참이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났다.

"안 해 주려면 말고 내가 알아서 하면 돼지. 바쁜 사람에게 부탁하는 내가 문제지."
"............"

어깨가 아파 수술을 한 아내가 갑작스럽게 하는 제안은 모조리 내가 해야 할 일거리라는 생각에 귀찮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결단을 하기까지는 몇 날은 걸렸을 텐데 백기를 드는 편이 오기로 버티는 것 보다는 나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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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 모종을 고무통에 두개씩 심었다 처음으로 심은 방울토마토가 부엽토위에 자리를 잡았다. "잘 될 놈은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말처럼 기개가 힘차보인다. ⓒ 박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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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토마토열매가 맺히기 시작하였다. 밑거름이 좋아선지 열매가 토실토실하게 잘열었다. ⓒ 박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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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분채소 점심에 우리식탁을 즐겁게 해준 작은채마밭 ⓒ 박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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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분채소-상치와 치커리 하찮게 생각하며 방울토마토와 같이 심었던 화분채소 ⓒ 박인선


산모퉁이에서 부엽토를 고무 통에 담아 나르고  화분에는 여러 가지 채소를 심었다. 큰 고무 통은 옮기기가 무겁기도 해서 바퀴를 달아 아침에는 밖으로 내놓고 저녁에는 사무실 안으로 옮겨 키웠다. 아이 기르는 것만큼이나 정성을 다했다.


하루 종일 뙤약볕을 충분히 쐬어 푸른 엽록소를 듬뿍 머금게 하였으니 하루가 다르게 모양새를 갖추어 갔다. 불만스럽던 마음도 점점 가라앉고 마음이 조금씩 그들에게로 다가갔다. 이제 사귄지 얼마 되지 않은 젊은 연인들의 감정이라고나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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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기기가 어려워서 바퀴를 달았다. 바퀴도 달고 높이 170cm의 지지대도 심었다 ⓒ 박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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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모양새를 갖추었다. 열매가 맥기시작하였다.삭막하기만 하던 사무실 앞이 루르름이 가득하다. ⓒ 박인선


점심시간이 되면 주변사무실 사람들이 앞을 지나다말고 발길을 멈추곤 한다. 신기한 풍경이 되었다. 언젠가 작은 모종을 심더니 조금씩 잎이 무성하게 자라서 열매를 맺고 이제는 보석 같은 빨강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려있으니.

"따 먹지 말고 구경만 하게. 구경 그 자체로도 돈으로 따지면 값어치가 제법 일 테니까."
"언제 바구니로 한 바구니씩 따먹지?"

고무 통에 방울토마토 몇 나무 심어서 그런 생각까지 하다니 아내는 방울토마토가 여름 내내 우리의 먹을거리가 될 거라는 생각을 했었던 모양이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기대가 지나친 욕심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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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롱한 보석같은 토마토열매 너무나 싱싱하다. 하루가 다르게 익어간다 ⓒ 박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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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창한 방울토마토 노력한대로 잘 커 나갔다 ⓒ 박인선


토마토나무는 사무실 앞을 아름다운 작은 농장으로 만들어 놓았다.  내가 한 일이라고는 내키지 않은 일거리라고 짜증을 내면서 일그러진 얼굴로 마지못해 했던, 어렵지 않은 몇 시간의 노동 뿐 이었다.

"과일가게에서 사먹는 방울토마토보다 훨씬 맛있는데."
"그럼, 그것과 비교가 되겠어? 가게에서는 조금 덜 익은 것을 사서 시간이 흐르면서 익힌 것이고 여기는 온종일 햇볕과 영양 많은 부엽토에서 자랐으니까."

별 생각 없이 보고 있던 구경꾼에게도 금방 수확을 해서 인심을 쓰니 또 다른 재미였다. 방울토마토 나무의 키가 문 높이를 넘을 만큼 컸다. 고무 통을 옆으로 눕혀야 사무실 안으로 들여놓을 수가 있었다.

"아더찌 아더찌, 우리도 따 먹을 수 있떠요?"
"그럼, 혼자 앞에 두 개씩만 따서 먹어."

옆집 꼬마들이 재롱스럽게 묻는다. 따먹으라는 허락이 떨어지자 신이 났다. 하지만 아이들의 키보다 훨씬 큰 토마토나무는 아이들 손보다 위에 달려 있을 정도다. 아이들 중에 작은 꼬마아이를 안아서 토마토열매 가까이까지 올려주며 직접 따먹으라고 하니 싱글벙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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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가 지지대높이 만큼 자랐다 문으로 옮기는일이 어려울만큼 자랐다 ⓒ 박인선


아이들의 행복한 모습도 보고 즐거움의 시간들이 얼마쯤 지났을 때, 아내는 한약방에서 한약을 달이고 난 찌꺼기를 거름으로 쓰겠다면서 얻어왔다. 토마토가 보여준 고마움에 대한 보답이라고 해야 할지.

"무얼 또 가져왔어?"
"친구가 한약방에서 한약찌꺼기를 거름으로 주면 좋다고 해서."

얻어온 한약찌꺼기를 고무 통에 듬뿍 쏟아 부었다. 늦은 가을까지 따 먹을 수 있다는 것이 토마토라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에, 그러나 기대와는 달랐다. 토마토나무의 잎이 누렇게 변하기 시작했다. 맺힌 열매도 시들어갔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토마토 나무에게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욕심과 무지가 화를 부른 것이다. 동화 속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 같았던 토마토 나무가 더 이상 기력을 회복하지 못했다.

아이들도 더 이상 열매를 맺지 못하는 토마토나무를 찾지 않았다. 아쉬움의 날이 며칠이었을까? 속상한 마음은 아내가 처음 이 일을 시작하자고 하던 때 보다 훨씬 더 했다. 속내를  보이지는 않았지만 아내도 "내 탓이야"라면서 쓰린 마음을 달랬을 것이다.

그리고 한없이 미안한 마음으로 토마토나무를 거두었다. 행복을 전해 준 토마토나무를 생각하면 '무조건, 무조건이야!' 라는 노랫말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덧붙이는 글 | 봄날 아내의 제안으로 토마토와 화분채소를 심으면서 느꼈던 작은 행복감을 가을이 지날즈음에 생각해 봅니다. 아쉬운 생각은 한약찌꺼기를 잘못 사용해서 토마토를 너무일찍 잃은 안타까움은 무지에서 비롯 됐다고 생각하면서 경험있으신 분들의 조언이 필요할것 같군요.


덧붙이는 글 봄날 아내의 제안으로 토마토와 화분채소를 심으면서 느꼈던 작은 행복감을 가을이 지날즈음에 생각해 봅니다. 아쉬운 생각은 한약찌꺼기를 잘못 사용해서 토마토를 너무일찍 잃은 안타까움은 무지에서 비롯 됐다고 생각하면서 경험있으신 분들의 조언이 필요할것 같군요.
#박인선 #토마토나무 #행복 #사무실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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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상에서 8년, 예술작업공간을 만들고, 버려진폐기물로 작업을하는 철조각가.별것아닌것에서 별것을 찾아보려는 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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