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사찰 국정조사·특검부터" - "밖에 나가서 데모해"

국회 예결위 파행 끝 산회... 한나라당 '단독·기습 개의'에 민주당 '단상 점거'로 맞서

등록 2010.11.19 16:02수정 2010.11.19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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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이찬열 신학용 의원등이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한 국정조사와 특검을 요구하며 19일 예산안 심사를 거부한 채 예결위 회의장에서 피케팅을 벌이고 있다. ⓒ 남소연


[2신: 19일 오후 6시 49분]

수차례 정회와 속개를 반복하며 파행을 거듭하던 국회 예산결산위원회가 19일 오후 6시 22분 산회됐다.

여·야 예결위 간사는 긴 협의 끝에 오는 22일 오전 10시 예결위를 열고 종합정책질의를 계속 하기로 합의했다. 또 이날 오후 종합정책질의 당시 잠시 자리를 비웠던 국무총리에 대한 종합정책질의를 23일 다시 할 수 있도록 했다.

앞서 김황식 총리는 오후 2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가족친화적 기업문화 확산행사' 축사 관계로 2시간 정도 자리를 비웠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예산을 총괄하는 국무총리는 '오늘 행사 일정에서 축사가 중요하다'며, 예산심의 일정에 여야 간사 간 협의도 거치지 않은 채 불참했다"고 성토했다.

한편, 아직 '법정시한 내 예산 통과'를 내세우는 한나라당과 '선(先) 국정조사·특검 도입'을 내세우는 민주당의 입장 차는 전혀 좁혀지지 않은 상황이다.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만나 이에 대한 얘기를 나눴지만 서로의 견해차만 확인한 채 다음을 기약했다.

그러나 김무성 원내대표가 "주말까지 협상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고, '100시간 국회 내 농성'을 진행 중인 손학규 민주당 대표도 오는 22일 오후 농성을 끝낼 예정이라 '협상 마지노선'인 22일까지 일단 예결위를 '유보'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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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포폰'으로 '아수라장'된 예결위, 결국 파행 ⓒ 최인성


[1신: 19일 오후 3시 40분]


한나라당의 단독 개의로 시작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19일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날 예결위에서 종합정책질의를 단독으로라도 진행해 법정시한인 12월 2일까지 내년도 예산심사를 마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민간인 불법사찰 및 '청와대 대포폰'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특검 도입을 촉구하며 '예산심사 진행 불가' 방침을 세우고 한나라당과 팽팽히 대치하고 있다.

이처럼 여·야 모두 강공책으로 일관한 끝에 열린 예결위는 개의 직후부터 여·야 의원 간의 고성으로 가득 찼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민주당이 국회의 의무와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고 성토했고, 민주당 의원들은 예결위를 단독 개의한 한나라당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선(先) 국정조사·특검 도입을 강하게 주장했다.

강도 높은 '설전'과 한 차례의 정회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이 종합정책질의를 강행하자 민주당은 단상을 포위하는 '실력 행사'에도 나섰다. 이주영 예결위원장(한)이 이정현 한나라당 의원에게 종합정책질의를 허용하자 민주당 간사 서갑원 의원을 필두로 민주당 의원들이 연단으로 몰려와 일방적 회의 운영을 성토하고 나섰다.

"대포폰 게이트 규탄한다"란 손피켓을 든 조영택 민주당 의원은 국무위원들을 향해 "많이들 바쁘실 텐데 오늘은 그만 돌아가시라"며 "오늘은 (예산심사) 안 된다"고 일갈했고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청와대가 국민의 뒷구멍을 파고 다니는데 예산심사가 되겠냐"며 이 위원장을 설득했다.

한나라당 의원들도 가만 있지 않았다. 강명순 한나라당 의원은 민간인 불법사찰 국정조사·특검 도입을 촉구하는 내용의 손피켓을 든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밖으로 나가서 데모하라"면서 야유를 보냈다. 구상찬 한나라당 의원은 "검찰총장이 예산심사에 출석한 전례가 있냐"며 고함쳤다.

단독 개의에 이어 기습 회의 속개... "한나라당 의원총회라도 하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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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서갑원 간사 등 의원들이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한 국정조사와 특검을 요구하며 19일 예산안 심사를 거부한 채 예결위 회의장에서 피케팅을 벌이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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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의원들이 19일 오전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한 국정조사와 특검을 요구, 예산안 심사를 거부하면서 예결위가 또 파행을 빚자 이귀남 법무장관이 회의장을 나서며 바지춤을 올리고 있다. ⓒ 남소연


오후 2시 속개된 예결위 때도 상황은 똑같이 돌아갔다. 한나라당이 일부 장관이 도착하지 않은 상황에서 예정된 속개 시간을 칼같이 지켜 기습적으로 예결위를 연 것. 같은 시각, 민주당 의원들은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민간인 불법사찰-대포폰 게이트 국정조사 및 특검 촉구 결의대회'를 열고 있었다.

이주영 예결위원장은 박상은, 정해걸, 강명순 의원(이상 한나라당)으로 이어지는 질의순서를 설명한 뒤 본격적인 종합정책질의에 접어들었다.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민주당 예결위원들은 회의장으로 들어와 다시 단상과 위원장석을 둘러쌌다.

서갑원 민주당 의원은 "이렇게 여·야 간의 합의도 없이 의사를 진행하는 경우가 어디 있냐"면서 "난 국무총리도 참석하지 않았는데 회의를 진행해도 된다고 협의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한나라당 의원총회라도 지금 여는 것이냐"며 "질의순서도 민주당 의원들은 전혀 들어가 있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이 위원장이 한나라당 간사인 이종구 의원을 부르는 등 여·야 간의 협의를 재차 권유했지만 한나라당이 원치 않았다. 이종구 의원은 "더 이상 협의할 게 없다, 수없이 했다"면서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고, 구상찬 의원은 "간사협의를 도대체 몇 번이나 하는 것이냐, 그냥 진행하라"고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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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의원들이 19일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한 국정조사와 특검을 요구하며 예산안 심사를 거부하자 김무성 원내대표 등 한나라당 의원들이 모여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 남소연


민주당 의원들의 성토에도 불구하고 종합정책질의를 그대로 이어가기도 했다. 박상은 의원에 이어 질의에 나선 정해걸 의원은 "이런 국회에서 여·야가 무슨 정치를 하겠나, 내려와라"라고 호통을 친 뒤 소란에도 국무위원들을 대상으로 질의를 계속했다.

국무위원들의 답변도 제대로 들리지 않는 상황에서도 질의를 계속하자 일부 민주당 의원은 "오기를 부리는 것이냐, 이게 무슨 회의냐"며 개탄하거나, "나라가 개판인데 무슨 정치냐, 불법사찰 몸통인 청와대를 구속해야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찬열 의원은 정 의원을 몇 차례씩 부르며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결국 정해걸 의원을 끝으로 이 위원장은 여·야 간사 간 협의를 종용하며 세 번째 정회를 선포했다. 그러나 이 위원장은 "종합정책질의는 국민과의 약속"이라며 이날 예정된 예산심사 일정을 그대로 강행할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한편, 여·야 간사 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재개된 오후 예결위를 두고 공방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오후 예결위를 재개하면서 국무총리 불참과 질의순서 등을 일방적으로 정해, 국회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예산심사 #한나라당 #민주당 #민간인 불법사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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