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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림굿 받아야했던 송혜교, 미국으로 가는데...

[리뷰] <페티쉬>, 송혜교의 색다른 연기 변신만 눈에 들어온다

10.11.30 11:12최종업데이트10.11.30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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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5일 개봉한 영화 <페티쉬>는 송혜교가 미국 독립영화에 출연해 화제가 된 작품이다. 2008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선보였지만 정식 극장 개봉은 쉽지 않았다. 영화는 미국에서 촬영됐지만 소재는 상당히 한국적이다.

우리가 흔히 신비한 현상을 다룬 영화장르인 오컬트무비를 생각나게 한다. <페티쉬>가 한국적인 감성이 들어가게 된 것은 무속인에 관한 이야기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 하지만그 이면을 보면 한국유학생으로 미국에서 장편 독립영화를 연출한 손수범 감독의 역할 역시 무시할 수 없을 것 같다.

무속인이 되기 위해 내림굿을 받아야했던 숙희(송혜교)는 지긋지긋한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미국으로 결혼해서 떠난다. 하지만 아무리 도망친다고 해도 자신의 운명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낯선 미국생활에서 옆집 부부 존(아노 프리쉬)과 줄리(애쉬나 커리)와 친해지면서 점점 조금씩 마음의 평안을 얻어간다. 그녀 스스로 운명을 거부한 탓일까? 미국계 한국인 남편은 죽고 시어머니까지 자살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머나먼 이국에서도 자신의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직감하는 숙희. 이제 그녀가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옆집 부부뿐이다.

<페티쉬>는 숙희가 가지고 있는 운명에 대한 이야기인 동시에 자신의 운명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에 대한 이야기다. 그녀는 머나먼 미국으로 도망 왔지만 여전히 자신의 운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항상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 한국에 있으나 미국에 있으나 실제 그녀의 삶이 크게 바뀐 것이 없다. 이런 상태에서 그녀가 선택할 수 있는 다른 길은 한정될 수밖에 없다. 자신의 운명에 행복이 허락되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의 운명을 빼앗는 것뿐이다.

숙희는 자신과 친한 옆집 부부의 남편인 존을 유혹한다. 그녀가 존을 유혹한 것은 자신의 운명에서 벗어나가고자 하는 욕망과 함께 새로운 삶을 살고 싶어 하는 욕심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자신의 욕망을 현실로 실현시키기 위해서 다른 사람의 아픔을 동반해야만 하는 부분이다.

숙희 자신의 행복을 위해 미국에서 결혼, 남편과 시어머니의 죽음을 만들었지만 그녀는 전혀 멈추지 않는다. 그녀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은 타인의 삶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의 삶에만 국한돼 있기 때문이다.

사실 <페티쉬>는 숙희의 개인적인 이야기 외에 다른 스토리가 없다. 이 말은 지극히 개인적으로 송혜교가 보여주는 색다른 연기에 만족하지 못한다면 다른 부분에서 얻어갈 것이 거의 없단 이야기다. 분명 송혜교는 기존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배역을 맡아서 색다른 모습을 선사한다.

자신과 관련된 모든 사람들을 파멸로 이끌어가는 그녀의 모습에서 이게 정말 송혜교야(?)하고 반문할 정도다. 특히 송혜교의 얼굴에서 악독한 모습이 나올 수 있음을 발견한 것 역시 소득이라면 소득이다.

하지만 아무리 송혜교가 색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해도 관객들이 얻어갈 수 있는 만족감이 다른 부분에서 존재해야 한다. 특히 이 작품은 숙희란 인물과 관련된 사람들이 모두 파멸로 들어서는 부분에서 긴장감을 선사해야 하는데 전혀 그러지 못하고 있다.

숙희란 캐릭터에만 너무 집중하면서 다른 부분들이 헐거워졌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다. 이야기가 밀도 있게 진행되지 못하고 한 배우에만 집중한 느낌을 준다. 동서양의 문화차이가 상당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훨씬 색다르게 방향을 잡을 수 있었지만 전혀 그러지 못한 것은 분명 아쉬운 부분이다.

결국 <페티쉬>는 무속인에서 파생된 이야기를 다른 부분으로 진행시키면서  긴장감을 높여갔다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송혜교의 파격적인 연기변신과 이미지 변신만으로도 화제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야기가 너무나 송혜교의 캐릭터 숙희가 가지고 있는 무속인의 운명에 발목을 잡히면서 서사구조가 상당히 약해져버렸다. 더 냉혹하게 이야기하면 송혜교를 제외한 다른 배역들은 있으나 마나한 인물들이란 생각이 들 정도다.

덧붙이는 글 국내개봉 2010년 11월 25일. 이 기사는 영화리뷰전문사이트 무비조이(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페티쉬 송혜교 무비조이 MOVIEJ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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