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부와 15년 사랑한 처제, 대법원도 사실혼 인정

법원 "사실혼 관계 처제, 유족연금 받을 수 있는 배우자 해당"

등록 2010.12.06 20:36수정 2010.12.07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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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가 사망한 후 형부와 사실상 부부로 지내온 처제가 형부 사망 이후 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이 근친 관계인 형부와 처제의 '15년 사랑'을 사실혼 관계로 인정한 것이다.

미혼이던 A(여)씨는 1992년 1월 친언니가 세상을 떠난 뒤 1993년부터 국립대학 교수인 형부 B씨의 집에 드나들며 형부와 조카들의 집안일을 도와주다 한집에서 살게 됐고, 1995년부터는 본격적으로 형부와 부부 관계를 맺고 함께 생활했다.

이후 B씨는 대학 행사나 각종 부부동반 모임과 여행 등에 처제인 A씨와 같이 참석해 부인으로 소개했고, 이에 동료 교수와 제자들도 A씨를 부인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다가 2003년 8월 교수직에서 퇴직한 B씨는 퇴직연금을 받아 오던 중 지난해 1월 세상을 떠났다. 이에 A씨가 망인 B씨의 배우자라며 유족연금을 신청했으나,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은 "A씨와 B씨는 인척관계"라는 이유로 거부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A씨가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연금승계불승인결정취소 청구소송에서 서울행정법원 제14부(재판장 성지용 부장판사)는 2009년 12월 A씨의 손을 들어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연금공단은 "민법은 처제와의 혼인이 금지돼 있어 이에 위반한 혼인은 무효이므로 망인과 원고의 사실혼 역시 무효이며, 따라서 망인 재직 당시 무효인 근친혼적 사실혼관계에 있었던 원고는 공무원연금법이 정한 유족연금 수급권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당시 민법이 형부와 처제의 결혼을 금지하고 있어 일반적으로는 원고를 공무원연금법이 정한 수급권자로 볼 수 없지만, 근친혼을 금지해야 할 이유보다 더 중요하고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는 예외적으로 유족으로 정한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배우자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고는 망인이 사망할 때까지 14년간 사실상 부부로서 공동생활을 해온 점, 둘의 부부생활은 세월이 지남에 따라 자녀들과 친척들에게도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여졌던 점, 망인의 동료들에게도 부인으로 알고 지내온 점 등을 종합하면 근친혼적 사실혼관계는 그 혼인을 금지해야 할 반윤리성보다는 유족의 생활안정과 복지 향상에 기여하는 공무원연금법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따라서 원고는 공무원연금법이 정한 배우자"라고 판단했다.

이에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이 항소했으나, 서울고법 제7부(재판장 고영한 부장판사)는 지난 6월 "A(여)씨가 1995년부터 형부가 사망할 때까지 사실혼관계였으므로 유족연금을 받을 수 있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A씨가 언니의 사망으로 형부인 B씨와 조카들을 위해 가정살림을 도와주다가 가족처럼 한 집에서 살게 된 점, B씨가 사망할 때까지 14년간 사실상 부부로서 생활한 점, 가족과 친척들도 두 사람의 혼인생활을 인정해 온 점 등에 비춰 사실혼으로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2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도 A씨가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연금승계불승인결정 취소 소송에서 두 사람의 사실혼 관계를 인정,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6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비록 민법에 의해 혼인이 무효로 되는 근친자 사이의 사실혼관계라고 하더라도, 그 근친자 사이의 혼인이 금지된 역사적·사회적 배경, 그 사실혼관계가 형성된 경위, 당사자의 가족과 친인척을 포함한 주변 사회의 수용 여부, 공동생활의 기간, 부부생활의 안정성과 신뢰성 등을 종합해 그 반윤리성·반공익성이 혼인법질서 유지 등의 관점에서 현저하게 낮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근친혼을 금지하는 공익적 요청보다는 유족의 생활안정과 복리향상이라는 유족연금제도의 목적을 우선할 특별한 사정이 있다"며 "이런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 사실혼관계가 혼인무효의 근친자 사이의 관계라는 사정만으로 유족연금의 지급을 거부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형부 B씨와 A씨의 사실혼관계의 형성경위, 사실혼관계가 가족과 친인척을 포함한 주변 사회에서 받아들여진 점, 약 15년간의 공동생활로 부부생활의 안정성과 신뢰성이 형성됐다고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비록 B씨가 공무원으로 재직할 당시 시행되던 민법상 형부와 처제사이의 혼인이 무효이었다고 하더라도, B씨와 A씨의 사실혼관계는 반윤리성ㆍ반공익성이 혼인법질서에 본질적으로 반할 정도라고 할 수 없다"며 "그렇다면 B씨와 A씨 사이의 사실혼관계는 '사실상 혼인관계'에 해당하고, 따라서 A씨는 유족연금 수급권자인 배우자"라고 판시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사실혼 #근친혼 #유족연금 #형부와 처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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