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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에 걸려 며칠 동안 집안에서 주로 누워 지냈습니다. 그래도 앉아 있을 만하면 책을 읽고, 가끔 인터넷으로 뉴스도 보았습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헐벗고 굶주리지 않고 살아가야 한다. 그렇게 살아가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돈을 국민 누구에게나 나랏돈으로 골고루 나누어 주자. 이미 이 방식으로 나라 살림을 해나가는 나라가 있고, 좋은 열매를 거두고 있다. 우리 나라도 이 길을 따라 나라 살림을 해나가면 온갖 어려운 문제가 쉽게 풀리고, 다함께 행복을 누리며 살아가게 될 것이다.'
오래 전부터 받아보는 잡지 <녹색평론> 11-12월호에서 '돈 이야기'를 하나 읽었습니다. 이 잡지를 내는 김종철 선생이 강연한 내용을 정리하여 첫머리에 실은 것인데, 바로 앞에 적은 말은 제가 읽고 알아들은 대로 짤막하게 간추려본 것입니다.
이 이야기에서는, 나라 살림에 쓸 돈을 국민들에게 나누어주는 이 방식을 '기본소득'이라고 합니다. 몇 마디 덧붙이자면, 기본소득이란 무슨 일을 해서 먹고 살거나 소득이 많고 적음을 가리지 않고, 또 밥벌이로 하는 일이 있는지 없는지도 따지지 않고, 알맞게 정해놓은 소득을 모든 사람들에게 조건없이 나누어주는 제도를 말합니다. 이 기본소득 제도는 누구에게나 기초 생활비를 준다는 생각에서 나온 것입니다. 부잣집 아이, 가난한 집 아이 가리지 않고 밥을 준다는 무상급식 제도와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제도의 이론을 세운 사람은 이렇게 말합니다. 기본소득은 기업이 결산을 하여 주주들에게 돈을 배당하는 것처럼 나라가 국민 한사람 한사람에게 의무로 주어야 하는 '배당금'이지, 선심 쓰듯이 하는 복지 혜택이 아니라고 합니다. 그 까닭은 이러합니다. 한 나라가 가진 돈이나 재산은 기업과 개인들이 힘써 벌어 모은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가장 밑바탕에 그 나라와 국민 전체가 이루어낸 문화가 있으므로, 거기서 생긴 모든 돈이나 재산은 모든 사람이 주인이고, 마땅히 모든 사람이 나누어 가져야 할 권리가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기본소득을 받게 되면 일은 누가 하겠느냐고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는군요. 그러면 당신도 일을 하지 않겠느냐고 물으면, 일을 계속하겠다는 사람이 대부분이랍니다.
쌀값은 내렸지만, 사람 먹는 곡식이니까 지어야지...
가만히 누워 있으면서 잠이 들지 않으니, 이 이야기'에 겹쳐서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지난 한 해 동안 농사일을 배우고 익히며 만난 사람들이 나타납니다. 오만 가지 물가가 다 오르는데 쌀값은 내려갔다고 말하면서도, 사람이 먹는 곡식이니까 지어야 한다는 분들입니다. 100원 버는 사람들 살리겠다고 10원도 못 버는 농민들이 죽든지 말든지 내버려두면 몇 년 안 가서 먹는 것 모자라 난리가 날 거라고 말합니다. 또, 책속 이야기에 등장하는 어느 할머니가 떠오릅니다. 이 할머니는 헌 종이를 주워다 팔아 어렵게 살아가는 분이신데 못 쓰는 종이를 잔뜩 모아두었다가 고물상까지 실어다 준 사람 일터를 향해 절을 몇 번이나 하면서 복을 빌어주시더랍니다.
뉴스에서 본 것도 자꾸만 떠올라 제 마음속에서 맴돌았습니다. "정부와 여당은 아이들에게 밥 줄 예산을 깎아 4대강을 파괴하고, '형님 예산'을 확보하고, 대통령 부인의 음식점 사업에 돈을 갖다줬습니다. 유엔 아동권리협약에 가입한 국가로서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합니다" 어느 시민단체가 한 말입니다. 기초생활비 받아서 살아가는 89살 할머니 이야기도 인터넷 뉴스에 떠 있었습니다. 한 달에 받는 돈이라야 겨우 33만 원인데 이 돈마저도 아껴 쓰고 모아서 200만 원을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 장학금으로 내놓았다고 합니다.
아파서 누워 지내는 동안에 약한 사람들 생각을 많이 하였습니다. 약한 사람들이 편안한 몸과 마음을 지니고 살아가는 나라라야 사람 사는 나라라 할 수 있겠지요?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경남도민일보> 2010년 12월 20일 '아침을 열며' 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 2010.12.21 09:54 | ⓒ 2010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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