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오는 30일경 발간하는 <2010 국방백서>에 북한을 주적(主敵)으로 표기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26일 오후 배포한 설명자료를 통해 "국방백서에 주적이라는 직접적인 표현은 없지만 '주적'이라는 의미가 분명하게 담긴 더 강한 표현이 사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군의 내부자료에선 북한에 대해 '제1의 적' 혹은 '핵심적인 적'이라고 표현된 것으로 알려졌다.
주적 표현은 지난 1994년 8차 남북실무접촉에서 북한측 박영수 대표의 '서울 불바다' 발언을 계기로 95년 국방백서에 처음 등장했다. 하지만 2004년 이후 직접적 군사위협, 현존하는 군사위협 등으로 대체됐다. 최근에 발간된 2008년 국방백서에는 '북한의 군사력, 대량살상무기 등은 우리 안보에 직접적이고 심각한 위협'이라고 명시했다.
국방백서 발간을 앞두고 군 내외에서는 지난 3월의 천안함 사건과 11월 연평도 포격 도발을 거치면서 백서에 북한을 주적으로 다시 명시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5월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 3차 국민원로회의에서 "우리 군이 지난 10년 동안 주적 개념을 정립하지 못했다"며 주적 개념의 명시를 시사하는 듯 한 발언을 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북한을 주적으로 표기한 문구가 2004년 국방백서에서 삭제된 것을 6년만에 부활하라는 의미로 해석되어 왔다. 하지만 정부 차원에서는 향후 남북관계 개선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북한을 주적으로 명시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김관진 국방장관도 지난 3일 인사청문회에서 "북한군과 지도부가 우리의 주적인 것은 분명하지만 백서에 넣을 것인지는 재검토하겠다"며 즉답을 피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군은 "장병 정신교육에서는 오래 전부터 북한군과 지도부, 공산당을 명확한 주적으로 규정하고 있어 백서에 넣지 않는다고 해서 군의 대비태세에 지장을 주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주적 개념을 명시하지 않기로 한 국방부의 결정은 당연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 공군사관학교 교수 권재상 예비역 대령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영어에는 주적이란 개념 자체가 없기 때문에 그에 대응하는 단어도 없다"며 "심지어는 북한도 남한을 지칭할 때 주적이라고 부르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권 전 교수는 "근대 이후 전쟁에 참가하는 나라들은 심지어 침략국일지라도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서 그것에 도전하는 자와 해하는 자를 응징한다'고 하지, '자국이 타국을 침략한다'는 얘기는 절대로 하지 않는다"며 "따라서 특정 국가를 주적으로 지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적 개념을 명시하는 것이 군사력 건설에서 왜곡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 권 전 교수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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