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명박이다, 고로 개발한다'...만용의 기원

[이시대에 읽어야 할 명저④] 프리초프 카프라의 '새로운 과학과 문명의 전환'

등록 2011.01.01 12:38수정 2011.03.11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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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알아야 하는 이유, 과학에 철학이 있어야 하는 이유

나처럼 인문사회계열에서 공부해온 사람들은 과학과 담을 쌓고 산다. 학문이 워낙 전문화되다 보니 다른 학문에 관심을 갖는다는 자체가 만용에 가깝고, 더군다나 수학적 지식이 필요한 자연과학의 경우는 더더욱 넘볼 수 없는 영역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지적 호기심이 유별난 사람이 아니면 자기 전공을 넘어 자연과학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이례적 현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나도 그래 왔다. 오랜 세월 동안 나는 내 전공인 법학의 테두리 내에서만 공부해 왔다.

그런데 나이 지천명에 이르러 생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내가 공부하는 이 법학도 자연과학과 무관하지 않다는 깨달음이 왔다. 과학기술의 발전이 내가 공부해 온 법학에도 꽤 큰 영향을 주었다는 것이다. 법학의 물적 토대로 과학을 발견한 것이다.


산업혁명은 과학기술 차원에서만 변화를 일으킨 것이 아니다. 이 혁명은 우리의 모든 관념을 바꾸어 놓았다. 과학기술의 발달은 우리가 가지고 있던 사상과 이념, 그리고 가치체계를 흔들어 놓았고, 급기야 삶의 구체적 모습을 결정하는 제도(법)까지 바꾸어 버렸다. 그러니 인간의 관념체계는 그 시대의 과학기술을 모르고서야 논할 수가 없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과학을 알아야 할 이유이다. 과학에 대한 이해는 분명히 우리 각자가 공부해 온 전공분야를 보다 구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라 믿는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자연과학을 살펴보면 유감스럽게도 철학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우리의 과학도는 과학을 과학으로만 이해하지 도통 과학이 갖는 철학적인 측면은 도외시한다. 내가 말하는 철학은 뭐 그리 고답적인 것이 아니다. 인간과 자연을 조화롭게 보는 관점을 말한다. 과학에 철학이 배제되면 인간과 자연은 적대적 관계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 인간은 자연을 지배하여 황폐화할 것이고, 결국 자연은 인간에게 재앙으로 답한다. 나는 이것이 인간과 자연 사이에 변함없는 법칙이라 믿는다.

이명박 대통령이 27일 국토해양부로부터 4대강 업무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도산 안창호 선생의 '강산개조론'을 다시 언급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4대강 사업이 되면 도산 안창호 선생의 강산 개조의 꿈이 이뤄지는 것이고, 그러한 꿈에 도전하는 긍지를 가지고 해야 한다”고 밝혔다. ⓒ 청와대


4대강, 강산개조론의 세계관은 어디서 왔는가

과학이 제대로 된 철학을 만나지 못할 때 우리는 그것을 '과학기술 만능주의'라 부른다. 나는 그 대표적 예가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이라 생각한다. 지금 전국의 강은 개발의 중병을 앓고 있다.

많은 국민이, 종교계가 그렇게 사업의 무모함을 지적하지만, 정부는 마이동풍이다. 그러면서 정부는 우리 과학기술을 믿으라고 한다. 이 사업은 과학적으로 안전한 것이고 절대로 환경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란다. 그 개발은 분명히 우리에게 풍요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국민을 설득한다.

여기에 강산개조론의 꿈까지 이야기한다. 지하에 계신 도산 안창호 선생마저 지원군으로 차출된 느낌이다. 바야흐로 과학기술 만능주의가 판을 치며 강산을 어지럽힌다. 그런데 이 판에 춤추는 이들은 과학과 기술로 먹고사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나름대로 4대강 사업에 신념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무릇 세상의 모든 주의나 신념은 알게 모르게 그것을 지지하는 철학적 기반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4대강 사업을 밀어붙이는 이 과학기술 만능주의는 도대체 어디에서 나왔을까. 그 철학적 세계관이 궁금하지 않는가.


프리초프 카프라, 신과학 운동에 불을 지피다

책 <새로운 과학과 문명의 전환>(프리초프 카프라 저/구윤서, 이성범 공역) 겉그림. ⓒ 범양사

프리초프 카프라가 쓴 <새로운 과학과 문명의 전환<(The Turning Point, 구윤서·이성범 옮김, 범양사)은 바로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줄 수 있는 책이다.

카프라는 이 과학기술 만능주의의 연원을 16~17세기 데카르트의 철학과 뉴턴의 근대 물리학에서 발견한다. 카프라는 이 시기에 탄생한 철학적 패러다임에 기계론적 세계관 혹은 데카르트-뉴턴적 세계관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이것이 오늘에 이르기까지 우리 삶을 지배해 왔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 책을 통해 그러한 패러다임이 가져온 인류사적 문제점을 설명하면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촉구한다. 그러지 않으면 인류는 크나큰 재앙에 직면할 거라는 것이다.

이 책은 1982년에 출판되었는데, 1970년대에 시작된 신과학운동의 이론적 근거를 집대성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구미에서 퍼지고 있는 신생활 운동이나 녹색운동 나아가 생태보호운동의 이론적 기반이 되었던 것이다.

이 책은 전체 4부, 12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1부는 카프라가 이 책의 전체 주제를 개괄적으로 설명하는 장이다. 제2부는 소위 데카르트-뉴턴적 세계관의 발전 역사를 서술하고 이 세계관이 현대 물리학에서 극적 전환을 맞이하였다는 것을 설명한다.

제3부는 데카르트-뉴턴적 세계관이 생물학, 의학, 심리학 및 경제학에 미친 막대한 영향을 설명한다. 여기에서 카프라는 데카르트-뉴턴적 세계관과 그 근저에 있는 가치체계의 한계가 우리 개인 및 사회의 건전성에 얼마나 심각한 영향을 끼쳤는지를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제4부는 카프라의 새로운 비전이 설명된다. 이 새로운 비전에는 생명과 마음, 그리고 의식과 진화에 대한 새로이 대두하는 시스템적 견해가 담겨 있다. 여기에는 건강과 치유에 대한 전일적 접근, 경제 및 기술에 대한 새로운 개념 구조, 그리고 생태학적이며 여성적 태도로 앞을 내다보는 전망 등이 포함된다.

기계론적 세계관, 인간을 우주의 지배자로 만들다

16~17세기는 서구사회에서 과학혁명의 시기다. 이 시기는 중세의 잠에서 깬 인간의 이성이 과학이란 영역에서 맹렬히 기세를 올리기 시작한 때이다. 그 시작은 16세기 초 코페르니쿠스에 의한 지동설이 문을 열었고, 이어서 케플러는 천체 도표의 연구를 통해 위성운동의 법칙을 발견한다.

그를 이어 갈릴레이는 새로 발명된 망원경을 통해 천체를 관찰하고 낡은 천문학을 여지없이 파기해 버린다. 그는 코페르니쿠스의 가설을 과학적 이론으로, 그것도 수학적 용어로 표시하여 정립하였다. 그로 인해 갈릴레이는 과학적 실험법을 사용한 최초의 학자로서 근대 과학의 아버지로 불리게 된다.

비슷한 시기에 영국에서는 베이컨이 나타나 귀납적 방법론을 주장하며 과학적 사고에 불을 붙인다. 베이컨은 하나의 과학적 방법론을 제시한 것 이상으로 '베이컨 정신'을 만들어 낸다. 그것은 명료한 과학적 증명이 없는 어떤 사상도 폐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베이컨 정신은 데카르트에 의해 철학적으로 완성된다. 데카르트 철학의 핵심은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cogito, ergo sum)'라는 말에 숨어 있다. 이것은 과학적 지식에 대한 확신을 표현한 말이다. 모든 학문에서 오류를 가려내는 것이 학문의 임무라는 것이다. 단순히 가능성을 가진 모든 지식을 배척하며 완전히 알려지고 아무런 의심도 있을 수 없는 것만을 믿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과학절대주의다.

또한 그는 영혼(정신)과 육체(물질)를 철저히 구분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물질은 인간의 대상이 되었고, 영혼 없는 기계가 되어 버렸다. 카프라는 이런 데카르트의 정신·물질 이원론을 이렇게 말한다.

"데카르트에게는 물질세계는 하나의 기계이었으며 그 이상의 아무것도 아니었다. 물질에는 목적, 생명 또는 정신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이었다. 자연은 기계적 법칙에 따라 움직이며, 물질세계의 모든 것은 각 부분의 배열과 운동으로 설명 가능한 것이었다."(76쪽)

기계론적 세계관의 과학적 완성자는 뉴턴이다. 그는 스스로 미분법을 고안한 천재적 수학자로서 케플러의 위성운동법칙과 갈릴레이의 낙하법칙을 결합하여 돌에서부터 위성에 이르는 태양계의 모든 물체를 지배하는 일반운동법칙을 공식화하였다. 이럼으로써 '인류사에서 한 개인이 성취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과학적 진전'이라는 찬사는 뉴턴에게 돌아갔다. 뉴턴의 과학사적 기여는 자연철학을 완벽하게 수학적 원리로 표현했다는 점이다. 그는 베이컨의 귀납법과 데카르트의 연역법을 통합함으로써 기계론적 세계관의 결정판을 만들었다.

뉴턴에 의한 기계론적 세계관의 완성은 인간이 만든 과학이 자연에 대한 지배자로 등극하였음을 의미한다. 이제 과학의 목적은 자연의 지배와 조종이며, 인간은 과학적 지식으로 자연의 주인이자 소유자가 되었다. 이게 바로 기계론적 세계관의 결론이다.

기계론적 세계관이 가져다준 영향

이렇게 형성된 데카르트-뉴튼적 세계관 곧 기계론적 세계관은 16~17세기를 넘어 오늘날까지 세계를 지배하는 거대한 패러다임이 되었다. 이 패러다임이 가져다 준 결정적 영향은 환원주의라는 용어로 정리할 수 있다.

이것은 기계론적 세계관이 우주를 분리된 객체로 구성된 기계 조직으로 보는데서 시작된다. 분리된 객체는 다시 기본적인 구성체로 환원되며 이들 구성체의 성질과 상호작용이 모든 자연현상을 결정한다는 우주관으로 유도된다. 부분의 집합이 전체라는 시각이다.

인간이란 육체를 생각해 보자. 기계론적 세계관에서는 인간의 육체도 생명기계에 불과하다. 따라서 육체는 여러 개의 생명기관이 결합된 전체이다. 현대의 종합병원에 수많은 전문과목이 있는 과학적 근거는 여기에서 출발한다. 인간의 육체는 수많은 부분으로 갈기갈기 찢겨 전문적으로 분석되고 이것들은 기계부품을 맞추듯 종합된다. 종합병원은 바로 이런 일을 수행하는 기관이 아닌가.

뿐만이 아니다. 기계론적 세계관은 환원주의의 칼날은 인간 생명체를 오로지 유전자의 작용에 의해서 결정되는 존재로 만들어 버렸다. 유전자, 곧 DNA는 '유전의 원자'로서 생명체의 기본단위를 형성하는 것이고, 그 생물학적 특질의 합이 인간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하나의 유전학적 결정론으로 이어지는데 이와 같은 사고는 인간 자체도 인과에 의해 지배되는 기계로 간주하는 직접적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기계론적 세계관은 자연에 대한 인간의 생각을 매우 공격적으로 만들었다. 인간이 과학을 통해 자연을 지배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한 이상 이런 태도는 당연한 것이리라. 개발은 무조건 선이라는 사고가 자연스럽게 생활화되었다. 세상천지가 사람들의 손에 의해 무분별하게 파헤쳐져도 그것이 성장을 위한 개발이라면 용인되었다. 4대강 사업의 철학적 기반이 바로 이것이다.

기계론적 세계관은 과학기술의 급속한 발전을 가져왔고 그것은 상품의 대량생산으로 이어졌다. 사실 그 수많은 상품은 인간의 삶에서 꼭 필요하지도 않은 것이었지만 사람들은 끝없이 물건을 만들어 냈으며 그 소유를 위해 돈을 벌어야만 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돈의 노예가 되어갔다. 그러니 기계론적 세계관은 근대 자본주의 발전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황금만능주의는 기계론적 세계관이 인간의 경제생활에 준 자연스f러운 결과이다.

시스템적 패러다임으로의 전환

지난 9월 16일 오후 '4대강 사업'이 벌어지는 부산광역시 사상구 낙동강 하구 삼락둔치에서 먹이를 찾던 백로들이 굴착기 작업을 피해 날아오르고 있다. ⓒ 권우성


카프라는 기계론적 세계관이 20세기에 들어와 더 이상 지배적인 패러다임이 될 수 없음을 강조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이름 하여 시스템 이론이다. 이것은 기계론적 세계관에 대응하는 것으로 유기적 통합 이론이다. 세상의 모든 것은 따로 떼어 놓을 수 없다는 것이다. 정신과 물질, 인간과 자연 모든 것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기계론적 세계관의 환원주의적 입장을 부정한다. 이것은 종합적이며 직관적이다. 또한 정신적이며 환경에 민감한 여성적이고 음적인 특성을 지닌 문화이다.

"시스템이론이란 세계를 모든 현상의 상호 연관성과 상호 의존성에 의해 파악하는 것이며 이 기본 구조에서는 그 특성이 그것을 형성하고 있는 부분으로 환원될 수 없는 통합된 전체를 시스템이라고 부른다. 살아 있는 조직체, 사회 및 생태계는 모두 시스템이다."(56쪽)

이에 따라 카프라는 모든 것을 원자화한 분자생물학을 뛰어넘은 시스템 생물학으로 생물학을 발전시킬 것을 주장한다. 이는 모든 유기체가 그 하나하나가 통합된 전체이며, 그래서 살아 있는 시스템이라는 차원에서 나온 주장이다.

카프라는 건강과 치료에 있어서는 정신과 육체에 대한 전일적 접근을 강조한다. 대부분의 경우 병을 얻는 과정은 육체와 심리 치료를 통합한 접근을 통해 가장 효과적으로 역전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나아가 그는 시스템적 접근을 경제에 적용한다. 시스템적으로 경제를 운용할 때 과도성장과 과도소비는 전체 사회와 전체 우주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친다. 때문에 소비를 줄이고 에너지를 절약하며 태양에너지 등 재생 가능한 에너지 체제로 나아가야 한다고 한다. 우주와 우리의 삶이 조화를 이루어 할 때 전 우주의 생명력은 복원된다는 것이다.

신과학운동의 배경, 현대 물리학

이러한 입장이 탄생된 배경은 뉴턴 이후 200년을 구가한 고전물리학의 퇴조와 궤를 같이한다. 20세기 초부터 얼굴을 들어낸 새로운 물리학은 고전 물리학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현상들을 발견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양자역학으로 대표되는 현대 물리학이다.

우선 전자의 설명부터 보자. 전자는 원자 주위를 돌고 있는 것인데 이것은 입자의 성질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파동의 성질을 가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동일한 물질이 입자이면서 파동이라는 것은 모든 물질은 공간 속에 절대적으로 위치한다는 고전 물리학 이론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또한 물질이란 반물질이라는 쌍을 가지고 있다. 음전자는 그 질량과 모든 속성이 다 같으나 반대의 전하를 가진 양전자와 한 쌍을 이루는데 이들은 서로 만나면 소멸한다. 이는 물질이 영원하지 않음을 알려 주는 것이다.

또한 입자의 세계에서는 위치와 운동량(속도)의 측정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입자의 위치를 관찰할 수는 있으나 그때는 입자의 운동량을 관찰할 수 없고 운동량을 관찰하려면 이때는 그 위치를 알 수 없다. 즉, 동시에 위치와 운동량을 관찰할 수 없으며 관찰 결과는 관찰자의 의사에 따라 달라진다. 이것이 소위 불확정성의 원리인데 고전 물리학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이러한 입자 세계에 대한 새로운 발견은 물질의 개념, 자연의 합리성, 인과율, 과학의 객관성이라는 고전 물리학의 기초 토대를 흔들어 놓았다. 이것이 바로 현대 물리학의 시작인데 여기에서 카프라의 신과학은 시작한다. 즉, 카프라가 말하는 새로운 과학은 현대 물리학의 이론적 기초 속에서 주장되는 것이다. 데카르트는 확실한 것만이 과학이라 했지만 현대 물리학에서는 확실하지 못한 것도 과학이라고 말한다.

신과학 운동의 미래

카프라가 주도하는 신과학 운동은 아직 과학적으로 완전히 정초된 개념이 아니다. 왜냐하면 그의 주장(시스템적 패러다임)은 신선하지만 과학의 실제 세계에서 연구자들이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지가 아직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총론적 방향은 분명하지만 이를 실천할 각론은 여전히 과제라는 말이다. 이런 이유로 신과학 운동이 인류사회에 정착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신과학 운동이 과학만능주의에 대한 강력한 경고로서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삶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인류의 새로운 희망인 것만큼은 분명하다. 그 희망을 이루는 몫은 이제 카프라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자연의 시간은 우리를 마냥 기다려 주지 않는다. 우리가 새로운 세계관으로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새로이 정립할 때가 바로 '지금'이라는 말이다.

프리초프 카프라(Fritjof Capra). ⓒ fritjofcapra.net

카프라는 1939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출생했으며, 빈대학에서 이론 물리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졸업 후 그는 유럽의 여러 대학에서 물리학 교수로 재직하다가 60년대 후반부터 미국에 정착하여 스탠퍼드, UC 버클리(로렌스 연구소) 등지에서 소립자 연구를 하였다.

카프라는 물리학자이면서 동양사상에도 조예가 깊어 동양사상을 물리학과 비교하는 강연과 논문을 많이 발표하였다. 그는 소위 '신과학 운동'의 기수로 불리며 이 새로운 물결에 영향을 주는 저작을 잇달아 출간하였다.

대표작으로는 이 글에서 다루는 <새로운 과학과 문명의 전환, The Turning Point>(1982)를 비롯하여 <현대 물리학과 동양사상, The Tao of Physics>(1975), <탁월한 지혜, Uncommon Wisdom, 1998>, <녹색정치, Green Politics>(1984) 등이 있다. 카프라의 사상은 동양사상과 맥을 같이한다. 그의 첫 작품이 <현대 물리학과 동양사상>인데 이것은 현대 물리학을 동양의 도교 사상에 기초하여 풀어 본 것이다. 카프라에게 있어 동양사상은 그의 물리학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기초를 이룬다.

우리나라에서 카프라가 알려지게 된 것은 범양출판사를 운영한 이성범 선생의 노력에 힘은 바 크다. 선생은 1980년대 이후 카프라의 주요 저작물을 직접 번역하였고, 정기간행물인 <과학사상>을 출간하여 신과학 운동을 전파하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박찬운은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인권법 교수이자 변호사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쓴 박찬운은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인권법 교수이자 변호사이다.

새로운 과학과 문명의 전환 - 개정판

프리초프 카프라 지음, 구윤서.이성범 옮김,
범양사, 2007


#프리초프 카프라 #새로운 과학과 문명의 전환 #신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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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학교 로스쿨에서 인권법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30년 이상 법률가로 살아오면서(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역임) 여러 인권분야를 개척해 왔습니다. 인권법을 심층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오랜 기간 인문, 사회, 과학, 문화, 예술 등 여러 분야의 명저들을 독서해 왔고 틈나는 대로 여행을 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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