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 코미디, 무상급식 때문에 학교를 못 짓는다?

교육과학기술부의 악의적 마녀사냥 유감, 진실 살펴보니

등록 2010.12.31 18:56수정 2010.12.31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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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 24일 '2011년 시도교육청들의 학교신설비 예산' 관련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일부 교육청들이 무상급식 등을 추진하기 위하여 학교신설비를 대폭 축소한 것으로 드러나 향후 신도시 개발지역의 학교설립 차질로 학교교육환경 악화가 우려된다"고 발표했다. ⓒ 교육과학기술부


교육과학기술부가 24일 상당히 충격적인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놓았다. 교과부가 2011년도 학교신설비로 9734억 원을 시도교육청에 교부할 예정인데, 그 중 4463억 원이 무상급식 등으로 유용될 것이라는 게 그 주요 내용이다.

서울의 경우 1453억 원이 학교신설비로 교부될 예정인데, 시교육청이 이 중 419억 원만을 본래 용도로 사용할 계획이고, 경기도 교육청도 교부받은 3627억원 중 2206억 원만을 본래 용도로 사용할 계획이라는 것이 교과부의 설명이다.

이 보도자료는 사실에 근거한 것일까. 궁금해서 서울시 교육청의 2011년도 예산안을 찾아 보니 학교신설비로 419억 원이 아닌 1515억 원이 책정되어 있다.

서울시 교육청은 학교신설비로 1515억 원을 책정했는데, 왜 교과부는 419억 원이라고 주장했을까. 궁금해서 30일 교과부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물으니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학교신설비는 개교 2년 전에 교과부가 총 사업비로 일괄 교부한다. 그런데 올해에는 서울시 교육청에 1453억 원을 교부했는데 서울시 교육청이 이 중 419억만을 2011년 본예산에 편성했다."

어이가 없어 다시 물었다. "학교를 지으려면 대략 2~3년이 소요되는데, 총사업비로 일괄 교부받은 예산을 첫해에 다 써야 한다고 강변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궁금증이 가시지 않아 서울시 교육청이 지난 27일 내놓은 해명 보도자료를 들여다보았다. 다행히도 그곳에는 비교적 자세한 설명이 들어 있었다.


서울시 교육청에 따르면 자신들은 2011년도 학교신설비 1453억 원을 교부받아 2011년 본예산에서 631억 원, 추경예산에서 141억 원, 2012년에 946억 원, 2013년에 254억 원을 편성할 예정이라고 한다. 교과부로부터 교부받은 액수보다 519억 원이 더 많다. 이것은 교육청 자체 재원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다만 공진초등학교와 공진중학교는 지난 9월 학교신설비 신청시에는 2013년 3월에 개교할 예정이었으나, 이 지역 주택건설사업계획이 변경됨에 따라 학교 개교예정일이 2014년 3월로 변경되어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시교육청이 교과부에 감액 신청을 할 것이라 한다.

도대체 뭐가 문제란 말인가... 모든 의혹은 명쾌하게 해소되었다

과거에는 어떻게 해 왔을까. 강동교육지원청 소속의 강이초등학교를 예로 들어보자. 이 학교는 내년 3월에 개교한다. 시도교육청은 이 학교 건립에 필요한 총사업비 351억 원 대부분을 2009년 교과부로부터 교부받았다. 그러나 시교육청이 사업비 전부를 한 해에 다 쓸 수 없으므로 2년에 걸쳐 2009년에 245억 원, 2010년에 106억 원을 지출했다.

성북교육지원청 소속의 숭곡중학교도 내년 3월에 개교한다. 이 학교 건립에 소요된 총사업비 161억 원도 마찬가지로 2년에 걸쳐 2009년에 34억 원, 2010년에 127억 원이 지출되었다.

고등학교도 다르지 않다. 본청 소속의 신도고등학교도 내년 3월에 개교하는데, 학교 건립에 소요된 총사업비 335억 원 중 163억 원은 2009년에, 172억 원은 2010년에 지출되었다.

16개 시도교육청이 교과부로부터 교부받을 예정인 2011년도 학교신설비 9734억 원 중 4463억 원을 2011년 미집행분으로 남겨 놓은 것도 학교를 1년 안에 다 지을 수 없기 때문이다.

총사업비를 첫해에 다 투입해야 한다고 생떼 쓰는 교과부   이렇게 구체적으로 보여주어도 교과부 관료들처럼 독선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필자의 설명에 쉽사리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모형을 준비했다.   모형을 만들기 위해서는 몇 가지 가정이 필요하다. 첫째, 향후 5년간 서울시가 매년 7개씩 학교를 신설하는데 교과부가 학교당 200억 원씩 총 1400억 원의 학교신설비를 교부한다고 가정하자. 둘째, 서울시는 이 돈을 교부받고 학교당 50억 원의 자체재원을 더해서 7개 학교 신설비로 1750억 원을 책정한다고 가정하자. 셋째, 학교당 공사기간은 2년이라 가정하자(학교당 총사업비가 250억 원이므로 연간 사업비는 125억 원이 될 것이다).   이 가정에 따를 경우, 서울시 교육청 학교신설비 재원배분 모형은 아래 [그림]과 같은 모습을 띠게 될 것이다.  

[그림] 서울시 교육청 학교신설비 재원배분 모형(단위 : 억 원) ⓒ 홍헌호


이 모형을 보면 2011년의 경우 서울시 교육청은 2010년에 시작된 7개 학교신설사업 계속사업비로 875억 원을 책정하고, 또 역시 2011년에 시작되는 7개 학교신설사업 신규사업비로 875억 원을 책정하여, 도합 1750억 원을 학교신설비로 책정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교과부는 이런 현실( 이 모형은 최근의 서울시 교육재정 현실과 아주 유사하게 구성되었다) 을 무시하고, 자신들이 학교신설비로 1400억 원 이상을 교부할 예정인데 서울시 교육청이 그 절반만 신규사업비로 책정했고, 나머지는 무상급식 등으로 유용했다는 어이없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예산 분석을 조금이라도 해 본 사람이라면 교과부 관료들의 주장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지 바로 알 수 있다. 정부 사업 대부분이 수 년, 수십 년이 소요되는 계속 사업인데 총사업비 전부를 첫해에 다 투입해야 한다고 생떼를 쓰고, 첫해에 사용하지 못한 계속사업비를 모두다 유용했다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황당무계한 코미디이기 때문이다.   교과부와 서울시, 논리·근거·팩트가 부실하다   최근 무상급식 논란이 지속되면서 반대파들의 근거없는 주장들이 꼬리를 물고 있다. 교과부의 어이없는 주장과 별도로 오세훈 서울시장의 거짓말도 도를 넘어섰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그는 지난 21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교육청 1년 예산이 6조 4000억 원이다. 교사 월급 등을 빼면 1년에 8000억 원이 남는다. 그 8000억 원을 학교 시설 업그레이드 하고 방과 후 학교를 하고, 학교 안전을 강화하거나 하는데 써도 턱없이 부족한데 거기에서 매년 2500억 원씩 무상급식에 쓰겠다는 것이다. 또 올해 서울시가 교육청에 별도로 무상급식 명목이 아닌 1500억 원의 전출금, 과거에 없던 것을 순증해서 준다. 그 돈을 무상급식에 넣어버렸다. 게다가 (민주당은) 그것은 그것이라면서 무상급식 예산을 더 내놓으라고 한다."   이 발언은 세 가지의 거짓말을 내포하고 있다. 첫째, 서울시 교육청의 가용재원이 8000억 원이라는 주장, 명백한 거짓말이다. 서울시 교육청에 따르면 2010년 가용재원(투자사업비)은 1조9454억 원이었고, 이 중 시설사업비가 1조241억 원, 교육사업비가 9213억 원이었다.   둘째, 1500억 원의 서울시 전출금이 과거에 없던 것을 순증해서 준다는 주장도 거짓말이다. 최근 2~3년간 서울시 전출금은 500~600억 원대 규모였다. 이것이 6.2 지방선거 때의 오 시장 공약에 따라 1000억 원 정도 순증될 뿐이다.   셋째, 1500억 원의 전출금을 (서울시 교육청이) 무상급식에 넣어버렸다는 주장도 명백한 거짓말이다. 2011년도 서울시 교육청 본예산(안)을 보면 서울시 전출금이 100억 원 정도만 잡혀 있다. 서울시 전출금은 법정 전출금이 아닌 비법정 전출금이기 때문에 법규로 강제되는 지원금이 아니다. 그래서 서울시가 자신들이 편한 시기에 지원해 왔고, 관례적으로 연초가 아닌 연중에 지원해 왔다.   비법정 전출금의 운명이 전적으로 시장의 뜻에 달려 있게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시교육청이 그것을 본예산 세입으로 잡을 수가 없다. 돈이 언제 들어올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서울시 전출금은 관례적으로 서울시 교육청 본예산 세입이 아닌 추경예산 세입으로 잡힐 수밖에 없다. 그것도 오 시장의 교육공약을 충실하게 수행한다는 조건 하에 말이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오 시장이 2011년도 본예산에서 (서울시 교육청이) 1500억 원의 전출금을 무상급식에 넣어버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명백한 거짓말이다. 2011년도 서울시 교육청 본예산(안)을 들여다 보라. 1500억 원의 서울시 전출금 자체가 세입으로 잡혀 있지 않다.   필자는 전면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교과부와 서울시, 그리고 이것에 찬성하는 서울시교육청과 서울시 의회가 치열하게 논쟁하는 것 자체를 탓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어떤 논쟁이든 충분한 논리와 근거를 가지고 진행되어야 한다. 또 어떤 논쟁이든 그곳에 거짓말이 끼어 들어서는 안 된다. 교과부와 서울시가 좀더 지적으로 성실하게 이 논쟁에 임하기를 촉구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홍헌호 기자는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위원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쓴 홍헌호 기자는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위원입니다.
#무상급식 #서울시 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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