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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 과거로의 회귀는 여기까지만...

[시리아전 관전평] 아직은 부족한 아마추어 시각에서

10.12.31 15:58최종업데이트10.12.31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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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년만에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하는 국가대표팀이 어제 시리아와 마지막 A매치를 벌였다. 대회를 앞두고 평가전이라는 의미로 승부에는 큰 의미는 없지만 그래도 관심이 가는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남아공 월드컵에서의 원정 16강이라는 좋은 성과를 거두고 불러난 허정무호 다음으로 등장한 조광래호의 색깔이 이제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아직은 희미하지만 과연 어떤 색깔을 보여줄지와  월드컵이후 새롭게 등장한 새내기들과 기존의 대표팀 선수들과의 어떤 조합과 그 조합이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 궁금한 것이다.

 

지향 해야하는 축구가 아니라 지양 했어야 하는 모습들

 

 먼저 어제 대표팀의 경기를 본 대부분의 팬들의 얼굴은 그렇게  만족스럽지 못할 것이다라는 것에 무게중심을 두고 싶다. 대표팀의 색깔은 찾을 수 없었다. 처음 조광래호의 출발은 컴팩트한 축구, 볼 점유율을 높이는 축구를 표방하면서 스페인식 축구를 해보겠다고 했다. 그러나 어제의 경기는 이것과 0.00001%도 일치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지난 8월 월드컵에 이은 리턴매치로 진행된 나이지리아와의 첫 번째 경기(2-1 승)는 우리가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한국축구의 모습을 보게 되는구나하는 기대를 갖게 만들었고 기분좋은 출발이었다. 두 번째 이란과의 경기(0-1 패)는 비록 패하기는 했어도 뭔가 시도하고 있다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세 번째 한일전(0-0)는 박지성이 빠지기도 했지만 왠지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이번 시리아전(1-0 승)에서는 아시안컵을 앞두고 새롭게 등장한 새내기들의 테스트와 여러가지 조합의 시험무대이기는 했어도 큰 경기를 앞두고 열렸기 때문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고 아시안컵 우승 가능성을 잠시 엿볼 수 있었던 경기었다고 생각한다. 앞서 열린 세경기의 흐름을 보면 왠지 용두사미라는 말이 떠올리게 된다. 점점 변화되고 다른 모습이 보이는 것이 아니라 점차 과거 한국의 모습으로 되돌아간다라는 느낌이 들게 된다. 그 결정판이 이번 시리아전이 아닌가하는 생각이다.

 

특히 전반은 빠른 패스축구를 지향하는 조광래호의 모습이 아니었다. 장신 공격수 김신욱을 원톱으로 내세웠지만, 중원에서 박지성 이청룡 등 해외파들이 집중견제로 고립되는 모습이 자주 나와 안타깝게 만들었다. 물론 하나의 조합 테스트라고 생각한다. 잘 풀리지 않았다라고 생각한다.

 

후반에는 이러한 것을 간파하고 빠르게 전술적인 변화를 가져온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지동원, 손흥민, 구자철, 유병수 등 빠른 축구에 맞는 컴팩트한 패싱게임에 맞는 선수들이 대거 투입되면서 그림이 조금씩 그려졌었다. 결국 이러한 흐름이 골로 연결되면서 체면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후반전 용병술의 승리였다고 볼 수 있다. 한국축가 나아갈 방향을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것이 조광래호가 추구하는 축구다라는 것을 희미하게나마 팬들에게 알려줬다고 볼 수 있다.

 

이외에도 아직 많은 훈련을 함께 하지 못해서인지, 해외파선수들과의 조화가 완벽하지는 못했다는 점도 대회를 앞두고 점검해봐야 하는 부분이다. 또한 빠른 역습을 막아낼 수 있는 수비수들의 움직임도 돌아봐야 할 것이다.

 

뭔가 한국축구가 달라지고 있다.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라는 기대를 갖고 있었는데 아직은 그 시기가 빠른 것도 있겠지만 왠지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하다. 물론 이것은 아직은 부족한 철저한 아마추어의 시각이다.

 

새내기들에게 거는 기대는 성공적

 

지금까지는 대표팀에게 입에 쓴 약을 주었다면 이제 장점은 무엇이었는지 이야기해보자. 일단 새롭게 대표팀에 합류한 새내기들의 활약이 긍정적이다. 역시 뉴스메이커는 함부르크의 무서운 십대 손흥민이다. 후반 교체투입되면서 활발하게 움직여 팀에 기여를 했다고 본다. 그러나 아직은 팀에 녹아들지는 못했다. 좌우측으로 움직여주는 모습은 좋았는데 박지성과의 매끄럽지 못한 연결이 눈에 거슬렸다. 어린마음에 약간은 욕심을 내는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데뷔전 치고는 괜찮았다고 본다.

 

이외에도 골을 넣은 지동원의 침착한 모습과 K-리그 득점왕 유병수의 활발한 움직임도 좋았다. 박주영이 빠진 상태에서 자신들의 입지를 각인시키는 모습이었다. 또 한 사람을 꼽는다면 조광래호의 핵심 이용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중원에서의 넓은 활동량과 움직임으로 빈자리를 메워주고 자기 자리를 철저히 지켜내는 모습에서 김정우의 공백을 휼륭히 커버해 주었고 향후 기대를 갖게 만들었다. 이들은 이제 자신들의 능력을 보여주었고 그 능력을 팀이라는 조직에 어떻게 적응시키느냐가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번 시리아전에서 얻은 것은, 왠지 매끄럽지 못했다라는 질책과 새내기들의 빠른 적응력이라는 긍정적 흐름이다. 매끄럽지 못했다라는 점은 점차 사라질 수 있고 고쳐나갈 수 있는 부분이다. 이러한 점이 고쳐지는 날이 조광래호가 완성되는 날이라고 본다. 새내기들의 빠른 적응은 한국축구의 세대교체가 잘 이루어지고 있다라는 점에서 좋은 흐름이다. 박주영이 위기감을 느끼는 것이 본인에게는 긴장감을 주겠지만 한국축구을 보는 국민의 입장에서는 미소를 짓게 만들기 때문이다.

 

진짜 전쟁에서는 모두가 승리자가 되길

 

시리아전은 전초전이다. 전쟁을 앞두고 전력을 점검하는 것이다. 전쟁에 임해서는 보다 나은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확신한다. 아직 조직력을 다듬고 완성되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크게 보면 아시아컵도 이러한 과정 중 하나라고 본다. 우승을 향해 뛰어야겠지만 비록 우승을 못하더라도 지금까지와는 달리 그 가능성을 볼 수 있다면 대표팀은 칭찬받아야 한다.

 

한국축구가 달라지고 있다. 이번 시리아전이 나이지리아, 이란, 일본으로 이어지는 하향곡선의 최저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제 남은 시간 잘 가다듬어서 서서히 비상하는 한국축구의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경기결과만을 가지고 호들갑을 떨 것이 아니라 보다 긴 호흡속에서 한국축구를 생각해야 한다. 물론 좋은 점을 봐야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점도 철저하게 가감없이 들춰내고 또 그것을 받아들이는 대표팀이 될 때 한국 축구가 국민들에게 영원히 사랑받는 스포츠가 될 것이다.

2010.12.31 15:58 ⓒ 2010 OhmyNews
시리아전 축구 관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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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회사에 다니고 있으며 PB로써 고객자산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사내 증권방송 앵커 및 증권방송 다수 출연하였으며 주식을 비롯 채권 수익증권 해외금융상품 기업M&A IPO 등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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