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31일 종합편성채널(종편) 사업자로 조선일보(CSTV), 중앙일보(jTBC), 동아일보(채널A), 매일경제(MBS) 등 4곳을 선정하자 기존 지상파 방송사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시민사회와 언론단체들은 "수구 신문의 종편 사업자 선정은 무효"라며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노태우는 SBS, YS는 OBS 하나씩인데 이번에는 한꺼번에 네 개?
이남표 MBC 기획조정실 전문연구위원은 종편사업자 선정 직후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예상했던 결과이고, 방송업계뿐 아니라 한국의 미디어 산업 전체에 재앙이 시작됐다"고 전망했다.
이 위원은 "종편이 수익을 낼 수 있는 것은 방송 광고밖에 없는데, 지상파 방송사의 광고 판매율도 현재 60%밖에 안 되고 2002년 이후 계속 하락하는 추세"라며 "한정된 광고시장을 나눠야 하는데, 광고가 제한적이 된다면 프로그램 편당 제작비 자체가 줄고 불량한 콘텐츠만 양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방송광고에 대한 규제를 풀어 광고시장 자체를 키우겠다는 방통위의 계획을 반박하며 "광고제한 품목 완화가 가능할지는 법적으로 불투명하고, 일부 제한이 풀린다 하더라도 광고 시장이 얼마나 활성화될 것인가 데이터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 위원은 이어 "방통위가 방송 콘텐츠 산업을 키우고 글로벌 미디어 그룹을 만들겠다고 종편을 늘렸지만, 사실 정말 그런 목적이었다면 기존에 잘하는 방송을 밀어주는 게 맞다"고 말했다.
SBS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종편 사업자를 4개나 선정했다는 것은 예상 밖"이라며 "방송 미디어는 막대한 재원이 있어야 존립이 가능한데, (광고)시장이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역대 정권 가운데 이번처럼 전국적인 종합방송을 한꺼번에 만든 경우는 없었다"라며 노태우 정권 때 서울 지역으로 한정되는 SBS, 김영삼 정권에는 그보다 작은 권역의 OBS(인천)가 하나씩 생겼고 그 후에는 위성방송과 같은 방송플랫폼 사업만 확충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SBS 이상의 재원을 필요로 하는 방송사를 네 개씩이나 만들었으니, 그에 맞는 광고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종편사업자를 선정하는 것은 정부의 일이지만, 일단 만들었다면 게임의 룰이 공정해야 한다"며 "그동안 종합편성이라는 이유로 지상파 방송사들에게 사회적 감시의 역할과 공공성이 부여돼 왔는데, 이번에 선정된 종편 사업자들에게도 같은 룰이 적용될 것인가 의문"이라고 밝혔다.
관계자는 "'광고', '편성', '심의'라는 측면에서 공정한 게임을 할 수 있도록 해야지, 벌써부터 종편 사업자에 대한 지원정책을 운운할 때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정권창출의 전리품을 수구 신문사에 나눠준 것"
보건의료단체연합,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 언론사유화 저지 및 미디어공공성 확대를 위한 사회행동(미디어행동) 등 시민사회단체는 이날 오전 방송통신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종편 사업자 선정을 규탄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오늘 방통위가 발표한 사업자들은 방송을 할 자격이 없는 사업자들"이라며 "조선, 중앙, 동아는 수구 족벌 신문이고, 매일경제는 자본가의 목소리만 찍어내는 반사회적 매체로 언론의 순기능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염두에 두지 않아왔다"고 지적했다.
또 광고시장 확대를 위해 광고제한 품목 규제를 낮추겠다는 방통위의 종편 지원 정책에 대해 "종편에 광고 물량을 쥐여주기 위해 '병의원 등 의료기관 및 전문의약품' 광고까지 허용할 태세"라며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의 어떤 나라도 전문의약품이나 의료기관의 광고를 허용하는 나라는 없다, 치료와 전문의약품 사용은 꼭 필요할 때만 이루어져야 하고 불필요한 이용은 곧 국민건강에 해가 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유진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이명박 정권이 정권창출의 전리품으로 수구 신문사에게 방송을 나눠 준 것"이라며 "민주주의를 해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처장은 "신문시장을 지배하는 조중동이 종편을 갖게 되면서 민주주의와 여론 다양성을 뒤흔들어 퇴행시킬 것이고, 미디어 산업 측면에서도 발전은커녕 재앙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며 "방송법이 국회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그런 최소한의 정당성조차 확보하지 않고 종편을 나눠 줬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7월 국회를 통과한 방송법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의결과정의 문제는 인정했지만 야당이 제기한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은 그동안 자신들 스스로를 가리켜 '신문은 경향성을 인정받는 매체'라고 이야기 해 왔는데, 방송은 공공성, 공정성이 중요한 매체"라며 "특정 사익의 대변자가 되거나 자본에 취약한 매체로 전락할 것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또 "지금 현재 광고시장이 네 개의 종편을 다 지원할 수 없을 만큼 부족하기 때문에 사업자들은 살아남기 위해서는 정책적 지원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정책적 지원을 받기 위해 특정 정치세력의 이익을 대변하면서 언론이 정책 중심에 있는 정권에 유착되고, 종속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케이블TV업계는 종합편성 사업자 선정을 환영했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회장 길종섭)는 이날 성명을 발표하고 "신규 도입 채널들은 방송의 다양성 확보를 통해 시청자에게 보다 풍부한 볼거리를 제공하며 국내 미디어 산업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케이블협회는 이를 위해 "신규 채널들이 유료방송 발전과 성장의 동반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케이블업계와 상생협력 방안을 강구하는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2010.12.31 18:21 | ⓒ 2010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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