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세력, 스스로 절벽으로 가고 있다"

[인터뷰] 최문순 의원의 종편선정결과 분석과 전망

등록 2010.12.31 20:33수정 2010.12.31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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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방송통신위원회 기자실에서 종합편성 및 보도전문 방송채널사용사업 승인 대상법인 선정에 관한 심사 결과를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유성호


"현재 우리의 광고시장이 포화상태고, 지금의 광고시장이 경제성장률 이상으로 커지지 않는다는 것은 확인된 사항이다. 잘만 방어하면 몰아떨어뜨리기, 보수의 집단자해를 지켜보게 될 수 있다고 본다. 자기들 스스로 절벽으로 가고 있다."

최문순 민주당 의원(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소속)은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사업자로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 <매일경제신문>을, 보도전문채널로 <연합뉴스>를 선정한 정부발표를 보고 이렇게 전망했다.

MBC 노조위원장과 전국언론노조 위원장, MBC 사장 출신인 그는 "아무리 자기들이 원하는 언론구도를 만들겠다고 해도 어떻게 조중동과 매경을 선정하나, 뻔뻔하기 짝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이들 종편은) 성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지상파 3사, 지역방송, 종교방송, 케이블이 나눠 먹고 있는 7조5천억 원 규모의 방송광고시장에 덩치 큰 4개사가 추가로 들어오는 것"이라며 "하나 정도만 들어 왔으면 경쟁이 될 수도 있지만 4개나 들어온 상황에서는 생존가능성이 낮다"고 설명했다. 그는 "(종편선정사) 자신들도 불안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광고시장의 구조적 상황이 이렇다 해도 이명박 정부가 집권 공신들인 이들을 진짜로 "시장 자율에 맡겨"(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놓고 방치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또 이들이 그저 앉아서 말라죽을 매체들도 아니다.

최 의원은 "KBS수신료 인상을 통한 광고시장 확대, 채널 재배정(지상파에 근접한 채널배정), 의약품 광고허용 등 규제 완화, 직접 광고영업 등 4가지의 특혜조치가 예상되는데 하나 하나가 큰 사회적 갈등을 야기할 사안들"이라면서 "KBS수신료인상과 직접광고영업 문제는 국회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국회에서 반드시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채널 재배정 문제에 대해서도 "14번에서 17번까지 채널을 요구할 텐데 이미 홈쇼핑들이 갖고 있는 번호들이기 때문에 이것을 장악하려면 특혜 시비가 불가피하고, 홈쇼핑들도 필사적으로 버틸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음은 최문순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 전문.

"정부 지원받는 <연합뉴스> 선정... 정밀하게 문제제기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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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순 민주당 의원(자료사진). ⓒ 남소연


- 이번 선정결과를 어떻게 평가하나.
"아무리 자기들이 원하는 언론구도를 만들겠다고 해도 어떻게 조중동과 매경을 선정하나. 뻔뻔하기 짝이 없다. 트위터에서는 '조중동매연'으로 표현하더라. 예상보다 적게 선정된 것 같다. <한국경제신문>과 태광그룹이 포함될까 했는데 결국 빠졌다. 6개 신청사 모두를 선정할 경우 생존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서 적극적으로 대들지 못한 곳들을 뺀 것 같다. 이렇게 했어도 성공하기 어렵다."

- 보도전문채널에는 <연합뉴스>가 선정됐는데?
"약간 의외였다. 지금 정부지원까지 받는 곳인데…. 정밀하게 문제제기를 할 것이다. <연합뉴스>의 영향력이 굉장히 커진 데 비해 그에 대한 감시는 모럴해저드 상태다. 청와대가 교묘하게 했다. 매일경제의 종편선정으로 MBN이 빠지는 자리로 <연합뉴스>가 들어가게 됐다. 하지만 보도전문채널의 시장 환경자체가 좋은 상황이 아니라는 점에서 역시 쉽지 않을 거다."

- 양문석 방통위 상임위원은 "상임위원도 모르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종편선정결과를 사전에 유출했다"며 종편선정회의에 불참했는데?
"지적해야 할 문제다. 그런데 미디어법 자체를 처음부터 청와대에서 만들었다. 우리가 처음에 문제제기할 때 한나라당 의원들은 내용도 잘 몰랐다. 이번에 종편 숫자를 정한 것도 청와대라고 본다. 지난 대선에 대한 보답이고 차기 대선에 대한 준비차원의 정략적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 이번 종편 선정에 대해 "이명박 정부는 한국 보수의 역사에 커다란 업적을 남긴 것으로 기록될 것이다"라는 평가도 나온다.
"현 정권은 지금은 KBS와 MBC를 장악했지만, 정부가 바뀌면 다시 원위치될 수 있다고 보고, 영구적인 보수체제를 만들려 하고 있다. 이것이 미디어 환경변화로 미래가 어두운 종이신문들이 새로운 경영돌파구를 찾고 있는 것과 맞물리고 있는 상황이다.

돌파구를 찾긴 했는데, 잘 뚫은 것은 아니라고 본다. KBS와 MBC의 연매출액이 1조4천억 원 정도다. 이번 종편 사업 신청자들이 약속한 자본금 규모가 평균 4천억 원으로, 4개사 다 합쳐야 1조6천억 원이다. KBS와 MBC는 장비와 인력이 완비돼 있지만 신규사들은 기본시설을 갖추는데 엄청난 자금을 써야 한다. 하나 정도만 들어 왔으면 경쟁이 될 수도 있지만 4개나 들어온 상황에서는 생존가능성이 낮다.

선정된 업체들 자신들도 불안할 것이다. 조선이 자본금 3100억을 만들겠다고 했고, 중앙과 동아가 4천억을 만들겠다고 투자의향서를 냈는데, 이제 실제 돈을 만들어야 한다. 방송법상 대주주 기준이 40%이기 때문에 중앙, 동아는 1600억 원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당분간은 계속 투자를 해야 한다.

현재 우리의 광고시장은 포화 상태고, 지금의 광고시장이 경제성장률 이상으로는 커지지 않는다는 것은 확인된 사항이다. 방송광고시장이 7조5천억 원 규모인데 지상파 3사, 지역방송, 종교방송, 케이블이 나눠 먹고 있다. 여기에 덩치 큰 4개사가 추가로 들어오는 것이다.

진보진영으로서는 잘만 방어하면 몰아떨어뜨리기, 보수의 집단자해를 지켜보게 될 수 있다고 본다. 자기들 스스로 절벽으로 가고 있다."

"선정된 업체들 스스로도 불안할 것... 방송생태계만 흔들어놓을 가능성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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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문방위원들이 31일 오후 국회에서 방통위 종편선정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오른쪽부터 최종원, 천정배, 서갑원, 장병완, 최문순 의원. ⓒ 남소연


- 정부가 종편에 선정된 사업자들에게 각종 특혜를 줄 것이라는 예상이 많은데?
"KBS수신료 인상을 통한 광고시장 확대, 채널 재배정(지상파에 근접한 채널배정), 의약품 광고허용 등 규제 완화, 직접 광고영업 등 4가지 조치가 예상된다. 광고영업에 대해서는 이미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이 광고주협회장을 겸임하도록 사전조치를 해놨다. 사실상 전경련이 광고를 나눠줄 수 있게 해놓은 것이다.

그런데 KBS수신료인상과 직접광고영업 문제는 국회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국회에서 반드시 막을 것이다.

종편선정사들은 14번에서 17번까지의 채널을 요구할 텐데, 이미 홈쇼핑들이 갖고 있는 번호들이기 때문에 이것을 장악하려면 특혜시비가 불가피하다. 홈쇼핑들도 필사적으로 버틸 것이다. 그렇다고 70번대로 간다면 누가 보겠나. 그들로서는 난관이 많다. 하나하나가 큰 사회적 갈등을 야기할 사안들이다.

그리고 지역방송문제도 있다. 종편선정으로 가장 먼저 직접적인 피해를 입는 게 이들이다. 광고주로서는 지역 방송사보다는 전국 방송인 조선일보 종편에 광고하는 게 낫다. 지역방송사들로서는 반대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

예상되는 4가지 특혜조치를 막아내고, 지역방송사들이 조직적으로 나서면 이번 선정작업을 막아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종편선정사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한 기업들에 대해서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언소주)과 연대해서 불매운동을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당 차원에서는 어려울 수 있지만, 개별 의원들 차원에서는 가능한 일이다."

- 그런데 한국적 특성상 한 번 만들어진 매체는 어떻게든 생존해내는 경향도 있다.
"이번에 선정된 업체들도 상황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충실하게 투자를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방송사와 달리 편성규제, 광고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에 방송의 85%를 마음대로 편성할 수 있다. 싸구려 할리우드 영화로 방송을 메울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정치적 영향력을 이용해 직접 광고영업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광고주 입장에서 광고가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시청률이 1% 이상은 돼야 하는데, 여기까지 가는데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고, 지금 전체적인 상황으로 보면 이렇게 가기도 힘들다. 결국 방송생태계만 흔들어놓게 될 가능성이 높다. 방송뿐 아니라 신문과 인터넷언론까지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 정부는 이번 종편 선정을 왜 주말을 앞두고, 특히 1년의 마지막 날에 발표했을까.
"이 정부는 중요한 일은 관심을 돌리기 위해 이렇게 주말이나 연휴 앞두고 발표하는 나쁜 버릇이 몸에 뱄다. 데미지 콘트롤(피해통제)이라는 고전적인 언론조작 수법이다."
#종편선정 #최문순 #조중동매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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